출처-[오마이뉴스 2007-04-14 13:21]
|
|
▲ 호수를 에워싸고 있는 설봉산의 아름다운 모습 |
|
ⓒ2007 이현숙 |
|
호수를 병풍처럼 에워싸고 있는 그림 같은 산. 그 산을 산책하듯이 걷는 기분은 어떨까? 흔히 등산하면 쉴 틈도 없이, 주위를 둘러볼 겨를도 없이 그저 정상만을 향하여 걷는 것을 생각하게 된다.
그러나 이 산에 오를 때면 난 언제나 느림보가 된다. 경기도 이천시 관고동에 위치한 설봉산이 바로 그곳. 이천은 예로부터 물이 좋기로 소문난 고장이고, 그래서 그런지 설봉산에는 약수터가 여덟 곳이나 된단다. 그 중에 내가 아는 곳은 여섯 곳. 난 여섯 곳만으로도 하품을 할 지경이었는데, 내가 못 본 두 곳이 더 있다니 아마 이런 산은 어디서도 찾아보기 힘들 거다.
그러나 이 산에 오를 때면 난 언제나 느림보가 된다. 경기도 이천시 관고동에 위치한 설봉산이 바로 그곳. 이천은 예로부터 물이 좋기로 소문난 고장이고, 그래서 그런지 설봉산에는 약수터가 여덟 곳이나 된단다. 그 중에 내가 아는 곳은 여섯 곳. 난 여섯 곳만으로도 하품을 할 지경이었는데, 내가 못 본 두 곳이 더 있다니 아마 이런 산은 어디서도 찾아보기 힘들 거다.
![]() |
▲ 밑에서부터 시계방향으로 호암, 구암, 천경대, 오미, 청구, 가운데가 명당 약수터 |
ⓒ2007 이현숙 |
내가 설봉산을 만난 것은 10년 전이다. 친한 친구가 이천으로 이사를 가는 바람에 처음 찾았고, 친구 따라 강남 간다고 6년 전에는 나도 이천 시민이 되었다. 그리고 계절의 변화를 네 번 설봉산에서 보았다. 나는 순전히 소설을 쓰기 위해 도망치듯 서울을 빠져 나갔다. 이천에 아는 사람이라고는 자기 일에 바쁜 그 친구 하나뿐이었다.
자연히 내게 가장 친한 친구는 설봉산이었다. 하루 종일 집에 틀어박혀 소설을 쓰거나 책을 읽다가 슬며시 일어나 가는 곳, 그곳이 바로 설봉산이었다. 내 집에서 걸어서 10분이면 저수지와 맞닿은 설봉산 입구에 닿았고, 나는 산 속으로 스며들었다.
설봉산으로 들고 나는, 내가 아는 길만도 일곱 곳이나 된다. 그 중에 가장 가까운 입구 쪽을 택한 것은 아스팔트길이 싫었기 때문이었다. 호수를 바라보면서 산으로 바로 진입할 수 있는 길을 선택했다.
벚꽃이 한창일 때(앞으로 열흘쯤 후가 될 것임), 약간 가파른 언덕길을 걸어 올라서면 산이 온통 환해서 누구라도 고개를 들고 하늘을 한 번 휘 둘러보게 만든다. 그 현란한 벚꽃의 향연이란! 화려한 샹들리에에 비할 바가 아니다.
이제 차 한 대 겨우 다닐 정도의 흙길이 눈 앞에 쭉 뻗어 있다. 호암약수까지 이어진 길인데 호암약수까지는 15분 정도 걸린다. 내가 걷는 소리에 놀란 까치가 후루룩 날아가기도 하고, 여름에는 요란하게 울던 매미나 쓰르라미가 침입자의 인기척에 놀라 부르던 노래를 잠시 멈추기도 한다.
자연히 내게 가장 친한 친구는 설봉산이었다. 하루 종일 집에 틀어박혀 소설을 쓰거나 책을 읽다가 슬며시 일어나 가는 곳, 그곳이 바로 설봉산이었다. 내 집에서 걸어서 10분이면 저수지와 맞닿은 설봉산 입구에 닿았고, 나는 산 속으로 스며들었다.
