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나얀™♡【여행】

"바다 속 풍경 어때요?" "말도 마!"

피나얀 2006. 5. 14. 21:58

 

'쏴아~쏴아~ 철썩~철썩~' 파도가 밀려옵니다. 연한 잿빛구름으로 뒤덮인 하늘은 차라리 편안한 느낌입니다. 비라도 한바탕 쏟아지려는 듯 바람이 붑니다. 흰 거품을 앞세우고 파도는 뭍으로 한없이 밀려듭니다. 이곳 바다는 전남 여수 화양면 나진입니다.

 

▲ 연한 잿빛구름으로 뒤덮인 하늘은 차라리 편안한 느낌입니다. ⓒ2006 조찬현
ⓒ2006 조찬현


 

▲ 이곳 바다는 여수 화양면 나진입니다. ⓒ2006 조찬현
ⓒ2006 조찬현

갯벌과 바다 경계에서 하얀 바닷새가 종종걸음으로 바다로 향합니다. 갯바위 부근에도 철새 떼가 무리지어 날갯짓을 합니다. 새들은 파도를 즐기고 있습니다. 목을 길게 빼고 먼 바다를 바라보고 있습니다. 하늘로 날아올랐다 사뿐 내려앉아 사이좋게 놀고 있습니다.

갯가 모래밭에는 누군가 조개를 캐고 있습니다. 바다에서 해녀가 물질을 하는 모습이 보입니다. 반가움에 뜀박질로 바닷가로 다가갔습니다. 사진을 찍으려 하자 손사래를 칩니다. 이름을 물어도 모른다고 합니다. "나 성도 없소. 돈이나 될 거 같으면 애를 써서 갈쳐주지만 뭐 하러 내가 갈쳐줄꺼요?"하며 애써 외면합니다.

잠시 뜸을 들였다 다시 다가갈 궁리를 해야겠습니다. 먼저 물질을 마치고 뭍에 나와 있는 할머니에게 다가갔습니다. 할머니는 나뭇가지를 모아 불을 지핍니다. 바다 속에서 3~4시간 동안 물질을 해서 몸이 으슬으슬 춥다고 합니다.

 

▲ 할머니는 나뭇가지를 모아 불을 지핍니다. 바다 속에서 3~4시간 동안 물질을 해서 몸이 으슬으슬 춥다고 합니다. ⓒ2006 조찬현
ⓒ2006 조찬현


이분도 이름을 묻자 왜 묻느냐며 그냥 가라고 합니다. 그렇다고 그냥 물러설 수가 없습니다. 이런저런 세상사는 이야기를 하며 가져온 과자를 할머니에게 건넸습니다. 얼마나 시간이 지났을까요. 그제야 경계심을 풀며 내 이름은 "김가요, 김가~"하며 말문을 엽니다.

 

▲ 해녀 할머니는 주로 해삼을 잡는다고 합니다. ⓒ2006 조찬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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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녀는 김순심(70) 할머니입니다. "할머니! 이름도 참 예쁘네. 그런데 안 알려 주려고 그랬어요?" 할머니는 물질을 서른 살부터 했다고 합니다. 올해로 40년째입니다. 여수 앞바다 천지를 다 돌아다녔다고 합니다. 주로 해삼을 잡는다고 합니다. 여름철에는 청각도 채취하고요.

 

▲ 해녀는 김순심(70)할머니입니다. ⓒ2006 조찬현
ⓒ2006 조찬현


 

▲ 할머니는 물질을 서른 살부터 했다고 합니다. 올해로 40년째입니다. ⓒ2006 조찬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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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 수확량은 해삼 10kg입니다. 1kg당 7천원에 도매상으로 넘긴답니다. 할아버지는 18년 전에 돌아가셨답니다. 그 후 할머니 혼자서 4남매를 키우고 가르쳐 다 출가시켰다고 합니다. 사는 게 힘들다고 합니다.

함께 물질을 나온 할머니는 친구인 박순례(70)씨라고 알려줍니다. 언제나 함께 다닌답니다. 물질하며 다니는 바다의 풍경은 어떨까 몹시 궁금해서 할머니에게 물어봤습니다.

"바다 속 풍경 어때요?"
"말도 마! 바다가 오염돼서 바닥이 새까맣게 썩어가고 있어." 할머니는 매우 안타까워합니다.
"어때요. 해삼은 많이 잡혀요?"
"해마다 줄어들어. 작년의 반절도 안 돼! 우리 때 해 묵으면 그만이여~. 자식한테 물려주지도 못하고, 당대에 우리 뿐이지라우."

 

▲ 물질을 마치고 돌아옵니다. 오늘 수확량은 해삼 10kg입니다. ⓒ2006 조찬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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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활폐수가 바다로 흘러들어 오염이 심하다고 합니다. 가정에서도 세제 사용 등을 줄여야 한다고 합니다. 바다를 살리려면 오염방지가 가장 시급한 문제라며 할머니 나름대로 생각을 이야기합니다.

할머니는 바다에서 물질을 할 때 납덩이 대신 돌멩이를 매달고 다닌답니다. 납덩이는 무거워서 가지고 다니기 힘들어 현장에서 돌을 구해 사용한답니다. 이제는 나이 들어 힘이 많이 들고 몸이 불편하답니다. 무엇보다 옛날에는 해삼도 많이 나고 그랬는데 요즘은 바다가 오염돼 많이 안 잡혀서 더 힘이 든다고 합니다. 박씨 할머니도 할아버지가 외국(하늘나라)으로 돈 벌러 가서 할머니가 직접 벌어먹고 살아야 한다고 합니다.

외국산 때문에 국산 농수산물이 대접을 못 받는다고 합니다. 힘들게 일해서 수확해도 제 값을 못 받는답니다. 우리 늙은 사람들도 어느 나라 것인지 구분이 잘 안 가는데 젊은 사람들이 어떻게 알겠느냐며 큰일이랍니다. 우리나라 쌀도 남아도는데 쌀까지 수입하고 어패류 등의 수산물도 수입해서 제값을 못 받아 갈수록 힘이 든다고 합니다.

할머니는 마을 어촌계에서 3년간 계약했다고 합니다. 한 달에 20일 물질을 합니다. 한 달 수입은 평균 60~70만원이랍니다. "나이 묵으면 일 갈 때가 없어. 가는 데마다 나이 묵었다고 안 써줘." 여자나이 50살만 넘으면 시내 식당 등에서도 안 써준다고 말합니다.

 

▲ 키조개 한개와 "워매~! 봉 잡아 부렀네"하며 사진 찍으라며 소라를 다섯 개나 건네줍니다. ⓒ2006 조찬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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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할머니들이 건너편에 홀로 떠 있는 무인도 대섬을 닮아 보입니다. ⓒ2006 조찬현
ⓒ2006 조찬현


박씨 할머니가 "아저씨! 가져갈라요?" 하며 키조개를 하나 건네줍니다. 옆에 있던 김씨 할머니는 "워매~! 봉 잡아 부렀네"하며 사진 찍으라고 소라를 다섯 개나 건네줍니다. 해녀 할머니는 모닥불에 몸을 녹이고 오후 4시가 다 되어갈 무렵에야 늦은 점심을 먹습니다. 할머니 모습이 왠지 쓸쓸해 보입니다. 할머니들 모습이 건너편에 홀로 떠 있는 무인도 '대섬'을 닮아 보입니다.


덧붙이는 글
이 기사는 시골아이 고향,U포터뉴스에도 보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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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오마이뉴스 2006-05-14 10:5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