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나얀™♡【여행】

와~ 따뜻한 젖이나와!

피나얀 2006. 8. 30. 20:51

 

출처-[경향신문 2006-08-30 15:45]

 

 


돌아오는 ‘놀토’(노는 토요일)에는 어디로 가면 좋을까. 지난 3월부터 전국 초·중·고교의 ‘놀토’가 주 2회(둘째·넷째 토요일)로 확대되면서 ‘무언가 보여줘야 하는’ 학부모들의 부담도 그만큼 늘어났다. 방학인가 싶더니 어느새 개학. 9월 중 가볼 만한 ‘놀토’ 체험학습 여행지를 골랐다. 이기헌(10·서울 예일초 3), 박채송(8·서울 청구초 2) 두 어린이가 ‘어린이 대표’로 체험학습여행에 동참했다.

 

“자, 엄지랑 검지로 꽉 잡고 다른 손가락으로 차례로 감싸는 거야. 하나, 둘, 셋, 넷….”

“하나, 둘, 셋… 으악! 저 산양이 뒷발로 차려고 해요!”

 

산양 젖을 짜다 말고 기헌이가 소리를 지르며 뒤로 물러섰다. 산양이 겨냥한 것은 물론 기헌이가 아니었다. 옆집에서 키우는 개나 고양이를 빼면, 이렇게 가까이서 동물을 쓰다듬어 보는 것은 처음. 물론 젖 짜는 것도 처음이다. 슬금슬금 겁을 냈지만 나중엔 아예 올라탈 기세다.

 

이날의 체험학습지는 충남 청양군. ‘청양고추’의 산지인 바로 그 ‘청양’이다. 코스는 산양체험, 식물원 구경, 누에체험이다. 당일에 소화하기엔 빡빡한 일정. 오전 8시30분쯤 서울을 출발했다. 청양까지는 3시간, 각 체험장들은 각각 20분 정도 거리다.

 

산양이나 누에는 평소에 접하기 어려운 체험이다. 기대에 들뜬 아이들은 차 안에서 미리 질문지를 만들었다. 1. 산양 젖은 언제 짜요? 2. 젖 짜면 바로 먹을 수 있어요? 3. 하루에 몇 통이나 짜요? 4. 보통 산양은 사납다는데 목장에 있는 애들은 왜 순해요? 채송이가 손을 번쩍 들었다. “나 알아! 사람과 오래 같이 있어서 경계심이 없어진 거야. 그러니까 우리는 목장에 가서 아저씨들과 옷을 바꿔 입어야 해.”

 

▶AM 11:50

 


▲말랑말랑 산양젖…우유맛이야

 

#해맞이 목장 산양체험

 

그러나 옷을 바꿔입을 필요는 없었다. 산양들은 순하디순했다. 온몸이 흰색이고, 생김새는 염소를 닮았다. 천연기념물 산양과는 관계없는 동물이다. 젖을 얻기 위해 기르는 자아넨 종으로, 스위스 베른 자아넨 골짜기가 원산지다. 시중에 유통되는 산양젖은 대개 이 자아넨의 젖이다.

 

산양체험을 하기 위해 찾은 곳은 청양군 남양면 용두리 ‘해맞이 목장’. 산양젖을 대량 생산·공급하는 목장이 아니라 동물 체험장이다. 1~2년생 산양 18마리와 말, 닭, 개 등이 있다. 갓 꺼낸 계란도 만져보고, 말도 쓰다듬어 보더니 아이들은 이내 산양젖 짜기에 정신이 팔렸다. 직접 짠 젖도 먹어볼 수 있다. “우유 맛이랑 비슷한데 따뜻해요.”