설봉산으로 들고 나는, 내가 아는 길만도 일곱 곳이나 된다. 그 중에 가장 가까운 입구 쪽을 택한 것은 아스팔트길이 싫었기 때문이었다. 호수를 바라보면서 산으로 바로 진입할 수 있는 길을 선택했다.
벚꽃이 한창일 때(앞으로 열흘쯤 후가 될 것임), 약간 가파른 언덕길을 걸어 올라서면 산이 온통 환해서 누구라도 고개를 들고 하늘을 한 번 휘 둘러보게 만든다. 그 현란한 벚꽃의 향연이란! 화려한 샹들리에에 비할 바가 아니다.
이제 차 한 대 겨우 다닐 정도의 흙길이 눈 앞에 쭉 뻗어 있다. 호암약수까지 이어진 길인데 호암약수까지는 15분 정도 걸린다. 내가 걷는 소리에 놀란 까치가 후루룩 날아가기도 하고, 여름에는 요란하게 울던 매미나 쓰르라미가 침입자의 인기척에 놀라 부르던 노래를 잠시 멈추기도 한다.
![]() |
▲ 좁고 구불구불한 길이 아름답게 나 있다. |
ⓒ2007 이현숙 |
나는 걸으면서 생각도 하고 때론 중얼거리기도 한다. 비오는 날에는 빗물이 나뭇잎에 떨어졌다가 흙바닥으로 떨어지는 것을 구경하고 사방에서 떨어져 내린 빗물이 모여 졸졸졸 작은 내를 만들어 내려가는 것을 걸음을 멈추고 들여다보기도 한다.
나뭇잎은 부끄러움을 많이 탄다. 그래서 빗물이 떨어질 때마다 몸을 흔들며 놀란다. 그 모습이 귀여워 나는 한동안 물끄러미 바라보다가 또 걷는다. 사람들은 적당히 나타났다가 사라져간다. 무섭지 않을 만큼, 또 번거롭지 않을 만큼이다.
타원형으로 휘어진 길에 올라서면 호암약수가 보인다. 여기서 정상으로 가려면 직선으로 가야하고 호암약수로 해서 중간 길을 돌려면 왼쪽 길로 접어들어야 한다. 호암약수는 설봉공원 어린이 놀이터에서 올라오는 길도 있다.
나는 주로 중간 길을 돈다. 가파르지 않으면서 산책하기 좋은, 1시간 정도 걷는 길이다. 설봉산은 북악산이라 부르기도 했고, 마치 학이 날개를 편 형상을 닮았다 하여 무학산 혹은 부학산이라 부르기도 했다고 한다.
정상으로 오르는 길에는 신라 김유신 장군이 삼국통일을 위해 작전을 세웠다는 설봉산성(남전정지)이 있고 정상 아래로는 신라문무왕 때 의상대사가 창건했다는 영월암과 삼형제 바위가 있다. 삼형제 바위는 모양도 독특하고 웅장한데 삼형제가 어머니께 바치는 효심이 있는 바위다.
호암약수를 지나면서는 좁고 구불구불한 오솔길이다. 나는 이 오솔길을 걷다가 산토끼도 보았다. 나를 보고 놀란 산토끼는 어디쯤 뛰어가 미동도 않고 앉아있었는데, 가을에 떨어져 내린 낙엽과 색이 같아 가까스로 찾아내었다. 나는 한참을 바라보다 혼자 중얼거리며 다시 걸었다.
'그래, 제발 숨어라. 절대 짓궂은 인간들 눈에 띄지 말고….'
나뭇잎은 부끄러움을 많이 탄다. 그래서 빗물이 떨어질 때마다 몸을 흔들며 놀란다. 그 모습이 귀여워 나는 한동안 물끄러미 바라보다가 또 걷는다. 사람들은 적당히 나타났다가 사라져간다. 무섭지 않을 만큼, 또 번거롭지 않을 만큼이다.
타원형으로 휘어진 길에 올라서면 호암약수가 보인다. 여기서 정상으로 가려면 직선으로 가야하고 호암약수로 해서 중간 길을 돌려면 왼쪽 길로 접어들어야 한다. 호암약수는 설봉공원 어린이 놀이터에서 올라오는 길도 있다.
나는 주로 중간 길을 돈다. 가파르지 않으면서 산책하기 좋은, 1시간 정도 걷는 길이다. 설봉산은 북악산이라 부르기도 했고, 마치 학이 날개를 편 형상을 닮았다 하여 무학산 혹은 부학산이라 부르기도 했다고 한다.
