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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ODAY 스크랩】더도 말고 덜도 말고 마더스데이만 같아라

피나얀 2007. 5. 15. 23:10

 

출처-2007년 5월 14일(월) 오후 3:04 [오마이뉴스]

 

 

 

 

ⓒ2007 한나영

 

1년 365일이 '어린이날'이면 좋겠다고 생각하던 시절이 있었다. 그날은 세상의 어린이들이 왕자와 공주처럼 대접받는 날이었다.

적어도 그날 하루만은 어린이라는 타이틀이 위력(?)을 발휘했다. 웬만하면 모든 게 허용되고 용서되던, 마치 천국에서의 하루와 같은 좋은 날이었다. 그래서 세상의 모든 어린이들은 달력을 보면서 이렇게 외쳤다고 하던가.

"더도 말고 덜도 말고 365일이 어린이날만 같아라."

무조건적인 희망과 행복, 사랑을 노래하던 시절이었다. 하지만 '나라의 보배'로서 행복하게 누렸던 그 날은 눈깜짝할 새 지나가 버렸다. 그래서 내가 누릴 수 있는 국가 지정의 공인된 '행복의 날'도 끝난 줄 알았다. 물론 청년의 날도 있다지만 그건 어린이날에 비한다면 새 발의 피나 마찬가지였기 때문이다.

대신 무슨 무슨 날, 예를 들면 어버이날, 스승의 날 따위는 내가 누릴 수 있기보다는 누군가를 챙겨줘야 하는 의무의 날로 인식되어 숙제가 늘었다고 생각했다.

그런데 오늘 아침, 미국에서의 어머니날인 '마더스데이(5월 둘째주 일요일)'에 카드와 이벤트를 준비한 딸 덕분에 모처럼 어머니날을 누리는 감동을 맛보았다.

해피 마더스데이

▲ 이모 양이 한모 양께.
ⓒ2007 한나영
일요일, 모처럼 늦잠을 잔 뒤 방문을 열고 나왔다. 방문 바로 앞, 시선이 처음 닿는 곳에 빨간 배너와 달랑거리는 카드가 보였다. '해피 마더스데이'라는 큰 글자 배너가 눈에 쏙 들어왔다.

그 아래 달랑거리는 카드 봉투에는 '이모 양이 한모 양께 보내는 카드'라는 글귀가 적혀 있었다. ('양'은 젊은 여자에게 쓰는 말. 그러므로 엄마는 젊어요!라는 친절한 설명까지.)

봉투 안에는 그동안 "독립 독립"을 외치면서 가출(?)을 꿈꿔온, 그래서 이따금 반항의 칼날을 세우기도 해서 나를 힘들게 했던 큰딸의 회개 반성문 카드가 들어 있었다.

 
ⓒ2007 한나영
Happy Mother’s Day!

Hola 엄마! 어머니날을 축하드립니다.

카드 고르느라 시간 좀 썼으니 주의 깊게 읽으시길.☺

아무리 4가지 없는 딸이지만 그래도 무엇이 잘된 것이고, 무엇이 잘못된 것인지 안답니다. 저도 나이가 있어서 ㅎㅎ.

잘한 건 많이 없지만 앞으로는 잘 하도록 노력하겠습니다. 잘한 건 많이 없지만 베풀어주신 은혜에 진심어린 감사의 말씀을. (눈물이 앞을 가립니다. 흐엉엉 ㅜ_ㅜ…)

앞으로는 착하게 살려고 노력하는 딸이 되도록 하지요. (노력만 하지는 않을 테니 걱정마세요. >_< !!)

어떻게 사는 게 착하게 사는 건지 머리로는 아니까 제가 노력하는 모습을 지켜보세요.

이제 2년만 친하게 지내봅시다. 그럼 서로 휴식 기간이 자연스럽게 오니까요.☺ (2년 후에는 대학을 가게 되니까 집을 떠난다는 말)

Yay! only 2 years!!. (서로에게 좋은 것? *_*)

사랑합니다.

착하게 살려고 노력할 큰딸 드림


 
ⓒ2007 한나영
카드 아래 인쇄되어 있는 영어 문구도 감동을 준다.

오늘은 마더스데이입니다.

저는 다시 한 번 깨닫게 됩니다. 당신과 같은 어머니를 갖게 된 것이 제게 얼마나 큰 행운인지….

당신은 제게 끝없는 힘과 지지와 용기를 주었습니다. 당신이 제게 베풀어 주신 사랑의 반만이라도 제가 드릴 수 있는 방법이 있기를 고대해 왔습니다.

바로 이런 이유때문에 마더스데이가 중요한 것이겠지요. 마더스데이 때문에 우리는 더 가까워지고 제가 당신을 얼마나 사랑하는지 말할 수 있는 기회도 있으니까요.

해피 마더스데이!


I ♥ NY 나영?

 
ⓒ2007 한나영
감동을 준 것은 이것뿐이 아니었다. 아랫층 계단으로 내려오는 천정에는 We ♥ MOM이라는 표지판이 있고 그 아래는 I ♥ NY 티셔츠가 걸려 있었다. I ♥ NY은 I love New York으로 뉴욕의 유명한 슬로건이다.

그런데 우습게 들리겠지만 나는 이 슬로건을 볼 때마다 뉴욕의 이니셜 NY를 내 이름자인 나영의 이니셜로 읽어왔다.

"얘들아, 사람들은 왜 그렇게 나영을 좋아하는 걸까. 저 티셔츠 좀 봐라."(비웃음)

그런 나만의 해석을 잘 알고 있는 아이가 '나영을 사랑한다'는 뜻으로 I ♥ NY 티셔츠를 걸어둔 것이었다.

사실 어머니날은 우리나라나 미국뿐 아니라 거의 전 세계적으로 지켜지는 날이기도 하다. 세계 각 나라에서 지켜지는 어머니날은 비록 날짜는 다르지만 그 날을 지키는 기본 정서는 마찬가지일 것이다. 자신을 낳아주고 길러준 어머니에 대한 사랑과 감사의 마음을 표현하는 것!

▲ 나라마다 어머니날이 다르다. 우리와 같이 5월8일로 지키는 나라는 알바니아다. 많은 나라들이 5월 둘째주 일요일을 어머니날로 지키고 있다.
ⓒ2007 위키피디아
그저 하루 잘 치러야 할 '의무방어의 날'로만 인식했던 내게 딸아이가 건넨 카드 속 문구는 새삼스레 내 마음을 찔렀다. '어머니날이 있어서 이렇게 사랑을 표현할 수 있다는 게 정말 감사해요.'

그나저나 무서운 반항기를 표출하는 대신 순한 양처럼 고분고분해지고 엄마를 생각하면서 사랑의 이벤트를 준비한 딸아이를 생각하니 나도 이런 말이 하고 싶어진다.

"더도 말고 덜도 말고 1년 365일이 마더스데이만 같아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