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처-[경향신문 2007-04-26 09:39]
|
쿠바는 아직도 여행하기 불편한 나라다. 미국과 맞서왔기 때문이다. 미국에서 곧바로 가는 비행기는 없고, 캐나다나 멕시코에서 들어가야만 한다. 이런 불편함에도 불구하고 전세계에서 연간 300만명이 쿠바를 찾는다. 아바나도 아름답고, 부에나비스타 소셜클럽의 명성도 자자하지만 영원한 혁명가 체 게바라(Che Guevara)도 빼놓을 수 없다.
쿠바의 스타는 아직도 체 게바라다. 상점 곳곳에서 체의 사진이 박힌 티셔츠와 엽서, 사진첩, 음반 등을 내놓고 판다. 체의 혁명적 동지요, 지금도 지도자로 쿠바를 이끄는 피델 카스트로와 관련된 상품은 전혀 없다. 체가 죽은 뒤 40년 세월이 지났지만 아직도 체의 혁명루트를 쫓는 사람이 많다. 체가 아직도 쿠바 사람들을 먹여살리고 있는 것이다. 마치 할리우드의 톱스타처럼 쿠바에선 체의 인기는 뜨겁다.
쿠바에서 체의 흔적을 볼 수 있는 곳은 아바나와 산타클라라다. 아바나는 크게 올드 아바나와 뉴 아바나로 나뉜다. 올드 아바나는 스페인 식민지였던 역사를 그대로 보여주듯 스페인 안달루시아 풍이다. 뉴 아바나는 1930년대 미국인들이 세워놓은 저택들이 많다. 아바나는 마치 영화세트장 같았다.
체가 아바나에서 전투를 벌인 적은 없다. 체가 오기전에 정권을 잡았던 사람들은 모두 도망가버렸다. 무혈입성했다. 아바나는 미국의 경제제재로 많이 변하지 않았다. 오래된 무성영화를 다시 돌려보는 듯한 그런 도시였다. 혁명전 대통령 궁을 혁명박물관으로 개조했다. 이곳에도 체 게바라의 총과 책, 사진 등이 전시돼 있다.
체는 아르헨티나의 부유한 집에서 태어났다. 23세 때 중고 오토바이를 타고 칠레, 볼리비아, 페루, 콜롬비아, 과테말라 등 중남미 전역을 종단했다. 부에노스아이레스 대학에서 의학박사 학위까지 받은 그는 여행중 인디오와 노동자들의 찌든 삶을 두눈으로 목격했다. 그가 주사기 대신에 총을 잡은 것도 이런 모순을 없애기 위해서였다.
체는 53년 과테말라 반군에 합류, 투사의 길을 걸었다. 카스트로와의 운명적인 만남 이후 쿠바 혁명을 계획, 56년 11월 82명의 혁명군을 이끌고 쿠바의 남부도시 시에라 마에스트라에 침투했다. 첫 침투는 실패였다. 15명만 살아남았다. 하지만 반군은 3년 동안의 끊임없는 싸움 끝에 바티스타 정권을 몰아냈다.
![]() |
아바나에서 2시간 정도 떨어진 산타클라라에는 체의 묘지가 있다. 산타클라라는 낙후된 마을이다. 스페인 식민지였던 당시의 모습 그대로다. 아직도 자동차는 보기 힘들고, 마차가 사람을 싣고 다닌다. 미국의 경제제재로 석유 등을 수입하기가 여의치 않기 때문이다.
체는 쿠바혁명 성공후 정권 2인자로 산업부 장관을 지냈지만 다시 감투를 훌훌 버리고 투쟁을 위해 볼리비아로 떠난다. 67년 차코라는 산악마을에서 총살당했다. 그의 나이 겨우 39세였다. 그가 죽은 지 30년 되던 97년에 그가 묻혀 있던 바예 그란데에서 시체를 발굴해 2000년 10월4일 쿠바의 마지막 전투에서 승리한 산타클라라에 혁명 동지 28명과 함께 그의 시신을 안장했다. 산타클라라가 바로 쿠바혁명전쟁의 마지막 전투가 벌어진 곳이었기 때문이다.
