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나얀™♡【요리】

친절한 남자친구의 메뉴

피나얀 2007. 5. 11. 20:33

 

출처-[매거진t 2007-05-11 10:00]

 

KTF <SHOW> CF - 홍합볶음

처음엔 영화의 한 장면인 줄 알았다.극장에서나 봄직한 자막 처리에, 약간은 흐릿한 화면 안에 불어로 대화를 나누는 두 사람.그래서 그렇게 영화라고 깜빡 속았던 그것은 인구에 회자되고 있는 KTF <SHOW>의 광고였다.
 
영화냐 아니냐로 시작한 호기심은 그 다음 두 사람의 대화로 옮겨갔다.프랑스로 여행을 떠난 여자친구 대신 화상전화를 통해서 웨이터에게 음식을 주문해 주는 남자친구의 얘기들이 궁금해졌던 것이다. 남자친구는 광고 자막에 나온 그대로 전채요리로는 달팽이요리를, 메인으로는 거위요리를 주문했다. 프랑스 어느 지역에서 먹는 식사인지는 잘 모르지만 프랑스 여행가이드에서 알려주는 팁 같은, 정석 주문이었다.

꼬뛰드 혼느산이 대체 뭐기에!

달팽이는 프랑스 브르고뉴 지역의 대표적인 요리다. 질 좋은 버터에 마늘, 허브를 다져 넣어 만든 마늘버터를 달팽이에 가득 채운 다음 오븐에 구워 먹는 요리인데 굉장히 그로테스크할 거라는 생각과는 달리 부드러운 골뱅이 같아서 아주 친숙하면서도 꽤 맛있다.
 
또 달팽이와 함께 주문한 거위요리는 아마도 콩피가 아닐까 싶은데, 콩피는 낮은 온도의 기름에서 재료를 익혀 만드는 요리방식으로 주로 오리를 짭짤하게 소금과 허브에 재워 두었다가 오리기름에 넣고 아주 부드럽게 요리해 먹는 프랑스의 대표적인 요리다. 프랑스는 세계에서 손 꼽히는 미식의 천국인 만큼 먹을 것이 많고도 많지만 이 두 가지 초이스만으로도 그 남자의 여자친구는 훌륭한 프랑스 별미를 맛본 셈이다.
 
하지만 우리가 궁금한 것은 달팽이나 거위요리보다도 ‘꼬뛰드 혼느산’이란 것이다.요리를 모두 주문하고 나서 “꼬뛰드 혼느산 있습니까?”라고 질문하는 남자친구의 말에 ‘아하, 꼬뛰드 혼느!’라고 생각하는 눈치 빠른 분들도 계시겠지만 ‘꼬뛰드 혼느산’이 도대체 무엇인지 궁금했던 사람 또한 몇몇은 있더란 말이다.‘꼬뛰드 혼느산’이란 것은 먹는 것은 맞지만, 꼭꼭 씹어 먹는 것이 아닌 와인이다.
 
정확하게 말하자면 ‘꼬뛰 드 혼느산(産)’ 이라고 표기하는 것이 맞는 것으로, 우리식 발음으로 하자면 ‘꼬뜨 뒤 론 (Cotes du Rhone)’ 지역에서 생산된 와인을 말한다. ‘Cotes du Rhone’에서 ‘Rhone’을 프랑스식으로 콧소리를 넣어 발음하다보니 ‘혼느’가 되고, 자막에서는 거기에 생산지를 말하는 산(産)을 모두 붙여쓰기를 하다 보니 ‘꼬뛰드 혼느산’이라는, 프랑스 사람들만 잘 알아들을 수 있는 쉽고도 어려운 말이 되어 버린 것. 결국 남자친구는 여자친구를 대신해 전채 한 가지와 메인요리 하나, 그리고 론(Rhone)지역의 와인을 한 병 주문한 것이다.

꼬뛰드 혼느산(産)에 어울리는 와인에는 어떤게 있을까?

론(Rhone)은 프랑스 남동부 지역을 말하는데 프랑스에서 가장 먼저 포도나무가 심어졌다고 한다. 론(Rhone)지역의 와인은 프랑스 와인의 양대 산맥인 보르도 지역과 브르고뉴 지역처럼 거대한 시장을 일구지는 못했지만 다양한 품종을 섞어서 만든 개성 있고 완성도 높은 와인을 비교적 합리적인 가격에 제공하기 때문에 와인 마니아들에게 많은 사랑을 받고 있다. 최근에는 유기농 와인을 대량 생산하면서 론(Rhone)지역만의 특별한 와인 시장을 개척해 나가고 있기도 하다.
 
론(Rhone)지역에서 생산되는 와인은 참 많지만, 그 중에서 추천할 만한 것은 따벨(tavel)지역에서 생산되는 로제(rose)와인이다. 흔히 그냥 따벨 로제라고 부르는 이 와인은 화이트와인과 레드와인의 중간 정도 되는 컬러에 맛은 청량한 화이트 와인에 가까운, 아주 가볍고 산뜻하고 발랄한 와인이다. 특히 요즘 같은 날씨에 야외에서 즐기기 가장 좋은 와인으로 차게 식혀 먹으면 어떤 음식에나 잘 어울린다는 특징을 갖고 있다. 그래서 와인을 즐기는 사람들은 야외 테이블에 앉아서 치즈와 가벼운 해산물, 샐러드 같은 것들을 곁들여 시원하고 가볍게 즐기는 따벨 로제를 위해 초여름을 기다리기도 할 정도다.
 
그래서 오늘은 광고에서 말하는 ‘꼬뛰드 혼느산’ 즉, ‘꼬뜨 뒤 론’지역의 대표적인 초여름용 와인인 따벨 로제와 함께 먹을 요리로 홍합볶음를 준비해 보았다. 샐러드에 빵 한 가지 곁들이면 더 부족할 것 없는 훌륭한 안주 겸 맛있는 식사가 되어줄 홍합볶음은 요즘 와인바의 최고 인기메뉴이기도 하다. 아마 프랑스에 가지 않아도, 화상전화가 없어도 ‘꼬뜨 뒤 론’의 따벨로제와 홍합볶음을 함께 한다면 부러울 것 없는 초여름날의 테이블이 되지 않을까 싶다.
 

 

홍합볶음

 

재료>

 

홍합 500그램, 토마토 1개, 다진 양파 1/4컵, 마늘 3개 편으로 썬 것, 어슷 썬 홍고추 1개, 화이트와인 1/2컵~1컵 정도, 고추기름 3큰술, 바질, 소금, 후춧가루 약간씩

 

 

1. 홍합은 솔로 문질러 씻어 수염을 떼어 준비한다. 이때 입이 열려 있는 것은 골라낸다.

 

2. 팬에 고추기름을 두르고 다진 양파, 마늘 편, 홍고추를 넣고 향을 내며 볶는다.

 

3. 여기에 깍뚝썰기 한 토마토를 넣고 잘 볶아 준다.

 

4. 손질한 홍합을 넣고 한번 볶다가 분량의 와인을 취향대로 넣는다.

 

5. 와인의 알코올이 날아가고 홍합이 입을 모두 열 때까지 기다린 후 소금, 후춧가루, 바질을 넣어 완성한다.

 

6. 샐러드, 빵을 곁들여 큰 볼에 담아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