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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월, 경주가 우리를 부른다’
수학여행지로 각인돼있는 경주. 선생님을 따라 우르르 들렀다오는 불국사며 석굴암에 대한 기억은 잊어도 좋다. 사람들의 발길이 드물어 언제고 천년의 시간이 말 걸어올 것 같은 곳, 경주의 숨은 명소를 찾았다.
◇소박해서 아름다운 진평왕릉
햇살이 대지에 골고루 퍼지기 시작하는 아침, 한해의 농사를 시작하는 농부들의 손길이 분주한 논밭이 이어지다 갑자기 큰 봉분 하나가 모습을 드러낸다. 신라 26대 진평왕의 무덤이다. 579년부터 632년까지 54년 동안 재위했던 왕의 무덤치고 정말 소박하다. 특별한 장식이나 그 흔한 철제 울타리도 없이 논 가운데 우뚝 서있는 모습이 당황스러울 정도다.
사위가 너무 조용해서일까, 무덤에 지천으로 피어난 애기똥풀과 민들레가 소근거리는 듯 느껴진다. 오랜 세월 능을 지켜온 나무가 왕의 말벗을 해주고 있는 듯 하다. 나무 그늘에 앉아 주변 풍경을 감상하다보면 천년의 시간이 머리카락을 간지른다.
◇바람도 졸고 가는 장항리 사지
구불구불 토함산 길을 달리다 보면 동남쪽 산자락에 석탑이 비죽 고개를 내밀고 있는 게 보인다. 국보 236호인 장항리 사지 석탑이다. 절의 이름이 전해지지 않아 마을 이름을 따 장항리 사지로 부른다. 계곡을 지나 산자락을 오르면 통일신라시대의 것으로 추정되는 두개의 탑이 남아있다.
5층석탑인 서탑은 화려하지 않지만 세련된 모습에 눈을 뗄 수가 없다. 동탑은 아쉽게도 많이 파괴돼 원형을 알아보기 어렵다. 동탑에서 떨어져나온 석재와 2단의 석조불대좌가 그 곁에 놓여있다. 석조불대좌 위에 놓여있던 석조 불상은 국립경주박물관에 전시돼 있으므로 함께 감상하면 좋다.
◇양동민속마을
여강 이씨와 월성 손씨의 집성촌인 양동민속마을은 아직도 후손들이 그대로 살고 있어 더욱 가치있는 마을이다. 200년 전 고택 50여채와 초갓집 등 150여채의 집들이 모여있다. 이 마을 출신으로 관광해설사로 일하고 있는 이지휴씨(58)는 “고인돌 유적이 남아있을 만큼 오랜 역사를 지닌 마을”이라며 “특히 조선시대 양반가문의 전통과 건축문화 등을 엿볼 수 있는 중요한 사적”이라고 말했다.
여강 이씨 종가인 ‘무첨당’(보물 411호)과 560년이 넘은 월성 손씨 종갓집, 임금이 성리학자 이언적(1491∼1553)에게 지어준 99칸짜리 집 ‘향단’(보물 412호) 등 조선 중기 고택들을 둘러보는 재미가 크다. 관광해설사의 꼼꼼한 해설을 무료로 들으면서 둘러보면 2시간 정도 걸린다. 경주역에서 포항방면 7번국도를 타고 가다 강동IC에서 p턴하면 된다.
◇신선암
남산에 위치한 신선암을 오르면 누구나 신선이 된다. 오랜 시간을 들이지 않아도 된다. 1시간 정도 오르는 호젓한 산행이다. 계곡도 만나고 꽃과 나무에 눈인사 하다보면 칠불암이라는 자그마한 암자가 나온다. 암자를 지나 절벽을 좀더 오르면 신선암이다. 바위에 새겨진 통일신라시대의 마애보살반가상(보물 199호)이 그곳에 있다. 손에 꽃을 들고 인자한 표정으로 세상을 굽어보는 불상의 모습에서 삶의 여유를 배우게 된다.
산행을 마치고 내려오면 등산로 초입에 위치한 찻집 도경돈교(054-742-2868)에 들러 다리를 쉬어가는 것도 좋다. 옆자리에는 “올개는 능금나무 꽃이 얼매나 많이 나는지”하며 국수 한 그릇을 앞에 놓고 이야기꽃을 피우는 촌로들의 입담이 정겹다. 안주인이 매콤달콤하게 쓱쓱 비벼준 비빔국수(3000원) 한그릇이면 산행의 출출함이 사라진다.
경주 | 글·사진 김영숙기자 eggroll@
출처-[스포츠서울 2006-05-03 14: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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