정상으로 오르는 길에는 신라 김유신 장군이 삼국통일을 위해 작전을 세웠다는 설봉산성(남전정지)이 있고 정상 아래로는 신라문무왕 때 의상대사가 창건했다는 영월암과 삼형제 바위가 있다. 삼형제 바위는 모양도 독특하고 웅장한데 삼형제가 어머니께 바치는 효심이 있는 바위다.
호암약수를 지나면서는 좁고 구불구불한 오솔길이다. 나는 이 오솔길을 걷다가 산토끼도 보았다. 나를 보고 놀란 산토끼는 어디쯤 뛰어가 미동도 않고 앉아있었는데, 가을에 떨어져 내린 낙엽과 색이 같아 가까스로 찾아내었다. 나는 한참을 바라보다 혼자 중얼거리며 다시 걸었다.
'그래, 제발 숨어라. 절대 짓궂은 인간들 눈에 띄지 말고….'
![]() |
▲ 생태 학습장에서... |
ⓒ2007 이현숙 |
그 길이 끝나는 곳에 이번에 새로 지은 서원이 있고, 가로질러 생태 숲으로 접어든다. 여기서는 숨 가쁘게 서너 번 오르고 내려야 명당약수 지붕이 보인다. 나는 명당약수가 보이는 언덕에 앉아서 쉰다. 거기에는 벤치도 있다.
![]() |
▲ 내가 좋아하는 언덕에서는 내가 온 길이 훤히 보인다 |
ⓒ2007 이현숙 |
내가 온 길과 내가 내려 갈 길이 훤히 보인다. 멋대로 휘어진 오솔길이 아름답다. 언덕길을 뛰어서 내려가 명당약수로 들어간다. 약수는 빨간 고무 함지박 안에서 보호를 받으며 흐르고 있다. 뚜껑을 열고 물 한 모금 마시고 다시 윗길로 올라가 걷는다.
간벌 목을 연결해 만든 다리가 곳곳에 놓여 있다. 세 번째 다리 밑에는 제법 시원한 물이 흐른다. 손을 씻고 졸졸 흘러내리는 물과 이야기도 한다. 반갑다고도 하고 흐르는 모양이 예쁘다고도 하고, 다음에 다시 만나자고 인사도 하면서 껑충 건너뛴다.
언덕 위에 올라서면 옆으로 난 샛길이 있다. 그 길도 좋지만 난 구암약수로 간다. 등산복을 입은 남자가 청소를 하고 있다. 대단히 열심이다. 약수터가 늘 깨끗했던 건 저런 사람들 때문이었다. 그러나 고맙다는 인사는 못한다. 그냥 미안한 표정으로 머뭇거리며 다가가 물을 마신다.
간벌 목을 연결해 만든 다리가 곳곳에 놓여 있다. 세 번째 다리 밑에는 제법 시원한 물이 흐른다. 손을 씻고 졸졸 흘러내리는 물과 이야기도 한다. 반갑다고도 하고 흐르는 모양이 예쁘다고도 하고, 다음에 다시 만나자고 인사도 하면서 껑충 건너뛴다.
언덕 위에 올라서면 옆으로 난 샛길이 있다. 그 길도 좋지만 난 구암약수로 간다. 등산복을 입은 남자가 청소를 하고 있다. 대단히 열심이다. 약수터가 늘 깨끗했던 건 저런 사람들 때문이었다. 그러나 고맙다는 인사는 못한다. 그냥 미안한 표정으로 머뭇거리며 다가가 물을 마신다.
![]() |
▲ 산속의 삼거리 길... |
ⓒ2007 이현숙 |
![]() |
▲ 내가 가지 않은 길을 걷고 있는 사람이 보인다 |
ⓒ2007 이현숙 |
![]() |
▲ 길은 계속해서 헤어졌다 만나고... |
ⓒ2007 이현숙 |
이제 내려가는 길이다. 밑으로 청구 약수가 보이고, 두 갈래 길이 나타난다. 나는 옆길을 택했다. 작은 폭포를 이루며 내려가는 개울물을 보기위해서다. 저 아래 나와 같은 시간에 넓은 길로 내려가던 사람이 보인다. 이 길을 가면서도 그 길을 못 잊어 자꾸 쳐다본다. 한꺼번에 두 길을 갈 수 없음을 안타까워하며 다음을 기약한다.
