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INAYARN™♡ 【이성(연애)】

아버지학교 찾는 아버지 늘고 있다

피나얀 2007. 6. 7. 20:56

 

출처-뉴스메이커 2007-06-07 12:09

 

자녀교육에 뒤처진 아버지, 집안서 더 이상 설자리 없어져

두란노 아버지학교에서 강의를 듣고 있는 아버지들.

가정의 달을 맞아 ‘아버지’ 키워드가 사회적인 이슈가 됐다. ‘아들’ 등 영화계에서도 아버지를 주제로 한 작품이 쏟아지고 있다. 하지만 가정이나 사회에서 아버지는 많지만, ‘아버지다운’ 아버지는 없다. 아이들에게 철들기를 요구하기보다, 정작 아버지부터 철이 들어야 하는 상황은 아닐까.
 
자녀교육에 뒤처진 아버지는 집안에서 더 이상 설자리가 없다. 아버지가 아버지답기 위해서는 무엇보다 아버지가 먼저 철이 들어야 한다. 그래서인지 ‘아버지학교’를 찾는 아버지들이 늘고 있다. 아버지 이야기를 통해 자녀교육과 가정교육, 나아가 우리 가정의 모습을 반추해보고 점검해본다.
 
최근 기자는 아주 황당한 일을 경험했다. 영화 ‘아들’을 일산의 CGV 영화관에서 아내와 아들과 함께 봤다. 영화는 무기수 아버지가 하루 휴가를 받아 15년 만에 아들을 보러간다는 내용이었다. 일요일 아침에 ‘조조’로 보았는데, 영화는 이내 눈물샘을 자극했고 눈물은 주룩주룩 흘러내렸다. 12살 아들과 함께 앉아 있는데, 주책없이 눈물 흘리는 것을 들킬까봐 숨어서 훌쩍였다.
 
영화가 중반을 지나 클라이맥스로 향하고 있었다. 아버지와 아들이 함께 하루를 지내고 이별을 하는 장면이었다. 역으로 가면서 아들이 슬그머니 아버지의 손을 잡았다. 그때 ‘지직’ 하는 소리가 났다. 그러면서 음향만 나오고 대사가 들리지 않았다. 그렇게 몇 분이 지속됐다. 대사를 들려주지 않는 것은 감독의 ‘낯설기’ 시도라는 생각을 했다.
 
그런데 10여 분이 지나도 대사가 들리지 않았다. 영화의 반전은 그 시간 동안 일어났는데, 그만 내용을 이해할 수 없었다. 알고 보니 그건 ‘사고’였다. 개장한 지 얼마 안 된 영화관이었는데, 스피커가 고장이 났기 때문이다. 대사가 들리지 않자, 눈물도 더 이상 나오지 않았다.
 
영화 ‘아들’의 반전은 가짜 아들의 등장이다. 진짜 아들은 아버지가 그리워 보러 가다 죽은 것이다. 그 부분의 대사를 듣지 못하고 영화를 보았기에 반전을 이해할 수 없었다. 진짜 아들 준석이는 원래 병이 있었다. 아마도 부모 없이 가난하게 자라 영양실조라도 걸린 것인지! 어느 날 준석이는 친구 헌도와 학교에 가려고 아파트 계단을 내려오다 퍽 하고 쓰러졌다.
 
준석이의 병이 심각한 상태였다. 준석이는 헌도와 교도소에 있는 아버지를 만나러 가기 위해 기차를 탔는데, 병이 악화해 아버지를 만나지 못하고 죽고 말았던 것이다. 그 후 아버지가 하루 동안 아들을 만나러 온다는 것을 안 친구 헌도가 준석이의 역할을 대신했던 것이다.
 
영화에는 이런 대사가 나온다. “오늘 뜻밖의 편지가 한 통 도착했습니다. 그 사람이 온다고 합니다. 나의 아.버.지. 그는 살인자입니다. 그의 얼굴도, 목소리도, 냄새도, 전혀 기억이 나지 않습니다. ‘아버지’는 나의 일상 속에 이름뿐인 존재입니다.”
 
두란노 아버지학교가 국내 대표적
 
최근 영화 ‘아들’을 비롯해 ‘날아라, 허동구’ ‘눈부신 날이’ 등 아버지를 주제로 한 영화가 잇달아 개봉했다. 그만큼 우리시대에 아버지가 제대로 역할을 다하지 못하고 있다는 반증일 것이다.
최근 한화그룹 김승연 회장의 사건은 아버지의 처신이 얼마나 중요한지 새삼 일깨워준다. 김 회장은 뒤늦게 “앞으로 저처럼 어리석은 아비가 나오지 않기를 바란다”고 후회하고, 아들에게는 “새사람이 되라”고 말했다.
 
가정에서 자녀교육은 대부분 어머니가 전담하고 있다. 자녀교육에 뒤처진 아버지는 집안에서 더 이상 설자리가 없어졌다. 아버지가 아버지답기 위해서는 무엇보다 아버지가 먼저 아버지의 역할을 찾고 ‘철’이 들어야 한다. 그런데 어려운 점은 ‘신모계 사회’라는 변화된 시대상을 받아들이면서 철이 들어야 한다는 것이다.
 
