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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ODAY 스크랩】주먹같은 함박눈이 쏟아지는데, 거긴 말짱해?

피나얀 2007. 1. 26. 22:41

 

출처-[오마이뉴스 2007-01-26 18:00]



▲ 우산을 쓰지 않고는 길을 걸을 수 없을 정도로 쏟아지는 눈.
ⓒ2007 한미숙

느지막이 일어나 점심을 준비하고 있을 때였다. 거실이 점점 어두워져서 불을 켰다. 날씨가 흐리려나, 하면서 앞 베란다 창을 바라보니 주먹만한 함박눈이 쏟아져 내리고 있었다.

"와, 정말 펑펑 내리는구나!"

세상이 삽시간에 하얗게 변하고 있는데, 문득 친정엄마 생각이 났다. 눈이 내리면 바깥엔 절대 나가면 안 된다고 미리 알려드려야지 싶었다. 노인네가 행여 미끄러운 길을 걸을까 봐서.

전화를 하니 초등학생인 조카 애가 받는다.

"여기 눈 엄청 많이 오는데, 할머니 밖에 나가시지 말라고 해."
"고모, 무슨 소리야? 여긴 햇빛이 오락가락하는데…."
"뭐, 지금 함박눈 쏟아지는데 거긴 말짱하다고?"
"와, 고모는 진짜 좋겠다!"


▲ 아들아이가 노란우산을 쓰고 제 아빠와 나들이를 간다. 녀석은 우산을 사놓고 이제서야 쓸 수 있다고 좋아한다. 엄마는 길이 얼까봐 걱정인데...
ⓒ2007 한미숙

경기도 구리에 사는 친정엄마가 사시는 동네는 날씨만 조금 흐릴 뿐이지 눈이 아직 내리지 않는다고 한다. 대전과 구리는 버스로 두 시간거리인데, 어쩜 그리 다를까. 가깝고도 먼 거리를 다시 한번 실감한다.

엄마는 오히려 길이 미끄러운데 조심하라면서 내가 드릴 말씀을 먼저 하신다.

잠시 후에는 딸아이한테서 전화가 왔다. 눈이 너무 많이 내려서 오늘 야간자습은 못한다고 한다. 밤에 올 때 차를 타고 올 일이 걱정되는 모양이었다. 한 반 친구들 거의 모두는 오늘 일찍 집에 들어가기로 했단다.

눈 내리는 길, 자동차도 사람도 서로 조심해야 할 것이다. 벌써 밀려 있는 퇴근길이 눈에 선하다.

▲ 앞에 가는 아저씨 오른손엔 우산 하나가 더 들려 있다. 마중을 가는 것 같다.
ⓒ2007 한미숙