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처-[매거진t 2007-03-02 12:10]
<행복한 여자>의 보쌈김치
‘김치 없인 못 살아 정말 못 살아~ 짠! 나는 나는 너를 못 잊어~ 짠! 짠! 짠!’우리가 김치 없이 못 사는 민족임은 분명하지만 이렇게 노래까지 지어 부를 정도라니 우리의 김치 사랑은 가히 집착에 가깝다. 특히 요즘에는 담근 지 3년이 지난 묵은지란 것이 유행인지라 삼겹살에도, 고등어찜에도, 감자탕에도 묵은지를 곁들여 내는 것이 당연한 일이 되었지만, 묵은지의 맛이 암만 좋아도 봄바람 탄 입맛 변덕에는 당할 수가 없다. 봄에는 묵은 김장김치는 조금 물려두고 새 김치를 담가 먹어야 봄이 온 것 같으니 말이다. 없으면 안 되는 김치, 여기서는 말썽꾼
지연(윤정희)의 친정에서는 봄, 여름, 가을, 겨울, 눈이 오나 바람이 부나 늘 김치를 담근다. 보쌈김치를 만들어 큰 식당에 납품을 해 자식들을 키우고 시집을 보낸 친정 엄마에게 김치 만드는 일은 생활이자 스스로를 지켜주는 버팀목이며 마지막 자존심이기도 하다. 큰돈은 벌지 못했어도 먹고살 정도는 되니 괜찮고, 누구에게나 인정받는 맛있는 김치를 만들고 있으니 음식 만드는 사람으로서는 더 부족할 것이 없는 법. 하지만 지연의 시댁에서는 그놈의 김치가 늘 말썽이다.
변변치 않은 학벌의 지연이를 며느리로 맞은 변 여사(사미자)는 그 하나만으로도 지연이가 부끄러워 죽을 지경이지만, 무엇보다 고작 집에서 김치나 만들어 파는 가난한 사돈이 더욱 마음에 들지 않는다. 게다가 아버지가 바람 피워 낳은 딸을 며느리로 맞아들이게 되다니 두고두고 변 여사에게 지연이를 구박할 꼬투리는 마르고 닳지 않는다. 그래도 입맛을 속일 수는 없는지, 시댁에서도 지연이네 집에서 보내주는 보쌈김치는 꼬박꼬박 맛나게 잘 챙겨 먹고 김치가 떨어지면 김치가 언제 오나 고대를 하게 되니 지연에게 보쌈김치란 고된 시집살이의 시작이자 축복받지 못한 결혼생활을 이어주는 아슬아슬한 끈이기도 하다. 김치의 꽃, 보쌈김치
보쌈김치가 곧 시집살이요, 결혼생활의 위태한 끈이라니 그 맛이 왠지 조금은 씁쓸한 듯하지만 사실 보쌈김치는 김치의 꽃이라 할 만큼 맛있고 고급스럽다.
물론 봄날의 김치라고 하면 봄동에 살짝 양념을 해서 만든 봄동김치도 좋고 달콤한 알배추로 담그는 겉절이도 좋지만 이제 철이 지나면 다음해 겨울에나 먹을 수 있는 해물을 듬뿍 넣어 호화로운 보쌈김치를 담가 먹는 것도 괜찮다. 큰 배춧잎에 배추, 무, 배, 낙지, 굴, 새우, 밤 등을 넣어 입에 착 붙게 잘 버무린 김치를 넣고 곱게 감싸 시원하게 익힌 보쌈김치는 달큰한 배추에 신선한 해물의 깊은 맛이 어우러져 맛도 좋고 모양도 고와서 고마운 분들을 위한 선물에도 마땅하다.
이제 따뜻한 날씨는 물론이요, 달력에도 3월이 찾아왔으니 정녕 봄이 왔다. 무엇을 먹어도 영 그저그런 봄날의 지루한 입맛을 달래줄 보쌈김치로 봄을 맞을 준비를 해보는 것은 어떨까. 굳이 보쌈김치가 아니라 봄동이라도, 겉절이라도 뭔가 상큼하게 말이다. 거기에 냉이 넣어 향긋하게 끓인 된장찌개 하나 곁들이면 집안에 봄이 가득하겠다.
|
'♡피나얀™♡【요리】' 카테고리의 다른 글
나른하고 입맛 없는데 … 춘곤증인가? 상큼한 봄나물 드세요, 어~서! (0) | 2007.03.06 |
---|---|
‘설탕-버터 제로’…홈베이킹, 건강빵 만들다 (0) | 2007.03.03 |
뜨끈하고 시원한 동태 국물, 얼었던 몸이 사르르 (0) | 2007.03.03 |
과일+채소 ‘궁합 주스’를 아시나요 (0) | 2007.03.01 |
커피·콜라·초콜릿 기호 식품에서 퓨전 요리로 (0) | 2007.03.01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