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처-[연합르페르 2006-07-06 10: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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뜨거운 햇빛이 작열하는 여름, 빙하 위는 몸을 오슬오슬 떨게 만드는 겨울이다. 남극과 북극이 아닌데도, 주위는 모두 화사한 날씨에 흰 눈을 벗어던지고 맨살을 드러냈는데도 그곳은 여전히 동토였다.
날씨에 대한 고정관념은 거대한 얼음 덩어리와 대면한 순간 완전히 깨지고 말았다. 지구상에서 유일하게 인간이 '구경'할 수 있다는 애서배스카 빙하로 가는 길은 꽤나 번거로운 절차를 밟아야 했다.
밴프 국립공원과 재스퍼 국립공원의 가장자리에 위치한 콜롬비아 빙원은 지금도 전진과 후퇴를 반복하며 서서히, 하지만 강력하게 활동하고 있다. 이곳에서 녹은 물은 태평양, 대서양, 북극해 등 3곳으로 흘러들어갈 만큼 광대하다. 서울시의 절반 크기인 빙원에 매달린 빙하 가운데 잠시나마 들러볼 수 있는 곳은 애서배스카 빙하뿐이다.
강설량이 녹는 양보다 많을 때 생기는 빙하는 30m의 눈이 압력을 가했을 때 발생한다고 한다. 눈이 10층 건물의 높이만큼은 쌓여야 된다는 말이다. 북미 대륙에서 가장 큰 콜롬비아 빙원(氷原)에는 해마다 10m가 넘는 눈이 내린다고 한다.
빙하 여행의 출발점인 주차장에는 '1844'라는 숫자가 적힌 푯말이 있었다. 160여 년 전에는 빙하가 이곳까지 내려와 있었다는 표식이다. 빙하가 사라진 자리에는 잿빛 흙과 돌이 남아 황량하게 느껴졌다.
지구 온난화의 영향인지, 아니면 기후 변화의 순리에 의해서인지는 확실치 않지만 현재 빙하의 면적은 분명히 줄어들고 있다. 과학자들은 몇 백 년이 지나면 콜롬비아 빙원이 완전히 없어질지도 모른다는 섣부른 예측을 하고 있다.
동심으로 돌아가는 빙하 여행
아이스필드 센터(Icefield Centre)에서 표를 사면 15~30분마다 출발하는 버스에 탑승하게 된다. 빈자리가 거의 없는 버스는 오르막길을 천천히 올라갔다. 좌우로는 빙하가 운반해서 쌓아놓은 빙퇴석과 관목들이 보인다.
눈을 뭉쳐 만든 눈사람이 녹으면 흙이나 모래가 나오는 것처럼, 빙하에도 토사가 포함돼 있기 마련이다. 빙퇴석은 강의 하류에서 퇴적한 흙처럼 입자가 곱지 않다. 돌멩이부터 점토까지 크기가 제각각이다.
관목은 추위가 싫은지 모두 펄럭이는 깃발처럼 태양이 비치는 쪽으로 가지가 쏠려 있었다. 매서운 바람과 공생하기 위한 고육지책인 모양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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버스는 본격적인 빙하 투어가 시작되는 지점까지만 안내하고 다시 내려갔다.
설상차(Snocoach) 여러 대가 승객을 기다리고 있었다. 캘거리에서 특별히 제작해 공수된 차량들은 날씨에 따라 엔진의 상태가 달라진다고
했다. 설상차에 올라타기 전 정오임에도 불구하고 온도계는 영하 2℃를 가리키고 있었다.
가파른 경사로를 기어가는 설상차는 웬만해선 속도를 내지 않았다. 차가 다닐 수 있도록 정비된 도로 옆으로는 눈이 쌓여 있고, 좁은 고랑 사이로 물이 졸졸 흘렀다. 빙하 투어의 최종 목적지까지는 10분 정도. 빙하에 발을 디딘 사람들은 어린아이마냥 탄성을 지르고 뛰어 다니기에 바빴다. 아쉽게도 운전기사 겸 가이드는 15분만을 허락했다.
눈으로 직접 관찰한 빙하는 냉장고에서 얼린 얼음과는 겉보기부터 달랐다. 작은 알갱이들이 뭉쳐 있는 것 같은 빙하에는 구멍이 뚫려 있고, 먹어보니 '아삭아삭'하는 식감이 과자를 씹는 듯했다.
여름이면 빙하수를 뜨기 위해 물통이나 컵을 들고 가는 이들도 심심치 않게 보인다. '빙하'라는 것을 직접 만져보고 느껴볼 수 있다는 사실에 감격한 사람들은 반소매 차림이 춥지도 않은지 정신없이 돌아다녔다.
애서배스카 빙하 관광은 철저하게 '안전'과 '보호' 위주로 진행된다. 실제로 자유롭게 활동할 수 있는 공간은 극히 제한적이다. 빙하 너머에는 눈이 수북이 쌓인 공간이 있지만 발자국이 없다는 것은 그곳이 매우 위험하다는 것을 의미한다. 빙하 속에 생기는 깊은 균열인 크레바스(Crevasse)가 어디에 도사리고 있을지 모르기 때문이다. 프로 산악인도 손쓸 틈 없이 목숨을 잃을 수 있는 곳이 바로 크레바스다.
따라서 호기심은 적당한 선에서 그쳐야 한다. 또한 가이드는 빙하에 손상이 가지 않도록 쓰레기를 버리지 말아 달라고 여러 차례 강조했다. 설상차와 빙하 관광 상품은 사유물이지만, 빙하 자체는 모두의 재산인 탓이다.
빙하 여행은 짧았지만 강렬한 잔상을 남겼다. 탐험가가 아닌 이상에야 어떻게 빙하를 밟을 수 있었겠는가. 다만 빙하가 줄어들지 않고 그대로 있어주기만을 바랄 뿐이다.
▲ 여행정보 = 올해는 10월 15일까지 운행한다. 9월 30일까지는 오전 9시부터, 10월에는 10시부터 투어가 시작되며 종료 시간은 오후 5시다. 소요 시간은 1시간 30분이다. 요금은 성인이 33.95캐나다달러, 어린이(6~15세)가 17캐나다달러다. www.columbiaicefield.com, 1-877-423-74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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