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나얀™♡【여행】

마다가스카르

피나얀 2007. 6. 28. 19:48

 

출처-경향신문 | 기사입력 2007-06-28 10:12

 


 
마다가스카르를 가기 전에 난 이 나라에 대해 아무것도 몰랐다. 이 나라를 여행하는 행운을 얻고 인터넷을 검색해 봤지만 사진 하나 제대로 올라와 있지 않았다. 도대체 이 나라는 어디에 붙어있는 거야? 혼자 투덜거리며 지도를 찾아봤다.
 
아프리카의 동쪽에 위치한 섬나라였다. 섬이라고는 하지만 크기가 한반도의 6배나 될 만큼 규모가 컸다. 세계에서 4번째로 큰 섬이라고 했다. 과연 어떤 사람들이 살고 있을까? 흔히 텔레비전에서 본 아프리카의 황량한 그런 모습일까? 많은 궁금증이 있었지만 어디에서도 궁금증을 해갈할 방법이 없었다. 마다가스카르의 수도는 안타나나리보였다. 수도의 이름조차 처음 들어보는 생소한 나라. 마다가스카르는 그렇게 철저히 베일에 가려진 나라였다.
 
인천공항을 출발해 14시간 만에 도착한 안타나나리보. 공항에서 난 내 눈을 의심했다. 마다가스카르는 아프리카라기보다는 유럽 같았다. 프랑스의 영향을 받은 아름다운 건물들이 도시를 고풍스럽게 수놓고 있었다. 영어보다는 불어가 잘 통한다. 상상한 것보다 훨씬 멋진 이 도시에서 이상하게 낯선 느낌이 전혀 들지 않았다. 도시의 멋진 건축물들이 마음에 들었다. 그러나 결국엔 이름 모를 시골길에서 만난 아이들의 순수한 모습이 더 소중한 추억이 됐다.
 
마다가스카르는 어쩌면 심심한 나라일지 모른다. 특별히 유명한 관광지도 없고, 깜짝 놀랄 정도로 희귀한 것을 보여주지도 않는다. 유명한 것이라면 모론다바의 바오밥나무 거리 정도다. 안타나나리보에서 자동차로 2박3일 걸린다. 어린 왕자에 나오는 바오밥 나무를 연상하는 사람들에게 이곳은 동화 속의 나라가 되기에 충분한 곳이다. 세상에서 가장 특이하게 생긴 이 나무 앞에 서면 사람들은 동화 속의 어린 왕자를 떠올리며 자기도 모르게 소리를 지를 것이다. 와! 저게 그 바오밥 나무야? 라고. 그 순간 마다가스카르로 온 목적을 깨닫게 된다. 사람이 행복해지는 순간을 스스로 느낄 수 있다는 것, 이처럼 특별한 경험이 또 있을까?
 
사람을 만나고 그들의 삶에 접근해 같이 즐기는 여행자에게 마다가스카르는 천국일 것이다. 여행 중에 사람들을 찍을 때는 대부분 먼 거리의 사람들을 최대한 당겨서 사진을 찍는다. 그런데 마다가스카르의 아이들은 내 카메라가 자기들의 장난감인양 렌즈 안으로 사정없이 들어오려 한다. 결국 렌즈를 밀어내야 그들의 얼굴을 담을 수 있을 만큼 나에게 다가왔다. 사진가가 이처럼 행복할 수가 있을까? 이런 순간엔 실로 가슴이 벅차오르는 행복감을 느낀다. 나는 여행을 즐기고 이 아이들은 나로 인해 추억을 만들어간다. 여행은 결국 내가 그들 안으로 들어가는 것, 그래서 그들과 하나되는 순간을 만끽하는 것이다. 나에게 행복을 주고 난 그들에게 새로운 추억을 만들어준다. 지금까지 숱한 나라를 여행했지만 이처럼 나를 행복하게 해주는 곳은 없었다. 여행의 즐거움이란 이런 것이었다.
 
결국 마다가스카르에서 돌아온 지 한달 만에 다시 마다가스카르로 떠났다. 처음엔 이름도 제대로 알지 못했던 나라다. 무엇이 이렇게 나를 끌어당겼을까. 그냥, 까만 얼굴 사이로 하얀 치아를 드러내 놓고 미소짓는 사랑스러운 아이들이 다시 보고 싶었다. 그저 길에서 마주친 것이 아니라, 어깨를 나누고 눈빛을 통해 서로의 감정을 교환한 아이들. 자지러지듯 뱉어내는 아이들의 웃음소리는 나를 행복하게 하고도 남을 만큼 충분했다. 내가 이들에게 준 것은 겨우 카메라에 찍힌 모습을 보여주는 것이 전부였는데도 이 아이들은 세상에서 가장 행복한 웃음소리를 나에게 선물했다.
비가 그치자 모론다바의 바오밥 나무 거리에 무지개가 걸렸다(사진 맨 위). 사진 위부터 빨래를 너는 마다가스카르 사람들, 여행의 행복을 깨닫게 한 어린이들의 해맑은 얼굴, 건기에 황톳빛으로 변한 강물의 모습.

 
마다가스카르는 내가 다녀본 나라 중에서 가장 착하고 순진한 사람들이 사는 나라다. 여행 중에 100명의 사람들을 만났다면 그 중 90명 이상은 나에게 인사를 건넨다. 미처 보지 못했다면 뒤돌아서서라도 인사를 건넬 줄 아는 착한 심성을 가진 사람들이 살아가는 아름다운 땅이다. 혹시라도 이곳을 여행할 마음이 생긴다면 여행을 떠나기 전에 거울을 보면서 미소짓는 연습을 꾸준히 하길 바란다. 그 착한 사람들이 보내는 미소에 답해야 할 테니까.
 
▲여행정보

 
 
마다가스카르는 아프리카 대륙의 오른쪽에 위치하고 있는 섬 나라이다. 한반도 크기의 6배, 세계에서 4번째로 큰 섬으로 2000만명 정도가 산다. 마다가스카르는 인도네시아 사람들이 배를 타고 들어와 정착한 아시아 인종이 가장 많고, 아프리카 대륙에서 이주해 온 흑인들이 그 다음으로 많다. 아시아계와 아프리카계가 섞이면서 우리에게 친숙한 흑인의 모습을 갖고 있다. 오랫동안 프랑스의 식민지로 지내다 1960년 독립했으며, 공용어는 불어다. 국민의 60%가 기독교를 믿고 있다. 일요일 아침마다 깔끔하게 단장하고 교회로 가는 사람들을 쉽게 볼 수 있다.
 
한국에서 마다가스카르로 가는 직항편은 없다. 타이까지 간 뒤 마다가스카르 안타나나리보 공항행 비행기로 갈아타야 한다. 타이에서 마다가스카르까지는 약 8시간30분 걸린다. 우리나라 사람이 마다가스카르에 입국하려면 비자가 필요하다. 경기 과천시의 마다가스카르 명예 영사관에서 발급받을 수 있다. 현지 공항에서도 도착 비자를 발급해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