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나얀™♡【여행】

목적지가 없어도 좋다… 쪽빛 수면과 맞닿은 이 길이라면

피나얀 2007. 6. 22. 20:51

 

출처-조선일보 2007-06-22 02:55

 

드라이빙이 즐거운 여름휴가지
시간을 잊고 길과 차에 몸을 맡긴 채 몇 시간 씩 달릴 수 있다면 아마 1년 동안 쌓인 스트레스라도 단번에 날아갈 것이다. 하지만 도시의 바쁜 일상 속에 있다 보면 이런 여유를 찾기가 쉽지 않다. 올 여름 가족이 오붓하게 달리는 즐거움을 만끽할 수 있는 드라이빙 코스 3곳을 소개한다.


 

 
 
30번 도로
 
굽이치는 구량천 따라 죽도로
 
전북 진안은 마땅한 고속도로가 없어 찾아가는데 시간이 오래 걸린다. 많은 사람들이 오가지 않은 덕분에 때묻지 않는 자연을 간직하고 있다. 특히 죽도(竹島)가 그렇다. 죽도는 금강(錦江)의 수원지인 장수군 팔공산에서 흘러내린 연평천과 무주 덕유산에서 내려온 구양천이 합쳐진 지역에 있는 섬으로 원래 산죽(山竹)이 많았다고 해서 붙여진 이름이다.

죽도로 가려면 중부고속도로 무주IC를 나와 진안 방면 30번 도로를 타야 한다. 덕유산IC가 약간 더 가깝지만, 진안의 자연경관과 함께 드라이빙의 즐거움을 만끽할 수 있는 산길이기 때문이다. 여러 개의 높은 산을 넘는 30번 도로를 따라 33km를 가면 진안군 상전면에 닿는다. 여기서 죽도방면 49번 지방도를 타면 된다. 이 도로도 굽이쳐 흐르는 구량천을 따라 15km의 맛깔스러운 드라이빙 코스를 만들어 낸다.

죽도에 닿으면 10m 정도 높이의 죽도폭포가 발길을 멈추게 한다. 차고 맑은 물은 한여름의 무더위를 식혀주고, 수천 년 동안 모진 풍파가 만들어낸 기암절벽과 송림은 치열했던 일상의 시간들을 잊게 만든다.


사람들의 발길이 많이 닿지 않아 평화롭고 아늑한 죽도는 가족이 오붓하게 ‘오토캠핑을 할만한 장소로 손색이 없다. 49번 지방도 중간 오른쪽으로 보이는 비포장 길을 따라 내려가면 축구장 2~3배 크기의 널따란 분지가 나오는데 자갈과 모래가 섞여 있어 캠핑을 하기에 안성맞춤이다. 차체가 높은 SUV는 진입이 쉽지만, 세단으로 들어갈 때는 차체 바닥이 닿지 않도록 조심해야 한다.

죽도에서 캠핑할 것이 아니라면, 탑사(塔寺)로 유명한 마이산(馬耳山)이 있다. 도립공원으로 지정되면서 편의시설과 숙박업소 등이 잘 갖춰져 있다. 마이산 진입로에는 2.5km의 벚꽃나무가 터널을 이루고 있다.

 

 
 
 
 

 
 
5번 도로
 
자연의 싱그러움 느끼고 싶다면 풍기 나들목에서 나와 안동으로
 
안동은 학문과 선비의 고장이며 우리 전통문화를 대변하는 곳이다. 옛 선인들의 안빈낙도의 삶을 느껴가며 일상의 스트레스를 날려 버릴 수 있다.

안동은 중앙고속도로 서안동IC로 나가는 것이 빠르다. 하지만 차창을 열고 자연의 싱그러움을 느끼며 드라이브를 즐기고 싶다면 풍기 나들목을 나와 5번 국도를 따라 안동으로 갈 것을 권한다. 통행량이 많지 않아 고속도로만큼 빨리 달릴 수 있고 적당히 이어지는 코너가 운전의 재미를 더한다.


안동에서 풍산 방면 924번 도로를 타면 하회마을과 병산서원을 볼 수 있다. 하회마을은 안쪽을 둘러보는 것도 좋지만, 광덕교를 지나 부용대에 오르면 하회마을을 한눈에 내려다 볼 수 있는 곳이 있다. 병산서원은 서애 유성룡의 학문과 업적을 기리기 위한 곳이다. 서원 앞으로 깨끗한 낙동강에서 물놀이와 래프팅을 즐길 수 있고 백사장에 텐트를 칠 수 있어 오토캠핑도 가능하다.

병산서원만 보고 도산서원을 놓쳤다면 퇴계 이황 선생이 무척 섭섭해 할 것이다. 다시 5번 도로를 타고 안동까지 간 후 도산방면 35번 도로로 갈아탄다. 도산서원까지는 꽤 멀지만 도심에서는 상상도 할 수 없는 시골 국도만의 한적함이 배어난다. 달리는 재미에 푹 빠지다 보면 쪽빛 안동호가 눈앞에 펼쳐진다.
 

 
 

 
 
 
 

 
 
18번 도로
 
산길 오르내리는 한적한 드라이브 푸른 계단 녹차밭 지나치지 마시길
 
호남고속도로 주암IC를 나와 송광 방면으로 접어들면 주암호의 은빛 수면이 눈을 환하게 만든다. 주암호를 가로지르는 18번 도로는 코너가 많아 속도를 높일 수는 없지만 도로의 한산함과 자연의 싱그러움을 맛볼 수 있다.


주암호는 전라도의 식수원이기 때문에 깨끗함을 유지하고 있다. 그래서 여름철 피서객이 많이 찾는다. 호수 주변에 숙박업소가 많고 주차도 쉽다. 주암호를 뒤로 하고 보성 방면으로 계속 진입해도 도로는 여전히 한산하다. 산길을 오르내리거나 넓은 들녘을 가로지르는 18번 도로는 쏠쏠한 드라이브의 재미를 안겨준다.

보성에 닿으면 녹차밭을 그냥 지나칠 수 없다. 보성에서 제일 큰 대한다원도 괜찮지만 조금 더 들어간 곳에 있는 봇재다원의 넓은 녹차밭도 멋지다. 녹차밭 주변은 먹거리나 숙박업소가 많지 않다. 1박을 하려면 18번 도로로 6㎞를 더 달려 율포해수욕장까지 가야한다.

율포해수욕장은 모래가 곱고, 물이 맑다. 다비치 콘도(061-850-1144)를 비롯해 모텔·민박 등 숙박업소가 많고, 남도의 맛깔스런 음식도 맛볼 수 있다. 깊은 바다에서 빨아 올린 깨끗한 해수 온천으로도 유명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