개울물은 가뭄에도 잘 버티고 있다. 서서 들여다보다 개울을 건너 천천히 내려간다. 작은 폭포가 보인다. 그 물을 따라 내려가면 아까 못 간 길과 만난다. 그리고 천경대 약수터가 보인다. 내가 제일 좋아하는 약수터다.
이천에 살 때는 물을 뜨고 혼자 앉아서 그림 같은 풍경을 감상했었다. 그러다 누군가 물통을 지고 오면 슬그머니 일어나 내려왔다. 그런데 지금은 예전 같지 않다. 앉아서 보는 풍경은 예전과 같은데, 약수를 받는 곳은 타일을 붙여서 치장을 해 놓아 꼭 아파트 목욕탕 같은 느낌이다.
개울물은 가뭄에도 잘 버티고 있다. 서서 들여다보다 개울을 건너 천천히 내려간다. 작은 폭포가 보인다. 그 물을 따라 내려가면 아까 못 간 길과 만난다. 그리고 천경대 약수터가 보인다. 내가 제일 좋아하는 약수터다.
이천에 살 때는 물을 뜨고 혼자 앉아서 그림 같은 풍경을 감상했었다. 그러다 누군가 물통을 지고 오면 슬그머니 일어나 내려왔다. 그런데 지금은 예전 같지 않다. 앉아서 보는 풍경은 예전과 같은데, 약수를 받는 곳은 타일을 붙여서 치장을 해 놓아 꼭 아파트 목욕탕 같은 느낌이다.
![]() |
▲ 산으로 들어가는 입구의 다리, '명심교' 나는 이 문으로 나왔다 |
ⓒ2007 이현숙 |
![]() |
▲ 명심교 아래로 흐르는 작은 계곡 |
ⓒ2007 이현숙 |
천경대 약수터는 설봉공원에서도 가깝다. 야외 공연장을 지나 산쪽으로 10분만 걸어 들어오면 나타난다. 제일 가까운 약수터는 설봉산에서 가장 오래된 오미약수지만, 오미약수는 흘러내리는 물이 아니고 고여 있는 데다 앉아서 쉴 만한 벤치가 없다.
이제 설봉공원으로 나왔다. 지금 도자기 축제 준비가 한창이다. 축제는 4월 28일부터 5월 27일까지라고 한다. 그러나 북적거리는 축제가 싫거든, 여기 설봉산으로 눈을 돌려 보는 것도 좋다.
축제장이야 어디가나 비슷비슷하니까. 산 속으로 조금 걸어 들어와 시원한 약수도 마시고 설봉산의 한적한 속살도 느껴 본다면 정말 좋은 여행이 될 것이다. 어디든 한 발짝만 산 쪽으로 내딛으면 거기에 설봉산으로 들어오는 아름다운 길이 기다리고 있다.
이제 설봉공원으로 나왔다. 지금 도자기 축제 준비가 한창이다. 축제는 4월 28일부터 5월 27일까지라고 한다. 그러나 북적거리는 축제가 싫거든, 여기 설봉산으로 눈을 돌려 보는 것도 좋다.
축제장이야 어디가나 비슷비슷하니까. 산 속으로 조금 걸어 들어와 시원한 약수도 마시고 설봉산의 한적한 속살도 느껴 본다면 정말 좋은 여행이 될 것이다. 어디든 한 발짝만 산 쪽으로 내딛으면 거기에 설봉산으로 들어오는 아름다운 길이 기다리고 있다.
![](http://www.xn--910bm01bhpl.com/gnu/pinayarn/pinayarn-pinayarn.jpg)
'♡피나얀™♡【여행】' 카테고리의 다른 글
바자르에 가면 실크로드가 보인다 (0) | 2007.04.14 |
---|---|
SUV·승용차로 봄에 달릴 만한 비포장도로 (0) | 2007.04.14 |
바위틈 진달래꽃 사뿐히 즈려 밟고 (0) | 2007.04.13 |
벚꽃이 다 진다해도 여의도의 봄은 아름다워 (0) | 2007.04.13 |
복사꽃 필 때, 대게가 춤춘다 (0) | 2007.04.13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