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처-[동아일보 2007-04-06 09:23]
《하필이면 영변이고 갈 데 없어 여수일까. 봉우재를 뒤로 하고 영취산(510m) 정상을 향해 오르던 가파른 산길. 그 40분 내내 머릿속에는 이 생각뿐이었다. ‘하필’이란 북한의 핵 재처리시설과 연료봉 저장고가 영변에 들어섬을 말함이요, ‘갈 데 없어’라는 책망은 영취산 바로 밑 바닷가를 차지한 거대 정유시설을 이름이다.
천자만홍(千紫萬紅)의 약산(평북 영변군 영변읍), 그 약산을 쏙 빼닮았다는 여수 북동쪽의 영취산. 두 산의 진달래야말로 북과 남의 자연이 희망의 봄에 만물을 향해 보내는 감사의 메시지다. 지루하고 긴 무채의 겨울을 견딘 노고를 위로하며. 그런데 21세기 문명은 이 상춘의 고아한 춘색마저 결정적으로 흠내고 있으니. 그 아쉬움이 어디 한탄과 책망으로만 끝날 것인가.》
정상과 봉우재 중간쯤. 가파른 산기슭에는 도솔암이 깃들어 있다. 암자에서 내려다보니 저 아래 흥국사가 보인다. 도솔암으로 오르는 산길에서는 좀처럼 속도가 붙지 않는다. 가파르기도 하거니와 등 뒤에 남겨둔 진달래꽃 산경 때문이다. 정상에서 내리닫이로 달리던 마루금이 바닥(봉우재)을 치고 다시 팔팔하게 살아 오른 그 끝 450봉 산자락의 진분홍빛 진달래 풍경이다. 그러나 이건 전주곡에 불과하다. 영취산 진달래 풍경은 4악장의 장대한 교향곡이다. 그러니 전주곡만 듣고 자리를 뜨는 잘못을 범하지 말지어다.
![]() 영취산 정상으로 오르는 길에서 내려다본 봉우재 근방 450봉 산자락의 진달래 군락지. |
![]() |
드디어 정상이다. 사람들이 진례봉이라고 부르는 이곳. 남해의 푸른 바다와 섬이 두루 발 아래 놓였다. 저쪽은 광양만, 이쪽은 여수. 직선의 해안선이 눈길을 붙잡는다. 여수공단의 간석지가 모두 공장용지로 개발된 덕이다. 자연스러운 맛은 없지만 그래도 바다는 바다. 언제나 시원하게 가슴을 뚫어 준다. 더 멋진 것은 산에서 만나는 바다다. 그 풍경이 감동적이다. 따사로운 봄볕 아래서라면 더더욱 그렇다.
이정표를 보니 여기 정상으로 치닫는 등산로는 세 방향이다. ‘봉우재 0.6km, 흥국사 1.8km’가 한 방향, ‘골맹이재 3.8km, 돌고개 행사장(축제 현장) 3.7km’가 또 다른 방향. 이제부터다. 진분홍빛 꽃무리로 세기의 장관을 연출하는 진달래꽃밭 트레킹은. 그 풍경을 보자면 돌고개 길로 들어선다. 돌고개 군락지를 한가운데로 통과하며 좌우로 펼쳐진 정상 군락지와 개구리바위 군락지의 진달래꽃밭을 두루 감상할 수 있어서다. 영취산에는 봉우재까지 포함해 군락지가 모두 다섯 곳(총 15만 평 추정)이다.
돌고개로 내려서는 도중 진달래꽃 터널을 지난다. 2m를 훨씬 넘는 듯한 큰 키. 이 때문에 영취산에서는 꽃밭이라는 표현은 맞지 않는다. 꽃숲까지 있으니까. 산자락의 군락지는 한눈에 확인된다. 산등성에 온통 진분홍빛 꽃물결을 이루고 있어서다. 저렇게 많은 진달래꽃, 저렇듯 화려한 산색, 저렇듯 넓은 꽃 군락. 이제껏 본 적도 없지만 앞으로 볼 가능성도 없을 것 같은 화려강산의 백미다. 난생 처음, 상상조차 못한 풍경 앞에 선 사람들. 그 얼굴에 행복감이 가득하다. 한국에서 태어난 데 대한 자랑스러움과 더불어.
○여행 정보
![]() |
![]() |
◇찾아가기
▽영취산
△진달래 트레킹: 한전사옥, 흥국사, 돌고개 등 세 루트 가운데 진달래꽃 감상에는 돌고개 길이 가장 좋다. 대개는 흥국사 길(3km)로 오르는데 오르는 내내 진달래를 볼 수 없어 따분하고 힘들다.
돌고개 행사장(예비군 훈련장)∼임도∼봉우재∼도솔암∼돌고개∼돌고개 행사장(혹은 거꾸로)을 권한다. 오르는 데 2시간 30분, 내려오는 데 1시간 30분이 소요된다. 돌고개 행사장은 GS칼텍스(여수공장) 정문 건너 예비군훈련장에 있으며 등산로 입구(임도)는 그 옆에 있다.
진달래 축제는 1일 끝났지만 꽃은 주말(8일)까지 즐길 수 있다고 한다. △등산로 입구(돌고개 행사장): 전남 여수시 월내동 1056. 대전통영고속도로∼진주갈림목∼남해고속도로∼광양나들목∼국도 2호선(목포 방향)∼국도 17호선∼여수공항∼석창사거리∼좌회전(여수공단)∼중흥삼거리∼두암삼거리∼오른쪽 길∼GS칼텍스 여수공장
◇여수 거북선 대축제
▽개요 △기간: 10∼14일 여수시내 및 해양공원 △홈페이지: www.yeosugeobuksun.com 061-690-2287
▽특징=세계박람회(BIE) 실사단이 2012년 세계박람회 유치를 신청한 여수의 준비 상황을 조사하기 위해 방문하는 기간에 맞춰 여는 행사. 그런만큼 특별한 볼거리가 많다.
△진남제&삼도수군통제영 둑제(11일): 규장각 문서로 고증한 이순신 장군의 임진왜란 출정제례.
△세계불꽃축제: 11일 오후 8시, 14일 오후 9시 해양공원 일대. 불꽃놀이와 함께 2005년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때 선뵌 ‘멀티미디어불꽃쇼’ 형식의 초대형 불꽃·조명 쇼가 한국과 이탈리아, 독일에서 초빙한 테크노아트 예술가들에 의해 선뵌다. 내용은 여수세계박람회 유치 기원을 담은 실사단에 대한 환영.
![](http://www.xn--910bm01bhpl.com/gnu/pinayarn/pinayarn-pinayarn.jpg)
'♡피나얀™♡【여행】' 카테고리의 다른 글
드라마·영화 속 명소 찾아 그 감동 다시 한번… (0) | 2007.04.06 |
---|---|
동백 즈려밟고 진달래 오시네 (0) | 2007.04.06 |
울진과 영덕, 어디 대게가 맛있을까? (0) | 2007.04.05 |
필리핀⑤ 마음이 즐거운 나라, 필리핀 여행정보 (0) | 2007.04.05 |
필리핀④ 연인과 머물고 싶은 보라카이 리조트 (0) | 2007.04.05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