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나얀™♡【여행】

‘웰빙시티’ 하동, 깊은 산 모래강 바다까지 한품에

피나얀 2007. 6. 8. 20:18

 

출처-헤럴드 생생뉴스 2007-06-08 11:11

 


 
 
국내에서 경남 하동만큼 복 받은 땅도 별로 없다. 깊은 산(지리산)과 깨끗하면서도 모래를 지닌 강(섬진강), 거기다 바다(한려수도)까지 한 품에 싸 안고 있는 이 고장은 희소가치가 충분하다. 이 세 곳에서 나는 특산물을 한 곳에서 맛볼 수 있는 것도 하동만의 축복이다. 게다가 하동포구 팔십리를 끼고 남해대교를 넘는 19번 국도는 전국 어디에 내놔도 기죽지 않는다.
 
하지만 하동은 수도권 사람들이 쉽게 가볼 엄두를 내지 못한다. 멀게 느껴지기 때문이다. 그러나 대전~진주고속도로를 이용하면 서울에서도 4시간이면 도착한다. 서울에서 멀게 느껴진다는 점이 하동에는 역으로 더 좋게 작용했다. 웬만한 지역이면 다 들어서 있는 펜션이 하동에는 거의 없다. 난개발이 이뤄지지 않아 군 전체가 포근하게 느껴진다.
 
사실 여행기자가 주말마다 매번 어디를 가보라고 권하는 방식은 스스로도 부담스럽다. 어디를 가느냐보다는 업무에서 해방돼 사색과 휴식을 취할 수 있느냐가 더 중요한 문제다. 그런 점에서는 자연환경이 비교적 잘 보존돼 있는 하동은 사색과 웰빙의 공간으로 추천할만하다. 드라마 ‘궁’을 연출한 황인뢰PD가 틈만 나면 쌍계사 초입에서 지내며 작품 구상을 하는 것도 충분히 이해된다.
최근 기자가 방문한 하동은 화개장터축제, 야생차축제 등 크고작은 행사가 끝나고 더욱 차분해져 있었다. 지리산 봉우리들 사이로 펼쳐지는 구름을 흘려보내는 하동의 높은 하늘은 마음의 때를 씻어주기에 충분했다.
 
 
최근 섬진강에는 은어낚시가 시작됐다. 자연산 은어를 잡기 위해 일본에서도 조사(釣士)들이 손맛을 느끼고 있었다. 쏘가리가 민물의 귀족남성이라면 은어는 민물의 귀족여성이다. 수박향이 나는 은어는 은어를 미끼로 잡는 것도 특징이다. 동족이라도 자신의 영역을 침범하면 사정없이 공격하는 습속을 이용하는 이 낚시법을 우리는 ‘놀림낚시’라고 하고, 일본에서는 친구를 이용해 친구를 잡는다고 해 ‘도모즈리’(友釣)라고 부른다.
 
하동은 차(茶)로도 유명하다. 화개장터를 지나서부터 간간이 보이는 자생 차밭은 828년 당나라에서 차나무 종자를 가져와 처음 심었다는 녹차시배지와 차문화센터, 쌍계사, 칠불사 입구를 지나 화개골 30여리에 걸쳐 퍼져 있다. 하동의 차밭 면적은 전남 보성보다 넓다고 한다. 화개천을 따라 길을 오르다 보면 다원들이 계속 이어진다.
 
◇악양 평사리 들판과 최참판댁=하동 악양은 중국 호남성의 아름다운 고대도시 악양과 닮았다고 해서 생긴 명칭이다. 이런 산골짝 어디에 그렇게 너른 평야가 있을까 의심이 갈 정도다. 지리산 형제봉의 치맛자락에 해당하는 악양 들판은 한국전쟁 때 빨치산과의 전투가 치열했다고 한다. 박경리의 소설 ‘토지’에 등장하고 드라마 ‘토지’ 촬영지인 최참판댁의 문전 옥답이 바로 이곳이다.

하동군에선 소설의 유명세를 빌려 들판이 내려다보이는 지세 좋은 곳에 소설속 최참판댁을 그럴듯하게 재현해 놓아 관광객의 발길이 끊이지 않는다. 평사리 언덕배기의 최참판댁에서 빗장을 열면 악양 들판의 풍경이 그림처럼 한눈에 들어온다.
 
◇화개장터=
 
경상도와 전라도를 가로지르는 화개장터에 이르면 지역화합의 상징물인 남도대교가 먼저 눈에 띈다. 5일장으로 산마을 사람들의 삶을 달래주던 화개장은 장소를 옆으로 약간 옮겨 상설시장으로 바뀌어 차와 황토염색 등 요즘 상품을 내놓고 있다.
 
◇쌍계사와 칠불사=
 
화개면의 쌍계사는 다양한 문과 전각으로 이어지는 산책로가 매력을 느끼게 한다. 신라 성덕왕 21년(722년) 세워졌으나 임진왜란때 불타 없어진 것을 조선 인조 10년 다시 지은 것이다. 부도와 대웅전, 팔상전 등 보물과 고려시대의 것으로 추정되는 마애불이 눈길을 끈다. 쌍계사 서쪽 반야봉 남쪽에 자리한 칠불사는 불교 남방전래설의 근거로 내세워지는 사찰이다.
 
이밖에 계곡이 깊어 별천지 같은 느낌을 주는 청암면 묵계리의 청학동과 삼성궁, 하동읍 섬진강변의 송림공원, 하동포구 공원도 둘러볼만하다. 북천면 이명산 자락에는 ‘지리산’의 작가 이병주 선생을 기리는 문학예술촌 조성 사업도 한창이다.
 
◇여행메모=
 
서울에서 경부나 중부고속도로를 타고 호남고속도로로 진입한 후 전주IC에서 임실~남원~구례를 달리면 화개장터와 악양들판이 차례로 나타난다. 대전~진주고속도로 함양분기점에서 88고속도로로 갈아탄 후 남원IC에서 19번 국도를 타면 더 가깝다. 하동의 별미는 섬진강에서 갓 잡은 재첩으로 만든 재첩국과 제첩회. 섬진강 참게탕과 은어도 유명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