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처-[위클리조선 2007-05-22 14:22]
스키니진에 꽉 낀 몸매 “숨 쉬고 살자” 쇼윈도마다 꽃 장식 달린 로맨틱 원피스 큰 셔츠 밑에 짧은 반바지 코디
“도대체 히피 스타일의 고무줄 치마나 우피 골드버그가 즐겨입는 펑퍼짐한 튜닉은 언제 도로 유행하는 거니?”
작년 겨울, NYU(뉴욕대)에 다니는 언니가 울 듯한 얼굴로 내게 물었다. 쯧쯧! 스키니 진을 입느라 어지간히 힘들었나 보다.
언니가 스키니 진에 확 꽂힌 건 작년 여름이다. 맨해튼 소호에 놀러갔다가, 검은 스키니 진을 입고 가는 캣워크 모델을 본 게 발단이었다. 가늘고 긴 다리를 휘휘 저으며 걷는 모습이 멋져 보였단다. 일개 바지에서도 후광이 날 수 있다는 것을 그때 알았다는 것이다. 언니는 자기 체형에 가당치 않은 사이즈의 스키니 진을 무턱대고 구입했다. “일단 사고, 그 담에 뺀다”고 했다. “감히 바지 주제에 마르다니(skinny), 저 건방진 바지를 나도 입고 말겠다”고 선언했다.
언니는 진짜 굳은 신념으로 혹독한 다이어트를 감행했다. 여름이 가고 낙엽이 질 때, 언니는 드디어 그 가느다란 바지통에 자신의 두 다리를 끼워 넣는 데 성공했다. 뿌듯한 성취감에 걸음걸이마저 도도해졌다.
그렇지만 이 스키니 진 때문에 불편한 것이 한두 가지가 아니었다. 입을 때마다 바지를 끌어올리기 위해 허리춤을 붙잡고 오징어 다리 춤을 추며 낑낑거려야 했다. 앉고 일어설 때마다 허리선 위로 비어져 나오는 엉덩이를 도로 집어넣느라 분주했다. 사이즈를 유지하려고 간식도 끊어야 했고, 식후엔 원활한 소화를 위해 공공장소에서도 슬쩍 바지 앞 단추를 풀어야 했다. 바지 앞 단추를 슬쩍 푼 채, 스웨터로 가리고 대낮에 뉴욕 대로를 활보하기도 했다.(평소 지성인을 자처하는 주제에….)
스키니 진을 입고 낑낑대며 가을을 보낸 언니는 집에만 오면 “바지가 꽉 껴서 다리가 저린다”는 둥, “허리띠 손가락 걸이에 손가락을 걸고 하도 바지를 끌어올려서, 손가락 걸이가 후두둑 튿어져 버렸다”는 둥 우는 소리를 입에 달고 살았다. 그러더니 작년 겨울, 급기야 디자인을 전공한 나를 붙들고 울부짖었다. “도대체 히피 스타일은 언제 도로 유행하는 거니?”
그런 우리 언니에게 올해 봄·여름 뉴욕의 패션 트렌드는 한마디로 희비 쌍곡선이다. 언니의 바람대로, 뉴욕의 쇼윈도에는 임부복으로 입어도 손색이 없을 정도로 실루엣이 넉넉한 원피스와 셔츠가 잔뜩 등장했다. 가슴에서 힙까지 좍 붙는 S라인은 아마도 당분간 패션 화두에서 제외해도 좋을 것이다.(만세!)
그런 우리 언니에게 올해 봄·여름 뉴욕의 패션 트렌드는 한마디로 희비 쌍곡선이다. 언니의 바람대로, 뉴욕의 쇼윈도에는 임부복으로 입어도 손색이 없을 정도로 실루엣이 넉넉한 원피스와 셔츠가 잔뜩 등장했다. 가슴에서 힙까지 좍 붙는 S라인은 아마도 당분간 패션 화두에서 제외해도 좋을 것이다.(만세!)
신상품 앞에 붙은 낱말만 봐도 헐렁한 상의와 원피스가 이번 봄·여름의 대표 트렌드라는 걸 분명히 알 수 있다. ‘트러피즈’ 원피스는 ‘곡예용 공중 그네’라는 뜻이다. ‘오버 사이즈’ 셔츠는 커다랗다는 뜻이고, ‘버블’ 스커트는 밑자락이 거품처럼 동그랗게 안으로 말려들어간 스커트다.
이렇게 풍성한 상의 아래로 다리 라인을 가차없이 드러내는 게 이번 시즌의 ‘스타일링 포인트’다. 우리 언니는 “큰일났다!”고 흥분했다. “허리랑 다리가 해결되나 했더니 이번엔 ‘다리’가 웬 말이냐!”
