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나얀™♡【패션】

세련되거나, 촌스럽거나

피나얀 2007. 7. 13. 21:46

 

출처-헤럴드 생생뉴스 | 기사입력 2007-07-13 08:56

 


 
 
조심해라. 왼쪽으로 넘어지면 천길 낭떠러지, 오른쪽으로 넘어지면 비단이불이다. 잠깐의 실수와 착각에 따라 사람은 전혀 달라보일 수 있다. 억울한가? 할 수 없다. 선택은 당신의 몫이고, 판단은 보는 이의 권리다.
 
같은 옷을 입어도 어떤 이는 “파격적으로 세련되게 소화했다”는 말을 듣고, 또 다른 이는 목불인견이란 소리를 듣는 일이 허다하다. 이병헌이 꽃무늬 셔츠를 입으면 남태평양에서 휴가를 즐기는 백만장자 같은데, 내가 입으면 영락없는 해수욕장의 건달이다.
 
세련됨과 촌스러움은 백지 한 장 차이다. 문제는 이 백지 한 장을 영원히 못 넘기는 경우가 부지기수라는 점. 하지만 한두 가지 핵심 스타일링(연출법)을 잡아내 소화한다면 멋지고 세련된 인상을 남길 수 있다.
 
석 달이 지나도 풀릴 것 같지 않은 뽀글뽀글한 파마머리, 칠흑 같은 어둠 속에서도 잘 보일 것 같은 ‘빤짝빤짝’ 밤무대 의상, 외진 시골에 가면 흔히 볼 수 있는 꽃무늬 몸뻬바지, 미용실 갈 돈을 아끼기 위해 엄마들이 아이들 머리에 바가지를 씌운 채 잘라주던 바가지 머리, 불을 붙이면 1초 만에 타버릴 것 같은 비닐 소재의 ‘빽구두’…. 이들은 흔히 우리가 촌스러움의 대명사로 언급하는 스타일이다.
 
그렇다면 이런 것은 어떤가. 최근 종영된 SBS 화제의 드라마 ‘내 남자의 여자’에서 요부로 분한 김희애가 했던 뽀글뽀글하지만 화려하고 섹시했던 머리스타일, 영화 ‘미녀는 괴로워’에서 미녀로 출연한 김아중이 입었던 빤짝이 무대의상, 최근 해외 유명브랜드의 패션쇼에서 슈퍼모델들이 입었던 큼지막한 꽃무늬 의상, 이영애, 김혜수, 성현아, 강성연 등 톱스타들이 최근 선보였던 바가지 머리, 조인성, 주지훈 등 패셔너블한 남자배우들이 즐겨 신는 하얀 구두…. 분명 위의 것과 외관상 별반 다를 것 없지만 백점 만점의 멋진 스타일이다.
 
이 둘의 차이를 단지 얼굴과 몸매 등 외모가 다르기 때문이라고, 값의 차이라고 치부할 수도 있을 것이다. 하지만 꼭 그렇지만은 않다.
 
▶누구는 촌스럽고, 누구는 패셔너블?? 왜 그럴까 다른 시간과 장소에 우연히 똑같은 옷을 입고 나타난 두 여자 연예인의 사진을 비교하며 누가 더 나은지를 따져본 적이 있는가? 촌스럽다는 이유로 거들떠 보지도 않는 옷을 멋지게 소화하는 ‘옷발 좋은’ 이를 만난 적이 있는가? 동네 미용실에서 3만원짜리 모닝파마를 해도 세련된 친구와 청담동 명품미용실에서 30만원짜리 디지털파마를 해도 촌스러워 보이는 경우를 경험해본 적이 있는가? 만약 이 중 하나라도 내 경험에 해당된다면 스타일링의 힘을 주저없이 믿어도 좋다.
 
패션디자이너 케이킴은 이에 대해 “스타일링은 경험이다. 수많은 옷을 경험해 보는 것이 세련된 스타일링을 개발하는 데 도움을 주기 때문에 끊임없는 노력이 필요하다”며 “패션에 조금이라도 관심이 있는 사람이라면 ‘예쁘다’는 말보다 ‘스타일이 좋다’는 말을 더욱 좋아하는데, 이는 스타일(또는 옷발)이 노력의 결과이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그는 “연예인들이나 패션리더들이 빤짝이나 꽃무늬 의상, 백구두 등 자칫 촌스러워 보일 수 있는 아이템들을 멋지게 소화해 내는 것도 많은 경험을 통해 자신의 체형이나 외모에 어울리게 적절히 연출했기 때문”이라며 “배우 김아중이 영화 속에서 부담스러워 보일 수 있는 빤짝이 의상을 멋지게 소화할 수 있었던 것은 ‘과한 의상=최소화된 액세서리 사용’이라는 철칙을 지켰기 때문”이라고 분석했다.
 
