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나얀™♡【여행】

한발 한발 천천히 문경의 옛길을 걷다

피나얀 2006. 4. 15. 19:42

 

 


지압길·꽃길 땀나게 걷고
역사를 품은 하늘재까지 옛 정취에 흠뻑 취하네

 

귀는 새소리와 물소리 덕분에 즐겁다. 발바닥은 푹신한 흙 길 덕분에 편안하다. 천천히, 끝없이 걷고 싶은 길, 문경새재 ‘옛길’이다. 고려 태조 때 처음 열린 새재는 조선시대 때에는 영남~한양을 잇는 큰 길, 영남대로였다. 한양으로 과거를 보러 가던 영남의 선비들과 장터를 찾아가던 백성들이 이 고갯길을 넘었다. 제3관문 가까운 곳을 제외하고는 전 구간이 완만한 경사를 이뤄 어린이나 노약자도 어렵지 않게 봄 나들이를 즐길 수 있다.

 

경북 문경시 문경읍과 충북 괴산군 연풍면 사이의 백두대간 위에 놓인 고개 새재(조령)는 험준하기 짝이 없어 나는 새도 쉬어간다는 뜻에서 그 같은 이름이 붙었다. 문경도립공원의 제1관문(주흘관)~제2관문(조곡관)은 약 3㎞. 제2관문~제3관문(조령관)은 약 3.5㎞, 이를 합하면 6.5㎞에 이른다. 시간 형편과 체력에 따라 제3관문까지 왕복을 해도 좋고 제2관문까지만 다녀와도 좋다. 또는 제3관문에서 출발, 줄곧 내리막길을 걸어 제1관문에서 트레킹을 마치는 방법도 있다.


 

제1관문을 지나 조금만 오르면 왼편에 고려와 백제시대의 왕궁, 초가집 등이 골짜기를 가득 메운 KBS드라마 촬영장이 보인다. 촬영장 입구에서 제2관문까지 맨발지압로, 개나리꽃길, 폭포동, 조령원터, 주막, 교구정, 예배굴, 조곡폭포, 소원성취탑 등이 줄줄이 나타난다. 조령원은 이곳을 지나던 길손이 하룻밤 묵어가며 요기를 하고 물물을 교환하던 곳이고 교구정은 관찰사들이 업무를 인수인계하던 곳이다. 조곡폭포는 근래에 문경시에서 만든 폭포. 비록 인공 폭포이긴 하나 시원한 물줄기를 바라보면 옛길 걷느라고 이마에 맺힌 땀이 저만치 달아난다.

 

조곡폭포를 지나 청정한 계곡물을 건너면 제2관문인 조곡관이 여행객을 반긴다. 제1, 제3관문이 조선 숙종 34년(1708)에 세워진 반면 제2관문은 이보다 앞서 임진왜란 직후인 선조 28년(1594)에 설치됐다. 많은 여행객들은 조곡관 뒤편 솔 숲에서 조곡약수를 한 모금 마시며 기를 충전시키고 제1관문 방향으로 되돌아간다.

 

옛길의 정취에 더욱 깊이 빠져보고 싶어 제3관문으로 향했다. 지금까지 걸어온 길보다 앞으로 갈 길이 조금 더 길다. 이제 숲은 더욱 깊어지고 인적은 드물다. 임진왜란 때 신립 장군이 진을 쳤다는 이진터를 지난 지점에서 길은 두 갈래로 나뉜다. 동화원을 거쳐도 좋고 박석이 깔린 장원급제길을 타도 좋다. 마침내 제3관문에 다다르면 시오리 거리의 옛길 트레킹은 끝이 난다. 조령관 주변 바윗돌에는 ‘새재에 올라’, ‘새재를 지나는 길에’ 등 새재를 소재로 한 옛 선현들의 시편이 새겨져 있어 눈길을 끈다.


 

 


>> 문경새재만 보지 말고 하늘재도 걸어요

 

문경시에서는 4~10월 보름에 가까운 토요일 오후 2시부터 ‘문경새재 과거길 달빛사랑여행’이라는 행사를 운영한다. 문화유산해설듣기, 짚신 신고 옛길 걷기, 문경꿀떡 먹기, 호롱불 밑에서 편지쓰기, 다듬이방망이연주 등이 주요 프로그램이다.


 

문경에는 새재 말고도 하늘재라는 옛길이 더 있다. 문경읍 관음리와 충주시 상모면 미륵리 사이에 놓인 하늘재는 우리나라 문헌 상 가장 먼저 뚫린 고갯길이다. 신라 아달라이사금 3년(156)에 개통됐으니 1800여년의 역사를 자랑한다. 영주와 단양을 잇는 죽령은 이보다 2년 뒤에 개척됐다. 계립령, 지릅재, 대원령, 한훤령 등 다양한 별칭을 가진 하늘재는 신라사람들이 한강 유역으로 진출하기 위해 닦은 군사도로였다.

 

신라 망국의 한을 품은 마의태자도 금강산으로 향할 때 하늘재를 넘었다. 이후 하늘재는 불교문화의 이동길로, 문경도자기의 생산과 유통 통로로 활용됐다. 오늘날 하늘재는 성격이 변해 건강을 지키려는 사람들의 옛길 트레킹 코스로 활용되고 있다. 숲길로 내려서면 충주시 상모면 미륵리의 절터로 이어진다. 길이가 약 2㎞에 불과해서 트레킹 코스로 적당하다.

문경시에서는 29일부터 5월 7일까지 ‘문경한국전통찻사발축제’(홈페이지 www.sabal21.com)를 개최한다. 이 시기에 맞춰가면 옛길 트레킹과 축제 관람을 동시에 즐길 수 있다.

 

여행수첩 지역번호 054

 


●문의: 문경시청(www.gbmg.go.kr) 문화관광과 550-6393~4, 문경새재도립공원(saejae.mg21.go.kr) 관리사무소 550-6421

 

●가는 길: 중부내륙고속도로 문경새재나들목→3번 국도→문경새재도립공원 주차장

●맛집: 문경새재 입구의 소문난식당(572-2255)에서는 청포묵조밥(8000원), 도토리묵조밥(6000원), 청포채(1만2000원), 더덕구이(1만원) 등을 맛볼 수 있다. 그밖에 새재할매집(돼지양념석쇠구이, 571-5600), 깊은산속 화로구이(돼지참숯구이, 571-7978), 약돌돼지샤브샤브(약돌돼지요리, 556-7192), 진남매운탕(민물매운탕, 552-7777) 등이 문경시 지정 향토음식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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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조선일보 2006-04-14 18:5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