신모계 사회 분위기를 인정하지 않고 권위적으로 군림한다면 그것은 가부장적이고 권위적인 아버지상을 반복하는 것에 불과하다. 아버지와 아들, 아버지와 딸 사이의 거리는 좁혀지지 않을 것이다. 즉 사회는 이 땅의 아버지들에게 변화에 맞는 ‘아버지되기(fathering)’를 요구하고 있다. 변화를 받아들이고 적응하는 것이 아버지가 되기 위한 첫걸음일 것이다.
 
전문가들은 ‘아버지되기’는 저절로 습득하는 것이 아니라 철저한 연습과 노력을 통해 도달할 수 있다고 강조한다. ‘파더링(fathering)’이란 책을 쓴 윌 글레넌은 아버지가 되기 위한 첩경으로 ‘교실의 법칙’을 제시하면서, “좋은 아버지는 타고나는 게 아니라 열심히 배우는 것”이라고 강조한다. 흔히 아이들은 아버지를 닮고 싶고, 아버지에게 인정받고 싶어한다. 또한 아버지는 아이들에게 존경받는 아버지가 되고 싶어한다. 글레넌은 “아이들에게 아버지만큼 존경해야 할 위인은 없다”면서 이를 ‘위인의 법칙’으로 규정한다.
 
아버지가 된다는 것은 결코 쉽지 않다. 그래서인지 이른바 ‘아버지학교’를 찾는 아버지들이 늘고 있다. 요즘 아버지들은 ‘아버지되기’ 교육을 자청하고 있다. 대부분의 아버지들은 교육받기를 싫어한다. 예비군훈련, 민방위훈련뿐만 아니라 직장에서도 자기계발 훈련을 위한 교육을 받아야 한다. 그런 교육을 받으면 아버지들은 수동적으로 임한다. 강의가 시작하면 꾸벅꾸벅 조는 것이 예사다. 그런 아버지들이 아버지가 되기 위해 아버지학교에 다니는 것이다.
 
국내의 대표적인 아버지학교는 ‘두란노 아버지학교’(father.or.kr)가 꼽힌다. 1995년 문을 연 이래 10만여 명이 참가해 교육을 받았다. 국내뿐만 아니라 해외 교포들을 대상으로 교육도 하고 있다.
 
아버지학교는 5주간의 프로그램을 통해 ‘좋은 아버지’로 거듭나는 과정을 교육하고 있다. 아버지들의 반성으로 입학식을 시작하며 숙제를 통해 참가자들은 서서히 변화한다. 나의 부모님에게 편지쓰기, 아내와 아이들에게 편지쓰기, 자녀와 아내가 사랑스러운 20가지 이유 적어오기 등의 프로그램을 진행한다. 좋은 아버지가 되기 위해서는 먼저 좋은 부모가 되어야 하고 좋은 남편이 되어야 하기 때문이다.
 
아버지학교는 이 시대에 가장 시급하고, 중요한 문제는 가정의 회복이며, 가정의 중심에 아버지가 있어야 한다는 취지로 학교를 운영하고 있다. 또 우리 사회가 안고 있는 문제는 곧 가정의 문제이며, 가정의 문제는 바로 아버지의 문제라는 인식을 토대로 아버지의 변화를 이끌어낸다. 두란노 아버지학교는 크게 기독교인을 대상으로 하는 ‘토요 아버지학교’와 비기독교인이나 일반인을 교육 대상으로 하는 ‘열린 아버지학교’로 구분해 운영한다.
 
아버지들의 반성으로 입학식 시작
 
아버지학교는 기업체로 확산하고 있다. 현대자동차는 지난해부터 ‘진정한 아버지학교’를 열기 시작했다. 올해에도 지난 3월부터 올 11월까지 진행 중이다. 업무종료 후 저녁시간을 이용해 매주 2시간씩 총 7주간에 걸쳐 진행되는 아버지학교는 차수별로 선착순 20명씩을 접수받아 실시한다. 진정한 아버지상 정립을 위한 이론교육을 시작으로 실제 가정실습과 토론, 그리고 사례발표와 피드백 등의 과정으로 올해 안으로 모두 160명이 수료한다.
 
‘딸사랑 아버지모임’ 공동 대표인 신경정신과 전문의 김병후씨는 ‘아버지를 위한 변명’이라는 책을 통해 “철없는 아빠가 돼라”고 외친다. 그는 “아이와 놀 때에는 정말 아이처럼 굴어야 한다. 아빠와 놀이가 재미있는 아이들은 그 놀이에 집중하게 되는데, 그 결과로 성장 후에 다른 아이에 비해 뛰어난 집중력을 보일 수 있다”고 말한다.
 
또한 “이 땅의 아버지들이 가장 먼저 해야 할 것은 ‘표현 연습’이다. 아내와 아이들이 존경해주길 바라지 말고 먼저 ‘사랑한다’고 고백해야 한다. 또한 아내와 아이들이 달려와주기를 기다리지 말고 먼저 다가가야 한다. 위에서 근엄하게 내려다보지 말고 내려서서 그들과 눈을 맞추는 것도 중요하다”고 강조한다.
 
영화 ‘아들’의 아버지는 감옥에서 뒤늦게 철이 들었다. 그러나 이미 때는 늦었다. 철은 들었지만 소중한 가족과 헤어졌고 아들은 아버지를 그리워하다 병으로 죽었다. 자신뿐만 아니라 가족을 소중하게 생각한다면, 더 늦기 전에 철이 들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