이렇게 풍성한 상의 아래로 다리 라인을 가차없이 드러내는 게 이번 시즌의 ‘스타일링 포인트’다. 우리 언니는 “큰일났다!”고 흥분했다. “허리랑 다리가 해결되나 했더니 이번엔 ‘다리’가 웬 말이냐!”
거의 모든 뉴욕 디자이너들이 폭은 넓고 길이는 짧은, 꽃 장식 등 로맨틱한 디테일을 덧붙인 흰색 소재의 원피스 드레스를 선보였다. 가령 필립 림을 보자. 필립 림은 주목받는 신예다. 전미 패션디자이너협회와 보그패션펀드가 주는 ‘올해의 신진 디자이너 상’을 수상했다. 그는 장미 모양 매듭 장식이 돋보이는 원피스를 선보였다.
또 다른 젊은 디자이너 타쿤 역시 꽃 장식이 들어간 버블 드레스를 선보였다. 조금 더 화려한 스타일로는 전체적으로 꽃무늬 레이스 장식이 들어간 질 스튜어트의 텐트 원피스, 보석과 시퀀스로 장식한 두리의 시폰 드레스가 돋보였다.
이런 원피스 형식의 상의는 대부분 엉덩이를 덮는 정도로, 길어봐야 무릎에 닿을 듯 말 듯한 길이다. 하의는 아예 입지 않거나, 입더라도 짧은 반바지나 미니 스커트 같은 ‘입은 듯 입지 않은 듯’한 옷을 매치하는 게 이 스타일의 정석이다.
이런 원피스 형식의 상의는 대부분 엉덩이를 덮는 정도로, 길어봐야 무릎에 닿을 듯 말 듯한 길이다. 하의는 아예 입지 않거나, 입더라도 짧은 반바지나 미니 스커트 같은 ‘입은 듯 입지 않은 듯’한 옷을 매치하는 게 이 스타일의 정석이다.
따라서 이번 시즌 몸매 관리의 키워드는 단연 다리의 각선미다. 뱃살보다 더 다루기 힘든 것이 다리다. 우리 언니는 살 맛을 잃고 벽을 보고 누워 있다. 여러분도 물론 한숨부터 나오겠지만, 그 전에 위안이 될 얘기를 하나 하겠다. 층계 위에 올라선 듯 무섭게 높은 웨지힐과 앞굽이 두툼한 플랫폼 힐이 유행 아이템이라는 사실이다. 10cm 굽은 기본이다.(물론 이만큼 높여도 답이 안 나오는 다리를 가졌다면 하는 수 없지만.)
올 봄·여름 뉴욕 패션의 또 다른 큰 흐름은 퓨처리즘이다. 꽤 오랫동안 복고가 강세였다. 그동안 ‘과거의 재현’에 집중해왔던 디자이너에게 도대체 무슨 바람이 분 걸까? 요즘 나온 퓨처리즘 옷의 번쩍이는 광채 덕분에 내 옷장 안에 잔뜩 쌓인 복고풍 빈티지 옷이 한순간에 촌스러워져 버릴까 봐 걱정이 앞설 정도다.
로달테, 캘빈 클라인, 캐서린 말란드리노가 첨단소재와 메탈릭 컬러를 쓴 옷을 잇달아 선보였다. 이 트렌드의 액세서리들은, 딱 보면 어쩐지 ‘작동’이라는 낱말과 기능이 머릿속에 떠오른다.
지레 겁 먹기 전에 잠깐! 이 낯선 아이템을 가만히 들여다보시길. 사실 별로 낯설지 않다. 대부분의 디자인이 1960~1980년대 스타일을 기본으로 하고 있기 때문이다. 그 시절의 로봇 만화, 우주를 배경으로 한 SF영화에 나온 의상을 떠올려보시라. 부담스럽게만 느껴지던 퓨처리즘 트렌드가 갑자기 귀여워질 것이다. 피식 웃음이 날 수도 있다.
지레 겁 먹기 전에 잠깐! 이 낯선 아이템을 가만히 들여다보시길. 사실 별로 낯설지 않다. 대부분의 디자인이 1960~1980년대 스타일을 기본으로 하고 있기 때문이다. 그 시절의 로봇 만화, 우주를 배경으로 한 SF영화에 나온 의상을 떠올려보시라. 부담스럽게만 느껴지던 퓨처리즘 트렌드가 갑자기 귀여워질 것이다. 피식 웃음이 날 수도 있다.
요컨대 올 여름 당신은 ‘뜬금없이’ 옷을 입어도 좋다. 헐렁한 면티와 청바지에다가 안드로메다로 출근해도 좋을 법한 메탈컬러의 숄더백이나, 커다란 뱅글 팔찌, 번쩍이는 겉옷을 매치해도 좋다는 얘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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