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처-[연합르페르 2007-04-24 09:37]
신어산(神魚山)은 누구나 편안하게 다가갈 수 있는 산이다. 정상까지 그다지 멀지 않은 거리는 산행의 버거움을 잊게 하고, 바다를 향해 솟아오른 정상부의 기암괴석은 산행 내내 시시각각 다른 모습을 보이며 눈 맛을 더한다. 백두산처럼 거대하지도 않고, 지리산처럼 깊지 않아도 신어산은 산행의 진미를 모두 보여주고 있었다.
신어산(神魚山)이란 이름이 전하는 느낌이 특이했다. 드라마 주몽에 등장하는 '다물활'처럼 산 속에는 특별한 신물이라도 간직되어 있을 것만 같았다. 고대철기문화를 꽃피운 금관가야의 중심도시에 있는 산이기에 이름은 더욱 범상치 않게 여겨졌다.
김해 도심에서 북동쪽으로 난 도로를 따라 인제대학을 지나자 신어산으로 이어지는 길이 나타났다. 얼마 지나지 않아 하얀색 구름이 푸르름을 수놓은 하늘 아래 날카로운 바위를 안고 있는 신어산이 손에 잡힐 듯 다가와 있었다.
소나무와 잡목들이 숲을 이룬 비탈진 도로를 조금 올라 주차장에 차를 세우고 산행을 시작했다. 돌길과 흙길이 반복되는 오솔길 양쪽으로는 가느다란 소나무들이 넘어질 듯 이리저리 아무렇게나 서 있다. 무성하진 않아도 한낮의 햇살을 어느 정도 가려주고 있다.
◆기암 품은 전설의 명산
기암괴석이 더욱 가까워졌다고 생각되는 순간, 등산로는 가파른 바위지대로 이어진다. 그동안의 가벼운 산행은 커다란 바위를 지그재그로 오르며 숨이 턱에 차는 상태로 변화되었다. 몇 번이나 숨을 고르며 바위지대 등산로를 오르자 커다란 바위로 축대를 쌓아 그 위에 집을 지은 암자가 나타났다.
장유화상이 세웠다는 영구암이다. 커다란 나무 뒤의 벼랑 쪽으로 석탑이 서 있다. 그 아래로는 은하사와 동림사가 산빛의 푸르름 가운데 화려한 단청과 매력적인 지붕의 선을 드러내고 있다. 멀리 김해 시내와 굽이치는 낙동강 물줄기도 한눈에 볼 수 있다. 이곳 법당 밑 우물 속에 신어(神魚)가 살았다는 전설이 전해 내려온다. 수도꼭지를 틀어 쫄쫄 흘러나오는 물로 목을 축였다.
영구암을 지나 다시 벼랑길을 오른다. 흙길이 질척이며 다리에 무게를 더한다. 너무 쉬운 산행을 아쉬워하는 이들을 위한 신어산의 배려인지도 모르겠다.
정상부에 오르자 나이 지긋한 등산객들이 나무 탁자에 과일과 막걸리를 늘어놓고 목을 축이고 있다. 산행 때문인지 막걸리 때문이지 모를 발그레한 기운이 그들의 얼굴에 깃들어 있었다.
갈래 길에서 왼쪽은 천진암, 오른쪽은 천불사로 향하는 길이다. 천진암 쪽으로 나무 터널이 인상적인 오솔길을 따라 300여 걸음을 걸어가자 출렁다리가 나타났다. 이름처럼 걸음을 옮길 때마다 출렁출렁 춤을 춘다. 다리가 길지 않고 다리 아래에 아스라한 낭떠러지도 없어 스릴을 전해주지는 않는 편안한 출렁다리였다. 위태로운 기암 위에는 푸른 소나무가 돌꽃인 듯 자리를 잡고 있었다.
◆ 마음마저 포근해지는 산사
신어산 자락의 은하사는 1900여 년 전 장유화상이 인도로부터 불교를 전래해 지었다고 전해지는 사찰로 규모가 크지는 않지만 신라와 고려의 많은 승려들이 수학한 유서 깊은 절이다. 우리에게는 영화 '달마야 놀자'의 촬영지로 더 잘 알려져 있다.
은하사 입구 주차장에서 바위 계단을 오른 후, 물은 없고 풀만 무성한 연못 가운데로 난 돌길을 지나 다시 바위 계단을 오르면 일주문을 지나게 된다. 경내로 들어서자 신어산 기암 아래 포근하게 들어앉은 은하사가 나타났다.
어른 두 명이 껴안아야 할 정도로 커다란 나무들이 떠받치고 있는 범종루의 오른쪽 돌계단을 통해 올라서자 햇살을 담뿍 받은 대웅전이 사찰을 둘러싼 초록색 산 빛과 대비되는 화사한 색깔을 띠고 있다.
대웅전은 일반 다른 사찰의 대웅전과 달리 정면과 측면이 모두 3칸인 정사각형을 띠고 있다. 안으로 들어서자 금관을 쓴 부처가 온화한 표정을 짓고 있다. 대웅전의 외부와 달리 세월에 빛바랜 천장과 대들보는 사찰의 역사를 말해주고 있었다.
대웅전을 나오자 왼쪽의 명부전이 눈에 띈다. 화사한 연꽃 문양이 고운 탓이었다. 파랑, 빨강, 노랑, 흰색의 연꽃이 정면 3칸의 문에 빼곡하게 자리를 잡고 있었다. 나무들은 봄을 맞아 움을 틔우고, 산은 더욱 싱그러운 빛으로 변해가고 있다. 은하사의 고요한 경내에 울려 퍼지는 풍경소리가 더욱 투명하고 청아하게 들려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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