그의 묘소에는 참배객들이 놓은 꽃 한송이가 있었다. 묘소 바로 옆에는 체의 기념관이 있다. 체가 사용했던 캘빈소총, 여권, 전투장비, 라디오, 나침반, 책 등이 전시돼 있다.
쿠바에서 체와 함께 놓칠 수 없는 것 또 하나. 바로 시가다.
체는 천식환자였음에도 시가를 물고 다녔다. 쿠바의 시가는 세계 최고 품질로 유명하다. 농약을 전혀 쓰지 않는 유기농 담뱃잎을 쓰기 때문이라고 한다. 쿠바 시가는 어떻게 마느냐에 따라 맛이 달라지는 데 최고의 기술을 가진 숙련자를 시가 마스터로 대우한다. 아바나의 시가공장에 들르면 아직도 수백명이 모여 앉아 시가를 마는 모습을 볼 수 있다.
![]() |
공장은 마치 1920~1930년대의 다큐멘터리 필름 속에 나오는 것처럼 고풍스럽다. 시가 공장에는 DJ가 음악을 틀어주는 게 아니라 신문을 읽어준다. 매일 정치면과 사회면, 칼럼 등 뉴스를 듣기 때문에 시가노동자는 쿠바국민들 사이에 가장 유식하다는 소리를 듣는다고 한다. 체의 기억을 품고 있는 쿠바. 체의 길을 쫓다보면 그가 얼마나 향기나는 사람이었는 알게 된다.
▲쿠바 길잡이
한국에서 20시간 이상 걸린다. 인천공항에서 출발할 경우 미국 로스앤젤레스를 경유, 멕시코시티나 멕시코 휴양도시 칸쿤을 다시 거쳐 쿠바로 입국한다. 쿠바 비자는 멕시코 공항에서 받는다. 비자수수료는 15US달러. 여권에 도장을 찍어주는 대신 노란 쪽지를 붙여준다. 미국과 쿠바는 적대관계이므로 미국 입국시 최종 목적지인 쿠바 대신 경유지인 멕시코로 간다고 말하는 것이 일반적이다.
쿠바 국내 교통수단은 발달돼 있지 않다. 주로 택시를 이용한다. 거리에서 차를 세워 가격을 흥정해 이용한다. 가까운 거리는 1~2 US달러면 간다. 호텔에서 택시를 불러 주기도 하는데, 미터제로 요금이 부과되는 호텔 택시는 비싼 편이다. 호텔과 리조트는 쉽게 찾아볼 수 있다. 스페인, 이탈리아 등 유럽 호텔 체인점이 많이 진출해 있어 선택의 폭이 넓다. 치안은 안전하다. 쿠바는 시가로 유명하다. 현지에서는 국내보다 50~60% 정도 저렴한 가격에 시가를 구입할 수 있다. 럼주도 쿠바의 명물. 쇼와 음악을 즐기며 음식을 먹고 럼주를 마실 수 있는 크고 작은 식당이 구시가지에 모여 있다. 헤밍웨이가 즐겨 찾았다는 술집도 아바나에 남아 있다.
![](http://www.xn--910bm01bhpl.com/gnu/pinayarn/pinayarn-pinayarn.jpg)
'♡피나얀™♡【여행】' 카테고리의 다른 글
갈매기와 폐염전 그리고 보문사…석모도 자전거 일주 (0) | 2007.04.26 |
---|---|
여보! 주말에 어디갈까? 여주 나들이 코스 완전정복 (0) | 2007.04.26 |
달콤한 칵테일…불빛 가득한 야경…홍콩의 밤에 취하다 (0) | 2007.04.26 |
남산과 한옥 사이, 낭만을 걷다 (0) | 2007.04.26 |
5월에 가볼 만한 곳, 전국의 5일장 (0) | 2007.04.26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