또 김아중은 머리카락에 스타일링 제품을 잔뜩 바르거나 액세서리를 요란하게 치장하는 대신 청순하게 머리를 늘어뜨렸는데 그런 점이 의상과 배우를 동시에 돋보이게 한 주효한 원인이었다고 덧붙였다.
 
 

▶남자 배우들, 백구두 신을 땐 의상은 무채색으로… 남자 배우들의 경우 백구두를 신을 때 의상은 무채색으로 맞추거나 한 가지 색상으로 통일해 세련된 분위기를 자아내곤 한다. 즉 지나치게 튀는 아이템을 택할 때는 다른 아이템은 철저히 죽이는 ‘스타일링의 제1원칙’을 잘 지켰기 때문이라는 것.
 
머리 스타일에서도 스타일링 원칙은 필요하다. 연예인 누가 하는 미용실에 가서 똑같은 디자이너에게 “아무개처럼 똑같이 해주세요”라고 주문해도 그 다음날이면 너무 촌스럽게 보여 다시 예전에 하던 스타일로 바꾸는 경우가 허다하다.
 
이것은 스타일링의 묘미를 제대로 살리지 못했기 때문. 특히 파마머리와 바가지머리는 잘 관리하지 못할 경우 우스꽝스럽게 보일 소지가 큰, 소화하기 ‘어려운’ 스타일이다.
 
‘박은경 뷰티살롱’의 박은경 원장은 “드라마상 배우 김희애가 한 머리 스타일은 화장을 안 하거나 의상을 제대로 갖추어 입지 않으면 무지하게 나이들어 보이거나 촌스러워 보이는 스타일이다. 무조건 그 스타일을 고집하기보다 잘 매만질 수 있는지를 고민해 봐야 할 것”이라며 “또 웨이브의 형태를 잘 살려 머리의 어느 한 곳도 볼륨이 죽지 않도록 하고, 그에 어울리는 의상과 화장에도 공을 들여야 한다”고 말했다.
 
박 원장은 이어 “부득이하게 치장을 할 수 없는 상황이라면 실핀으로 머리카락의 숨을 죽여 위로 올리거나 단정하게 보이게 하는 등 일종의 ‘비상용 스타일링’도 알아둘 필요가 있다”고 전했다.
특히 바가지 머리스타일의 경우 웬만한 외모의 소유자도 기피할 정도로 소화해 내기 힘든 스타일이다. 그렇기 때문에 자신의 얼굴형과 두상, 어울리는 스타일을 숙지하고 있는 디자이너에게 머리를 맡겨야 한다.
 
‘레이첼 by 김선영’의 신동금 원장은 “대개의 연예인들은 바가지 머리를 한 후 굵은 웨이브 파마를 해서 얼굴형에 맞춰 왁스로 열심히 표정을 준다”며 “또 바가지 머리는 자칫 둔하고 무거워 보일 수 있는데, 그렇기 때문에 연예인들은 얼굴 톤에 어울리는 색으로 티나지 않게 염색을 해서 세련된 분위기를 연출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라고 설명했다.
 
신 원장은 이어 “로미오와 줄리엣의 올리비아 핫세의 경우 정중앙 가리마가 기가 막히게 어울리는 예외적인 케이스였지만, 보통 사람들도 한두 가지만 신경쓰면 어울리게 만들 수 있다”며 “머리카락을 두상에 딱 붙이기보다 얼굴보다 약간 큰 정도로 옆 머리와 뒤통수 부분을 부풀리면 누구에게도 기가 막히게 잘 어울린다”고 귀띔했다.
 
비싼 옷이나 유명 디자이너의 작품이라고 해서 누구에게나 어울리는 것은 아니다. 또 유명 연예인이 한 헤어스타일이라고 해서 누구나 쉽게 따라 할 수 있는 것도 아니다. 패션 리더들의 세련된 스타일은 단지 고급 의상을 입거나 비싼 헤어디자이너에게 관리를 받아 이뤄지는 게 아니라, 끝 없는 노력과 새로운 시도를 통해 완성되는 하나의 연출 작품이다. 스타일링, 그것은 촌철살인의 미학이자 패션리더로 가는 확실한 지름길인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