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처-[경향신문 2006-06-13 15: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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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마전 40대 중반의 여류 사진작가 한현주가 ‘섬 이야기’란 책을 냈다. 그녀의 표현대로라면 ‘여행을 하고, 하고, 또 하던’ 여행중독자인 작가가 4년전 부다페스트에서 만나 사랑에 빠진 남자와 함께 호주의 남쪽 외딴 섬에 드디어 닻을 내리고 정박한 이야기를 담고 있다.
집시처럼 방황하던 여행광이 대체 어느 곳이기에 그리 푹 빠져 뿌리를 박았을까? 그녀가 정착했다는 섬이 바로 호주 타즈매니아(Tasmania)다. 보통 사람들에겐 이름조차 생소하지만 여행광이라면 남극으로 가는 징검다리 격인 호주 최남단의 타즈매니아를 한번쯤은 들어봤을 것이다.
우리의 제주도처럼 호주사람들이 꼭 가보고 싶어하는 섬이 바로 타즈매니아다. 타즈매니아는 자연과 역사가 공존하는 섬이다. 동서로 315㎞, 남북으로 286㎞. 남한보다 조금 작은 면적에 인구는 50만명이 채 안된다. 타즈매니아의 주도 호바트는 시드니에 이어 2번째로 세워진 도시. 죄수들을 끌어와 대륙건설을 위한 원목을 베어낸 이야기도 구구하다.
200년 된 잼공장을 솜씨 좋게 개조한 호바트의 아트호텔에 짐을 풀고 첫날은 살라만카시장, 마운틴 필드 국립공원과 로스 같은 작은 소도시, 마운틴 크레이들 국립공원을 차례로 들렀다.
시장과 도시 얘기는 나중에 하자. 타즈매니아에서 가장 먼저 가슴에 박히는 것은 자연이다.
지난 1997년 타즈매니아를 둘러봤을 때 푸른 바다와 깊은 숲을 보고 무척 놀랐다. 산은 산대로, 바다는 바다대로 독특하다. 사람의 손길을 많이 타지 않아 자연이 자연답게 남아있다.
마운틴 크레이들(1,545m)은 타즈매니아를 방문하는 외국인들이 홀딱 반한다는 산이다. 우리로 치면 백두산 천지 같다고 생각하면 될 듯하다. 산 정상 부근에 호수가 펼쳐져 있는데 한바퀴 도는데 3시간 정도 걸린다. 가장 짧은 코스가 이 정도이고 제대로 둘러보려면 1주일 정도는 잡아야 한다. 대피소에서 묵으며 1주일 정도 트레킹을 하는 프로그램은 수백만원의 고가임에도 많은 사람들이 찾는다고 한다.
크레이들은 정상부근의 바위고봉이 요람(Cradle)처럼 생겼다고 해서 붙은 이름이다. 호수의 물은 투명하고 푸르며 맑았다. 여름에는 수영도 즐길 수 있다. 등산로는 나무판자를 깔아놓았다. 빙하기 때인 1만년 전에 생성된 이 지역은 흙이 푸석푸석한 고원지대라서 한 번 망가지면 쉽게 복구하기 힘들어 이런 산책로를 만들었다고 한다.
풍경도 풍경이지만 정작 기자를 즐겁게 한 것은 어디서나 쉽게 만날 수 있는 야생동물이다. 새끼돼지만큼 큰 주머니쥐 포섬, 캥거루의 사촌격인 월러비, 새끼곰을 닮은 웜뱃, 오리입을 가진 오리너구리, 생각보다 귀여운 고슴도치….
특히 웜뱃과 월러비는 통나무집 바로 앞까지 찾아와 어슬렁거리며 사람들을 무서워하지 않는 까닭에 직접 만져볼 수도 있다. 나무 장작을 때는 롯지에 묵으며 커피 한잔 들고서 집앞까지 찾아온 새끼 캥거루와 이야기를 나눈다고 상상해보라. 야생동물과 친구가 될 수 있는 곳은 드물다.
이런 크레이들 마운틴의 아름다움을 알린 사람은 오스트리아 출신의 탐험가 바인도르퍼였다. 1910년 타즈매니아에 온 그는 1932년까지 산자락에 통나무집을 짓고 살면서 타즈매니아의 아름다움을 보존하려 노력했다. 국립공원으로 지정된 것도 그의 노력 덕분이다.
타즈매니아에서 만난 아내를 먼저 떠나보낸 그는 외롭게 살다가 세상을 떠났다. 죽기 직전 그의 친구들은 산자락의 야생동물 뿐이었다고 한다. 지금도 그가 지었던 나무집은 그대로 보존돼있다.
크레이들과 비교되는 산자락은 필드마운틴. 산책로는 마치 원시림 같다. 이끼가 낀 고목들은 키 큰 유럽인 서너사람이 팔을 맞잡아야 할 정도로 굵다. 수백년은 되어 보일 것 같은 유칼립투스 나무가 고작 100년 정도 자란 거라니 그저 놀랍기만하다.
이런 숲에 한발자국만 들여놓으면 마치 태초의 땅으로 시간이동을 하는 것 같은 착각이 들게 한다. 나무는 하늘을 찌르고, 공룡시대부터 끈질긴 생명을 이어왔다는 고사리과의 관중이 여기저기서 뿌리를 내렸다.