 

질문에 대한 답은 이렇다. 1. 매일 아침·저녁 하루 2회 짠다. 출산 직전 2개월만 빼고 1년 내내 짠다. ‘부모님이 돌아가셔도 젖은 짜야 한다’는 말이 있다. 제때 짜주지 않으면 젖이 불어 염증이 생길 수 있다. 2. 산양젖은 소화력이 좋다. 우유를 먹으면 설사를 하는 사람도 불편 없이 먹을 수 있다. 가격은 일반 우유의 2.5배. 3. 산양 한마리당 하루에 3~4ℓ 정도 짠다. 채송이가 종알거렸다. “나 크면 이런 농장 만들어서 산양이랑 돼지랑 말이랑 기를 거야. 매일매일 젖 짜먹을 거예요.”

 

▶PM 01:30

 

▲꽃이름 알아보고 비누도 만들고…

 

#고운식물원

 

 


고운식물원은 칠갑산 자락 11만평을 일궈 7,000여종의 식물을 모아놓은 곳이다. 그러나 아이들은 식물원 한편에 마련해놓은 미니 동물원에 관심이 더 많았다. ‘꽃이름 3개씩 알아가기’ 숙제를 냈지만, 꽃사슴만 열심히 들여다봤다. 그 덕에 꽃사슴 우리 앞의 ‘속새’는 확실히 배웠다. 딱딱한 줄기 표면에 홈이 있어 예전엔 손톱깎이 대신 썼다고 한다.

 

식물원 체험교실에서 ‘허브비누 만들기’와 ‘나무곤충 만들기’를 했다. 아이들은 다듬어놓은 조각을 붙이기만 하면 되는 나무곤충보다 허브비누를 더 재미있어했다. 비누 덩어리를 간 다음 라벤더 오일을 넣고 손으로 주물러 비누를 만든다. 기헌이는 조금 전에 본 벌집 모양을, 채송이는 네잎클로버 모양의 비누를 만들었다.

 

식물원을 걸어서 돌아보는 데 서두르면 1시간, 천천히 보면 2시간 정도 걸린다. 산자락이기 때문에 야트막한 언덕을 올라갔다 내려오는 셈. 아직까지 한낮은 덥고, 오후 4시쯤 되면 제법 선선해진다. 계속 걷는 것이 힘들지 않을까 걱정했지만 아이들은 걸을 만하다는 반응이었다. 기헌이가 어른처럼 말했다. “여긴 서울처럼 매연이 없어서 공기가 상쾌한 것 같아요.”

 

▶PM 05:00

 

▲아빠 넥타이 고치 20개면 된대!

 

#계봉농원 누에체험

 

“누에는 50일 정도 살아. 알에서 깬 뒤 허물을 벗고(4번) 고치를 짓는 데까지 25일 정도 걸려. 고치 속에 8일 있으면 번데기가 되고, 또 8일이 지나면 나방이 돼. 고치를 뚫고 나온 나방은 3~4일 정도 있다가 알을 낳고 죽는 거지.”

 

유원조 계봉농원 대표의 설명에 아이들은 듣는 둥 마는 둥 돋보기로 실낱만 한 새끼누에를 들여다보느라 정신이 없었다. 누에 크기가 새끼손가락(3령) 정도 돼야 관찰하기 좋은데, 아직 철이 일러 실낱만 했다. 누에는 뽕잎만 먹기 때문에 뽕잎이 있는 6~7월, 9~10월에만 칠 수 있다.

 

어른 엄지손가락 한마디만 한 고치를 흔들면 번데기가 벽에 부딪혀 달그락거리는 소리가 난다. 고치를 물에 끓이면 흐물흐물해지는데, 여기서 명주실을 뽑는다. “고치 한개에서 실이 얼마나 나올 것 같니?” “…1m?” “니가 지금까지 뽑은 것도 그 정도는 되겠다야. 1~1.5㎞ 정도 돼.”

 

고치 20개면 실크 넥타이, 200개면 원피스를 만든다. 요즘 누에를 치는 목적은 실보다는 약재에 있다. 고치를 짓기 전의 누에를 갈아 한약재나 ‘누에그라’를 만드는 데 쓴다.

