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나얀™♡【패션】

비오는 날 ‘레인코트’ 쑥스러워 말자

피나얀 2006. 6. 23. 01:12

출처-[조선일보 2006-06-22 18:12]  

 

어렸을 때 나에겐 노란 색의 레인코트가 있었다. 비 오는 날 아침이면 얼른 옷장에 달려가 레인코트를 꺼내 입고 비가 고여있는 골목길을 찰방찰방 뛰어다니던 기억이 난다.

 

그런데 어른이 되고 나서부터 이 레인코트가 여간해선 입기 쉽지 않은 아이템이 되어버렸다. 일단 다른 사람의 시선이 부담스러워진데다가 비가 온다고 레인코트를 입기가 왠지 남우세스럽게 느껴졌기 때문이다.


 

장마철 패션의 가장 큰 고민은 에어컨 바람이 싱싱 불어대는 실내와 차가운 빗방울이 쉴 새 없이 몸을 가격하는 실외를 어떻게 조화롭고 편하게 오갈 수 있느냐다. 최대한 가볍고 짧게 입으려다 보면 실내에서 부는 차가운 바람에 몸을 부르르 떨다가 여름감기에 고생하기 쉽고, 실내에 맞추어 입자니 허벅지까지 올라오는 흙탕물에 망가지기 때문이다.

 

또 하나의 걱정거리는 신발과 양말. 운동화를 신자니 세탁할 생각에 머리가 아프고, 구두를 신자니 건조한 후에 쭈글쭈글해진 구두모양이 눈에 선해 망설여진다. 제일 거슬리는 것은 푹 젖어버린 양말. 축축한 발을 한 채 하루 종일 회사에 있다 보면 짜증이 나기 마련.

 

사실 무슨 구두를 신느냐 보다는 실내에 들어왔을 때 애프터 케어가 더 중요하다. 부드러운 천으로 물기를 말끔히 닦아 건조시킨다. 그리고 사무실에 양말이나 스타킹 없이 신을 수 있는 플랫 로퍼(Flat Loafer)를 비치해 놓고, 항상 갈아 신을 수 있도록 한다.

 

하의는 젖으면 딱 달라붙어 잘 마르지 않는 진보다는 가볍고 금방 건조되는 면이나 마소재의 바지, 또는 짧은 정장 스커트를 입는다. 가방은 큰 사이즈의 가죽 백 금물. 그렇다고 유치하게 비닐로 된 백을 다니는 것도 금물이다.

그러나 뭐니뭐니해도 가장 최선의 선택은 레인코트. 속에 정장을 입어도 전혀 무리가 없고, 확실히 방수가 된다. 최대한 얇은 폴리에스테르 소재의 천을 선택하고 색깔은 은은한 광택이 도는 실버나, 아예 확 눈에 띄는 옐로우, 오렌지 계열을 택한다.

 

남자는 허리 아래로 내려가는 것 보다 후드가 붙어있는 스포츠 재킷스타일이 좋다. 여자는 무릎 밑에까지 내려가는 풍성한 레인코트에 가느다란 벨트를 해서 허리를 강조함으로써 우아하고 세련된 볼륨감을 자랑한다. 무엇보다 비 오는 날엔 깔끔한 실루엣을 만드는 것이 좋다. 지저분하게 레이어드를 하기 보다는 레인코트를 입었을 때 전체적인 라인이 레인 코트 안으로 정리가 되거나 하나로 통일한다.

 

며칠 전, 폭우가 쏟아지던 날 옷장을 뒤지던 나는 오래 전에 사둔 브라운 컬러의 레인코트를 발견했다. 한참을 망설이던 나는 그 레인코트를 걸치고 집을 나왔다. 괜스레 두리번 거리며 길을 걸어가던 나는 얼마 안 있어 후드와 어깨 위로 떨어지는 빗방울들의 감촉을 즐기게 되었다.

 

그리고 조금의 시간이 지나자, 주위 사람들이 나를 쳐다봤지만 별로 신경 쓰이지 않았다. 오히려 어깨와 소매가 젖은 채 비를 피하려는 그들이 불쌍해 보인데다가 멋이란 약간의 부담감을 즐길 줄 알아야 실현 가능한 것이라는 것을 깨달았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