광활한 목장지대도 아름답다. 호주사람들은 목장이 뭐 볼 게 있느냐고 생각할지도 모르지만 한국인들은 하늘과 맞닿은 드넓은 목초지가 아마 울울창창한 숲보다 더 부러울지도 모르겠다. 땅 한 평을 얻기 위해 귀퉁이마다 돌담을 쌓아 다락밭을 만들었던 우리와 비교하면 타즈매니아 중부의 목초지대는 광활하다.
해밀턴의 커링가목장에서 만난 팀과 제인부부는 두사람이 9만평의 목초지에 3,000마리의 양을 키우고 있다고 했다. 양치기 개를 불러 양몰이 시범을 보여주던 그는 땅 한귀퉁이를 뚝 떼어내 철조망을 치고 십수년째 ‘방치’해 놓았다. 자연을 그대로 두니, 흰머리독수리 등 희귀조와 야생동물들이 모여들더란다.
한적한 시골 목장주가 이렇게 환경과 자연을 생각할 정도이니 타즈매니아의 자연 앞에 입이 딱 벌어지는 것은 당연한지도 모른다. 목초지 한가운데 나무 서너그루만 박힌 목장. 와인잔을 닮은 와인글래스베이 등 고운 해변도 많다.
관광청 자료에는 타즈매니아의 매력을 황량함(Wilderness)이라고 했다. 꾸미지 않아 더 가슴을 파고드는 섬. 그런데선 역마살이 낀 사람이라도 한번쯤 뿌리 내리고 살고싶나보다.
▲여행길잡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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타즈매니아는 지금 겨울이다. 산악지역을 제외하고는 영하로 떨어지는 날은 드물지만 겨울옷
준비가 필수. 시차는 한국보다 1시간 빠르다. 호주비자는 주로 전자비자로 대사관을 찾아가지 않아도 발급받을 수 있다. 항공권을 살 때 여행사나
항공사에서 처리해준다. 반드시 확인하는 게 중요하다.
타즈매니아는 시드니와 멜버른 등 주요도시에서 모두 들어갈 수 있다. 하루에 5~6차례 이상 비행기가 뜬다. 가장 가까운 멜버른의 경우 1시간15분 정도 걸린다. 멜버른에서는 스피리트 오브 타즈매니아(www.spiritoftasmania.com.au) 등 크루즈로도 들어갈 수 있다. 저녁배를 타면 새벽에 호바트에 도착한다. 호주 국내선 항공기의 경우 저가항공사(virginblue.com.au)가 많다.
버진블루의 경우 멜버른~호바트가 편도 10만원이 채 안된다. 대신 항공기 내에선 커피 한잔도 사서 먹어야 한다. 헨리존스아트호텔(www.thehenryjones.com)은 개관한 지는 얼마되지 않았지만 수상경력이 많은 호텔이다. 크레이들마운틴 롯지(03-6492-1303)도 아늑하고 좋다.
호바트에서 포트 아서(www.portarthur.org.au, 1800-659-101)는 2시간이면 갈 수 있다. 커링거목장(www.curringafarm.com 03-6286-3332)에서도 롯지가 있다. 이밖에 로스빌리지 베이커리(www.rossbakery.com.au 03-6381-5246)는 유명한 빵집이다.
▲호바트의 명소 ‘살라만카 벼룩시장’
타즈매니아의 주도 호바트는 시드니에 이어 두번째로 세워진 도시다. 18세기 영국과 프랑스가 앞다퉈 식민지를 건설할 때 영국인들은 이 땅이 프랑스에 넘어갈까 두려워 서둘러 식민도시를 만들었다. 1804년이었다.
식민지 건설 초창기의 흔적을 보려면 배터리 포인트로 올라가면 된다. 바다가 한눈에 내려다보이는 배터리 포인트 주변에는 150년이 넘는 건물들이 많다. 영국 조지왕때 유행한 화려한 치장이 없고 담백한 조지언스타일의 건축물이 많다. 마치 영국의 작은 마을에 온 것 같은 느낌을 준다.
유럽인에게 호바트는 요트경기로 유명하다. 해마다 외신을 통해 보도되는 시드니 앞바다의 요트레이스 출발점이 바로 호바트다. 수백척의 요트가 정박한 항구는 지중해와 비슷하다. 호바트는 남극투어의 기점이기도 하다. 남극까지 배로 12일이면 갈 수 있다.
호바트에서 가장 이름난 명소는 매주 토요일에 열리는 살라만카 시장. 일종의 벼룩시장이다. 자신이 직접 재배한 과일과 꿀을 들고 나온 농부에서부터 독특한 의상, 조각이나 미술품까지 파는 물건도 종류가 다양하다. 좌판은 약 300여개나 된다. 상인뿐 아니라 관광객들에게 연주솜씨를 뽐내는 미래의 아티스트도 많다.
열 살이 채 안 돼보이는 어린 소녀가 바이올린을 연주하고, 초등학교 4~5학년쯤 되는 소년 기타리스트가 팝송을 부른다. 연주 솜씨는 아직 서툴지만 여행자들에겐 훌륭한 구경거리. 기타박스에 동전을 던져주며 아낌없이 박수를 보내준다.
시장 귀퉁이의 카페에 커피나 막 구워낸 소시지를 들며 시장 구경 하다보면 금세 한나절이 후딱 흐른다. 보통 오전 9시부터 오후 3시까지 열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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