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처-[오마이뉴스 2007-04-19 17:42]
산의 봄은 더디다. 동네방네 꽃이 피었다고 꽃놀이 간다고 왁자지껄 할 때도 산에 올라보면 꽃은커녕 봉오리 하나 제대로 맺힌 것을 보기가 어려운 게 다반사이니, 아마 산의 계절은 마을의 계절과는 노는 물이 달라서 그런 모양이다.
그것은 어찌보면 '따뜻한 데' 사는 사람들은 돈을 주체하지 못하여 이곳 저곳에 찔러보고도 투자할 데가 없다고 아우성을 쳐대는데도, '추운 데'(기후가 춥다는 뜻이 아닙니다요) 사는 사람들은 항상 돈이 말라 입 살기에도 허덕허덕 하여 벌이 될 일이 없나 하고 이곳저곳을 쏘다녀 보는 것과 흡사하다 할 만하다.
같은 시간을 공유하지만 그 처한 위치에 따라서 꽃이 만개하기도 하고, 얼음 속에 잔뜩 웅크리고 있기도 하는 것이 세상살이라고 자연이 우리에게 가르쳐주기 위해 그러는 것은 혹시 아닐까, 하는 생각이 다 들 정도다.
그것은 어찌보면 '따뜻한 데' 사는 사람들은 돈을 주체하지 못하여 이곳 저곳에 찔러보고도 투자할 데가 없다고 아우성을 쳐대는데도, '추운 데'(기후가 춥다는 뜻이 아닙니다요) 사는 사람들은 항상 돈이 말라 입 살기에도 허덕허덕 하여 벌이 될 일이 없나 하고 이곳저곳을 쏘다녀 보는 것과 흡사하다 할 만하다.
같은 시간을 공유하지만 그 처한 위치에 따라서 꽃이 만개하기도 하고, 얼음 속에 잔뜩 웅크리고 있기도 하는 것이 세상살이라고 자연이 우리에게 가르쳐주기 위해 그러는 것은 혹시 아닐까, 하는 생각이 다 들 정도다.
ⓒ2007 산에는 봄이 더디게 온다 |
17일, 마을의 꽃들이 휩쓸고 가버린 아침에 꽃을 찾아 진달래가 아름답게 핀다는 소요산을 찾았다. 얼마 전 부터 그곳까지 지하철이 개통, 접근성이 용이하여 가볼 만하다는 소문을 듣고서였다. 듣던대로 지하철만 몇 번 갈아타면 소요산 입구까지 빠르고 편하게 도달할 수 있어 좋았다.
소요산은 '지공'(65세 이상으로 지하철을 공짜로 타는 연령)들의 무대였다. 며느리, 아들의 눈치에 쫓기어 작은 배낭 하나 달랑 메고 집을 나선 무수한 지공들께서 돈 안들이고 하루를 보내기엔 소요산만한 데가 없을 터였다.
지하철은 물론 공짜거니와 공원 입장료도 면제니 점심 때울 한 끼 거리만 있으면 맑은 공기, 아름다운 경치, 갓 피어서 하늘거리는 진달래까지 온통 그분들의 것이니 어찌 아니 올 수가 있겠는가(근데 왜 공원 입장료라 하여 2000원이나 받는 거지? 딴 데는 다 없어졌는데).
소요산은 '지공'(65세 이상으로 지하철을 공짜로 타는 연령)들의 무대였다. 며느리, 아들의 눈치에 쫓기어 작은 배낭 하나 달랑 메고 집을 나선 무수한 지공들께서 돈 안들이고 하루를 보내기엔 소요산만한 데가 없을 터였다.
지하철은 물론 공짜거니와 공원 입장료도 면제니 점심 때울 한 끼 거리만 있으면 맑은 공기, 아름다운 경치, 갓 피어서 하늘거리는 진달래까지 온통 그분들의 것이니 어찌 아니 올 수가 있겠는가(근데 왜 공원 입장료라 하여 2000원이나 받는 거지? 딴 데는 다 없어졌는데).
ⓒ2007 제정길 |
소요산 가는 길의 도로변에는 벚꽃이 한창이었다. 덜 핀 것도 아니고 피어서 흐물거리는 것도 아닌, 제철을 만난 벚꽃은 주막집의 새로 온 유녀처럼 사람들을 유인하고 있었다.
대부분 지공이거나 몇 년 후면 지공에 들어설 수 많은 유객들은 벚꽃의 꾀임에 따라 소요산 입구로 몽유병자처럼 흡인돼 가는데, 한 무리의 유치원 아이들 선생님의 지시에 따라 종종거리면서 소요산을 벗어나고 있었다.
귀여웠다. 우리의 노년을 위하여 저들의 어깨에 얼마나 많은 세금 폭탄을 떠 안게 할지 알 수는 없지만 귀엽고 그래서 또 미안한 마음이 들었다.
대부분 지공이거나 몇 년 후면 지공에 들어설 수 많은 유객들은 벚꽃의 꾀임에 따라 소요산 입구로 몽유병자처럼 흡인돼 가는데, 한 무리의 유치원 아이들 선생님의 지시에 따라 종종거리면서 소요산을 벗어나고 있었다.
귀여웠다. 우리의 노년을 위하여 저들의 어깨에 얼마나 많은 세금 폭탄을 떠 안게 할지 알 수는 없지만 귀엽고 그래서 또 미안한 마음이 들었다.
