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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ODAY 스크랩】늘 밝게 웃는 그들이 있어 행복합니다

피나얀 2007. 5. 30. 21:12

 

출처-2007년 5월 29일(화) 오후 6:05 [오마이뉴스]

 

 

▲ 쓰러진 고목에 피어난 새싹

 

ⓒ2007 김민수

 

숲을 바라보면 이젠 꽉 찼다는 느낌이 듭니다. 비움과 충만을 되풀이하면서 숲은 우리에게 소중한 것들을 줍니다.

그 숲에는 고목이 쓰러져 있었습니다. 오랜 시간이 지나면 그들도 흙으로 돌아갈 것입니다. 나무가 쓰러져 흙이 되는 과정, 그 첫 번째는 아마도 다른 생명을 품고 싹 틔우는 일이 아닐까 생각해 봅니다. 다른 생명을 품어서 또 다른 존재로 살아가는 것, 전혀 다른 모습이지만 그 안에 자신이 들어 있는 것이 자연입니다. 그래서 자연은 모습은 달라도 하나입니다.

▲ 호박손
ⓒ2007 김민수
호박손, 그가 있어 그들은 모진 바람에도 넉넉하게 살아갈 수 있습니다. 음표를 닮은 호박손을 보면 나도 모르게 휘파람을 붑니다. 자연에는 아주 작은 것이라도 쓸모없는 것이 없습니다. 그들이 하나 되어 아름다운 자연을 만들어갑니다.

우리 사람들도 그렇게 살아가면 참 좋을 것 같습니다. 내 안에 들어 있는 모든 것, 버리고 싶은 것 없이 모두가 나를 만든 것이구나 생각하며 받아들일 수 있을 때 오늘을 행복하게 살아갈 수 있을 것입니다.

▲ 갈퀴덩굴
ⓒ2007 김민수
5월의 햇살을 듬뿍 받아 꽃보다 더 아름답게 빛나는 작은 열매들을 봅니다. 봄 들판에 막 새 순을 낼 때에도 그리 예쁘고, 작은 꽃들을 피웠을 때에도 그리 예쁘더니만 작은 열매마저도 이렇게 예쁠 수가 없습니다.

그런데 갈퀴덩굴은 농사짓는 사람들이나 꽃을 가꾸는 이들에게는 천덕꾸러기입니다. 보이는 대로 뽑혀나가는 것이 그들이지요. 아마도 그것을 알았나 봅니다. 뽑아도 뽑아도 다 뽑히지 않을 만큼 어우러져 피어난 생명, 그들을 보면서 생명의 경외감을 느낍니다.

▲ 바람따라 여행을 하는 씨앗
ⓒ2007 김민수
바람을 타고 여행을 하는 씨앗, 그 어디에서 날아 왔는지 알 수 없지만 머지않아 흙을 만나 자기 안에 품고 있는 모든 것들을 피워낼 것입니다. 이렇게 바람을 타고 여행을 떠나는 씨앗들은 바람을 거스르지 않습니다. 바람에게 온전히 자기를 맡기고 바람 부는 대로 여행을 떠납니다. 그래서 그들은 여기저기 풍성하게 살아가는 것이니 바람을 거스르는 것만이 대세는 아닌 듯합니다.

▲ 뱀딸기
ⓒ2007 김민수
밋밋한 맛을 간직한 뱀딸기, 너무나 먹음직스러워 따먹고는 이내 실망하지만 꽃을 피우고 열매를 맺는 모습을 보면 대견스럽기만 합니다.

우리가 살아가면서 흘린 땀방울들 하나하나는 꽃입니다. 그 모든 꽃들이 아름다운 열매를 맺기를 바랄 뿐입니다. 그것이 어느 누구에게는 밋밋한 것이라고 할지라도 의미 없는 것이 아니라 그 흘린 땀방울들로 인해서 귀한 것으로 여기고 살아가는 사람들이 많았으면 좋겠습니다.

▲ 애기똥풀
ⓒ2007 김민수
끝물의 애기똥풀, 아무리 날씨가 따스해도 그들이 피어나는 시기에 비하면 작은 꽃을 피웁니다. 그 이유는 맺혀진 씨앗을 맺는데 많은 양분을 사용하기 때문입니다. 무엇이 중요한지 아는 것이지요. 마냥 화사한 것만 좋은 것이 아니라 그들이 꽃을 피운 이유에 충실한 것을 더 좋아하는 것이 자연이지요.

▲ 용머리
ⓒ2007 김민수
▲ 좀가지풀
ⓒ2007 김민수
눈에 확 들어오는 꽃도 있고, 여간해서는 보이지 않는 꽃도 있습니다. 그런데 어떤 꽃이든 하루에 한 번쯤은 활짝 웃는 시간이 있다는 것입니다.

오늘을 살아가면서 종일 웃음꽃이라고는 단 한 번도 피워보지도 못하고 살아가는 사람들이 많은 세상입니다. 세상살이가 버거울 때에라도 한번쯤은 활짝 웃을 수 있다면 행복하게 살아가는 비결을 아는 사람이겠지요.

▲ 장미
ⓒ2007 김민수
▲ 찔레
ⓒ2007 김민수
장미와 찔레는 모두 장미과의 식물입니다. 향기도 비슷하지요. 계절의 여왕 5월에 피어나는 장미와 찔레는 모두 가시를 간직하고 있습니다. 가시가 있음에도 가까이 다가갈 수밖에 없는 매력으로 다가오는 꽃들, 그들이 있어 신록의 숲은 또 다른 색으로 인해 아름다움을 더하는 것이겠지요.

천천히 걷는 산책길, 바람을 타고 찔레꽃향기가 코끝을 스칩니다. 어릴 적 찔레순을 꺾어 먹던 기억을 떠올리며 혹시라도 지난 비에 연하게 올라온 찔레순이 있나 눈길을 줍니다. 그러나 이젠 그것을 꺾어 먹을 수 있는 마음도 잊고 살아갑니다. 그래서 슬픕니다.

그러나 그들은 늘 밝게 웃습니다. 슬프게 보인다면 그것은 나의 마음이 슬픈 것이겠지요. 늘 밝게 웃는 자연, 그들이 있어 행복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