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나얀™♡【여행】

열도의 건국 신화가…

피나얀 2007. 5. 25. 20:46

 

출처-[세계일보 2007-05-25 08:51]

 


남규슈(九州)의 미야자키현은 개폐식 지붕을 갖춘 물놀이 테마파크가 있는 곳으로 유명하다. 하지만 한 해 관광객 110여만명이 몰리는 다카치호(高千穗) 협곡 등 국내에 널리 알려지지 않은 관광지도 많다. 미야자키현의 여행 명소와 더불어 가고시마현의 화산섬 사쿠라지마와 검은 모래 찜질 등 남규슈의 숨겨진 매력을 소개한다.
 
# 미야자키현… 다카치호 협곡과 요카구라
 
미야자키현은 일본 건국신화가 시작된 곳이다. 일본 사람들은 초대 진무(神武)왕이 기원전 660년 지상에 처음 발을 내디딘 곳이 미야자키라고 믿고 있다. 미야자키현 북쪽에 위치한 다카치호 협곡에는 이와 관련한 신화가 곳곳에 남아 있다. 이 협곡은 아소산에서 흘러내린 용암이 굳어지고, 인근 고카세 강에 의해 침식돼 만들어졌다.
 
협곡 이름도 신화에서 비롯했는데, 그대로 풀면 ‘높은 곳에 있는 천 개의 곡식’이라는 뜻이다. 오래전 천신의 손자가 땅으로 내려오려는데 산에 안개가 짙어 주저하자, 마을 주민들이 벼이삭 1000다발로 하늘에 제를 지내자 안개가 걷혔다는 이야기가 전해진다.
◇미야자키현의 물놀이 테마파크 ‘오션돔’.(왼쪽)◇가고시마현 다루미즈 휴게소의 무료 족탕. 멀리 사쿠라지마가 보인다.
 
협곡을 걷다 보면 깎아지른 절벽이 최고 100m에 이르는데, 주상절리와 기암괴석이 7㎞나 펼쳐져 신화가 사실처럼 여겨질 정도다. 산책로 중간에 약 200t의 커다란 바위가 떡 하니 버티고 있는데, 이 바위는 옛날 악행을 일삼던 난폭한 신이 내던진 돌이라고 한다. 협곡의 가장 큰 볼거리인 마나이 폭포는 일본 폭포 100선에 드는데, 보트를 타고 폭포와 협곡을 둘러볼 수 있다.
 
한참을 걸으니 이번엔 조그만 동굴이다. 태양신 아마테라스(天照)가 숨었던 곳이라고 한다. 태양신이 난폭한 신들의 횡포를 견디다못해 어두운 동굴에 칩거하자 온 세상이 어둠에 뒤덮였다. 천상계 신들은 태양신을 끌어내기 위해 동굴 앞에서 신나는 놀이판을 펼쳤다. 밖에 무슨 일이 벌어지는지 궁금했던 태양신이 동굴 밖으로 나오는 순간, 다른 신들이 동굴 입구를 막아 세상이 다시 환해졌다는 이야기다.
 
이 같은 건국신화를 담은 춤이 ‘카구라(神樂)’인데, 원래 추수가 끝나는 11월 중순부터 이듬해 2월 중순까지 풍작에 감사하고 다음해에도 풍년이 계속되기를 바라며 낮에 선보였던 33가지 춤이다.
 
인근 다카치호 신사에서는 ‘밤에 하는 카구라’인 요카구라(夜神樂)를 공연한다. 카구라에는 태양신의 부모격인 이자나기·이자나미 부부가 교합하는 에로틱한 춤까지 등장하는데, 이 춤은 ‘일본 건국의 춤’으로 통한다. 이 교합 춤 때문에 아이들이 잠든 뒤 밤새도록 선보였던 것이 바로 요카구라다. 교합 춤이 시작되자 아이와 함께 온 몇몇 관람객은 황급히 공연장을 빠져나간다.
 
요카구라가 펼쳐지는 다카치호 신사는 인근에 산재한 88개 신사의 총본산으로, 입구에 들어서면 왼쪽에 800년 된 삼나무가 버티고 서 있다. 신사로 향하는 계단은 약간 비스듬하게 놓여 있다.
 
신을 정면으로 보는 것은 불경이라고 여겼기 때문이라고 한다. 이밖에 미야자키현 북쪽 아야로 향하면 높이 142m, 길이 250m의 보행자 전용 다리가 나온다. 주변의 경관을 관람하기 위해 1984년 만들었다. 또 미야자키현 동쪽의 아오시마에는 유명한 ‘도깨비 빨래판’이 자리하고 있는데, 섬을 둘러싼 1.5㎞의 주상절리가 마치 빨래판처럼 생겼다.
 
◇미야자키현 아야에 있는 높이 142m, 길이 250m의 보행자 전용 다리.(왼쪽)◇가고시마현 이부스키의 검은 모래찜질.
 
# 가고시마현… 사쿠라지마와 검은 모래 찜질
 
가고시마현에는 제주도와 풍광이 비슷한 사쿠라지마(櫻島·1117m)가 있다. 원래 섬이었지만, 1914년 한 달 동안 분출한 용암이 섬 동쪽으로 흘러내려 육지와 연결된 뒤 반도가 됐다. 일본의 화산 86곳 중 활동이 가장 활발한 사쿠라지마는 외곽 둘레만 52㎞에 이르고, 전체의 85%가 기리시마 야쿠 국립공원에 속해 있을 정도로 풍광이 빼어나다. 1970년에는 섬 일대 해안이 일본 최초의 해상공원으로 지정되기도 했다.
 
사쿠라지마는 기타다케(北岳·1117m), 나카다케(中岳·1110m), 미나미다케(南岳·1060m) 등 세 개의 큰 봉우리로 이뤄져 있다. 관광객 대부분이 아리무라 용암 전망대에서 세 봉우리 중 유일한 활화산인 미나미다케를 구경하는데, 대여소에서 자전거를 빌려 섬을 둘러보기도 한다.
 
이 지역의 특산물인 사쿠라지마 무는 무게가 30㎏에 달하는 것도 있는데, 일본에선 못생긴 여자에게 “사쿠라지마 무 같다”고 농을 하기도 한다. 가고시마 시에서 페리를 이용해 들어간 뒤 사쿠라지마 시쪽으로 육로를 통해 빠져 나오거나 역방향으로 둘러본다. 육로로 나와 다루미즈 휴게소에 들르면 60m 족탕에서 사쿠라지마 풍경을 감상하며 무료로 족욕을 즐길 수 있다.
 
가고시마현의 남쪽 이부스키는 검은 모래 찜질로 이름난 곳. 15분쯤 찜질을 하면 온몸이 땀범벅이 될 정도인데, 이곳 사람들은 가고시마 의과대학의 임상시험 결과를 내세우며 ‘찜질을 하면 몸속 노폐물이 배출돼 검붉은 피가 맑아진다’고 주장한다. 2004년 한일 정상회담이 열렸던 백수관은 물론 인근 대부분의 호텔에서 검은 모래 찜질을 경험할 수 있다.

◇미야자키현 아오시마의 ‘도깨비 빨래판’.(왼쪽)◇가고시마현 이부스키의 유명 호텔인 백수관의 소나무 정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