ⓒ2007 제정길 |
공원 안 자재암에서는 야단법석이 또한 한창이어서 신도들은 마당에 까지 엎드려 스님의 법문 듣기에 바빴다. 무슨 사연들이 저들을 이곳까지 오게 하였을까, 아무것도 믿지 못하므로 나는 허우적 거리며 그들 곁을 지나쳤다.
ⓒ2007 제정길 |
산은 시작부터 바로 급경사였다. 바위 사이에 박힌 철난간을 붙잡고 올라야 할만큼 길은 험하고 가팔랐다. 해발 500m가 조금 넘는 주제에 웬 급경사람, 투덜거리면서도 올라가지 않을 수는 없었다. 나무 사이사이로 진달래가 수줍게 피어 실바람에 간들거리는 게 힘든 것을 달래주려는 산의 위로 같았다.
생각보다는 산도 험하고 나무들도 험상궂게 생겼다. 이리저리 용틀임을 하며 솟아오른 소나무들이며 묘하게 뒤틀린 바위들이 작으나마 산세의 웅장함을 대변해주고 있었다. 이래서 경기의 소금강이라 불리나 보다.
생각보다는 산도 험하고 나무들도 험상궂게 생겼다. 이리저리 용틀임을 하며 솟아오른 소나무들이며 묘하게 뒤틀린 바위들이 작으나마 산세의 웅장함을 대변해주고 있었다. 이래서 경기의 소금강이라 불리나 보다.
ⓒ2007 제정길 |
하백운대(440m)를 지나니 경사는 무디어졌다. 소로로 이어진 등산로 가로 소나무며 굴참나무며 진달래가 서로 섞여서 아늑하고 정감있는 분위기를 연출해내고 있었다.
ⓒ2007 제정길 |
중백운대(510m)를 거쳐 상백운대(559m)를 지나니 칼바위능선이 나타났다. 말 그대로 칼날처럼 뾰쭉뾰쭉한 바위들이 능선을 이룬 가운데 바위 표면을 닮은 껍질을 입은 소나무가 바위처럼 웅크려 있었다. 길은 어디로엔가 증발되고 없어 바위가 곧 길이 되었고, 바위 옆의 떡갈나무들, 바위를 상전마냥 떠받치고 있었다. 처음 무당이 되어 작두를 타는 새내기 무녀처럼 조심조심 칼 위를 타 넘었다.
ⓒ2007 제정길 |
칼 타기는 한참이나 계속되었다. 칼들은 세워져 있거나 눕혀져 있거나 서 있거나 엎드려 있기도 했다. 사람이 만든 길은 칼 앞에서 무력했고 칼은 길들을 헌 짚단 베듯 베어 공중으로 던져버렸다. 길이 없어져 버린 곳에 칼은 길을 대신하여 엎드려 있었다. 칼바위능선이 끝나는 곳에 진달래 한 그루 새초롬히 소나무에 안겨있었다.
ⓒ2007 제정길 |
다시 내리막과 오르막을 거치니 나한대(571m), 또 한 번 더 오르내리니 소요산의 최고봉인 의상대(587m)가 나타났다. 여덟 명의 '늘근백수'들은 앞서거니 뒤서거니하여 의상대로 모여들었다. 작은 산이지만 볼거리도 괜찮고 걸을 거리도 꽤 되었다. 해가 중천을 넘어 그곳에 둘러앉아 간식으로 뱃속을 위로하고 누군가 가져온 막걸리로 지친 다리를 위문하였다.
ⓒ2007 제정길 |
"나이 들어가면 기력이 한 해 한 해가 엄청 달라지는구먼" 하고 누가 말을 꺼내자 "아니 한 해씩이나… 나는 한 달 한 달이 다르게 팍팍 가는 것 같은데" 하고 대꾸 하는데, 커피를 마시고 있던 광암이 뒤를 돌아보며 아까 어느 젊은이는 '저는요 산에 올라갈 때 다르고 내려갈 때 달라요'라고 말하더라면서 웃었다.
그래 우리도 몇 년만 지나면 '지공'의 경지에 돌입하겠지. 과연 몇 번이나 이 산에 다시 와 볼 수 있을는지.
그래 우리도 몇 년만 지나면 '지공'의 경지에 돌입하겠지. 과연 몇 번이나 이 산에 다시 와 볼 수 있을는지.
ⓒ2007 제정길 |
내려오는 길은 다시 가팔라졌다. 기이하게 뻗어나간 덩굴나무 사이에서 철쭉은 전혀 움도 터지 않았고 진달래는 더러 피었고 더러는 입술을 오무린 채 봄을 기다리고 있었다. 소요산에는 봄이 온 것인가? 입구에 벚꽃이 피고 진달래 몇 몇 입을 벌렸으니 봄이 왔다고 감히 말할 수 있는 것인가?
우리의 마음에는, 우리의 거소에는, 우리의 '살이'에는 봄이 온 것인가, 과연? 아래 따뜻한 마을에는 봄이 흐드러지게 피었는데 내 산에는 봄이 까마득히 멀었다고 한숨 짓고 있는 것은 아닌가, 여러분은? 아니 봄이 전혀 올 것 같지를 않아 절망하고 있지는 않은가, 혹시?
산에는 봄이 더디게 온다.
우리의 마음에는, 우리의 거소에는, 우리의 '살이'에는 봄이 온 것인가, 과연? 아래 따뜻한 마을에는 봄이 흐드러지게 피었는데 내 산에는 봄이 까마득히 멀었다고 한숨 짓고 있는 것은 아닌가, 여러분은? 아니 봄이 전혀 올 것 같지를 않아 절망하고 있지는 않은가, 혹시?
산에는 봄이 더디게 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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