 

오후 6시30분쯤 누에 농장을 떠났다. 집에서 키워보려고 누에 몇 마리와 뽕잎을 얻어왔다.

가방이 제법 두둑하다. 쓰다 만 체험과제학습장 옆에 오늘 만든 비누, 나무곤충도 들어 있다. 휴대전화가 울렸다. 엄마다. “엄마, 엄마, 나 오늘 산양 젖도 짜고, 식물원 가서 꽃사슴도 보고, 누에고치장에 가서 누에도 얻어왔다! 그리고오….”

 

▶청양 여행길잡이

 

 

 

서울에서 청양까지 왕복 6시간 걸린다. 당일치기로 3곳을 모두 보기엔 시간이 빠듯했다. 오전 8시30분쯤 출발, 서울에 돌아온 시간은 오후 9시30분이었다. 아이들에게 재미있었던 순서를 꼽아보라고 했더니 입을 모아 ‘산양, 누에, 식물원’이라고 말했다. 산양·누에는 체험장이 작기 때문에 미리 예약해야 한다. 청양까지는 경부고속도로~천안·논산간 고속도로~정안IC~23번 국도~36번 국도 청양 방향을 이용한다.

 

◇해맞이목장=

 

36번 국도~청양읍~29번 국도 부여방향~금정4거리~606번 지방도로 남양방면~남양면소재지~파출소앞 4거리에서 좌회전. 1㎞쯤 간 뒤 공사 중인 다리 옆의 용두교를 건넌다. 비포장 도로, 용두1리 마을회관, 양어장을 차례로 지나면 팔각정이 나오는데, 팔각정을 끼고 우회전하면 목장이 나온다.

 

이정표가 없어 길을 몇번 잃었다. 남양면쯤에서 전화(김윤호 대표 010-4456-5111)로 확인하는 것이 낫겠다. 해맞이목장은 오는 9월부터 본격적으로 체험 프로그램을 실시한다. 산양 젖짜기, 먹이주기, 산양요구르트 시식이 포함되며 체험비 1인 8,000원. 토·일요일만 가능하며 사전 예약해야 한다.

 

◇고운식물원=

 

남양면 파출소앞 4거리에서 610번 지방도로를 타고 1.5㎞쯤 달리다 4거리에서 좌회전, 청양읍 방향으로 간다. 청양읍 입구 군량교에서 군량리 방향으로 올라가면 된다. 곳곳에 이정표가 있기 때문에 찾기 쉽다.

 

만들기 체험은 주중엔 단체만 가능하지만, 주말엔 개별 입장객도 할 수 있다. 체험비용 나무곤충 2,000원, 허브비누 1,000원. 식물원 입장료 성인 8,000원 초·중·고교생 4,000원. 개관시간 오전 9시~오후 6시 (041)-943-6245 www.kohwun.or.kr

 

 


◇계봉농원=

 

청양 입구에 있기 때문에 첫 일정이나 마지막 일정으로 잡으면 된다. 36번 국도 정산4거리에서 유구방향 39번 국도로 갈아탄 뒤 3㎞쯤 가면 오른쪽으로 해남리, 백곡낚시터 가는 길이 나온다. 1㎞쯤 가다 3거리에서 좌회전, 해동암 방향으로 700m쯤 가면 왼쪽편에 흙집으로 지은 계봉농원이 나온다. 이정표도 없고, 동네 사람들도 잘 모른다.

 

누에체험은 9월14일부터 10월말까지 주말에만 실시한다. 체험은 누에에게 뽕잎 먹여보기, 누에 실뽑기, 다식 만들기, 점심식사(뽕잎칼국수 또는 산채비빔밥) 포함해 1인 1만원. 직접 길러볼 수 있도록 누에 4~5마리를 준다. 미리 예약하는 편이 좋다. (041)943-579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