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처-[문화일보 2007-04-18 15:02]
대원사 극락전으로 통하는 연지문을 들어서자마자 만난 독특한 불상. 대원사는 모성의 포근함이 느껴지는 곳이다. |
보슬보슬 내린 봄비에 화려하게 꽃망울을 틔운 벚꽃이 하나둘씩 떨어지고 있습니다. 북적대는 인파들로 메워지던 벚꽃 길도 이제 예전의 고요한 풍경을 되찾고 있습니다. 지금부터는 ‘차분한 봄’입니다. 봄꽃들이 아우성치고 온통 봄의 기운이 피어나고 행락객들로 길이 메워지던 축제의 시간을 지나 차분하고 또 고요하게 봄이 무르익고 있습니다.
이스케이프 팀은 그런 차분한 봄 풍경을 찾아서 남도 땅을 찾았습니다. 전남 광주에서 화순으로, 다시 주암호쪽으로 이어진 길을 따라가다 보성과 순천으로…. 그 길에서 마음을 빼앗는 4가지 봄 풍경을 만났습니다. 절집 처마에 매달린 풍경이 봄바람에 가끔 생각난 듯 뎅그렁거리는 그런 한가로운 봄날이었습니다.
화순의 서성저수지 한가운데 손바닥만한 섬에 그림같이 떠있는 환산정. 정자에서 푸른 물과 순백의 벚꽃, 수몰나무의 신록을 내다보면 한해 봄구경을 다했다고 해도 좋겠다. 정자는 가늘게 이어진 길로 뭍과 연결돼 있다. |
광주에서 화순으로 넘어가는 너릿재 고개에서는 폭죽처럼 터졌던 벚꽃잎을 화르르 떨구면서 짙은 신록으로 물들고 있는 옛길의 정취를 만났습니다. 구불구불 운치있게 이어진 고갯길을 따라서 산벚이 만발한 주위의 산을 건너다보면서 걷는 맛이 각별했습니다. 이곳이 이스케이프 팀이 만난 첫번째 봄 풍경입니다.
두번째는 외지인들에게는 알려지지 않은 ‘비밀의 정원’에 들어선 환산정의 풍경입니다. 깎아지른 벼랑에다 살을 벨 것 같은 푸른 물이 가득한 저수지에 섬처럼 떠있는 정자의 모습은 마음 빼앗기에 충분했습니다. 외지인들에게 숨겨진 곳이라 더욱 감동적이었습니다. 주암호변의 골짜기에 숨겨진 작은 제방의 찰랑거리는 물에 위태롭게 매어놓은 작은 다리는 그 자체의 조형미만으로도 눈길을 사로잡았습니다.
봄비에 젖은 벚꽃잎들이 떨어져 도로에 깔린 길을 따라 찾아간 보성의 대원사. 극락전을 향해 연지문으로 들었다가 무릎을 세워 고개를 옆으로 기댄 불상을 만났습니다. 부드러운 얼굴선과 보일 듯 말 듯 편안한 미소. 대원사는 근엄함이나 엄격함보다는, 지친 마음을 포근하게 안아줄 것 같은 그런 절집입니다. 산중의 사찰들이 금기를 앞세운 엄격한 아버지와도 같다면, 대원사는 모성의 영역에 더 가깝습니다. 따지고 보면 따스한 품안에서 꽃과 풀들을 키워내는 봄도 그렇지 않습니까.
바야흐로 어머니 품안의 기억처럼 아릿아릿하게 무르익어가는 봄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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