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여명의 울림을 전하는 법고소리 |
시간이 흘러 운문산에 해가 걸릴 즈음, 범종루에서 치는 법고소리가 장엄하다. 가죽짐승을 깨우는 울림. 이어 비늘짐승을 위한 목어, 날짐승을 달래는 운판, 지옥중생을 깨치는 범종 소리가 산자락을 타고 퍼져나간다. 작은 소리에서 시작된 목탁 소리는 짙게 깔린 어둠 과 계곡을 타고 점점 크게 울려 퍼진다. 운문사의 미물을 깨우고 호거산에 둥지를 튼 도리암, 북대암, 사리암에도 여명의 울림을 전해진다. '세속오계’와 「삼국유사」의 탄생지 아름다운 소나무숲 끝에서 만난 운문사에는 여승들 만 있다. 국내 최대의 비구니 도량답게 흐트러짐 없 이 정갈하기만 한 매무새. 그리고 홍조가 내린 하얀 얼굴에 햇빛이 들기 시작하면 경내는 고혹적인 모 습으로 다시 피어난다. 대웅전 문지방 너머 나지막 이 들려오는 비구니들의 새벽 예불 소리. 사물을 깨 우는 그 장엄한 합송에 마음 깊이 쌓아두었던 근심을 걷어내고 싶다면 무엇보다 부지런하고 볼일이다. 557년 신라 진흥왕 때 세워진 운문사.이 운문사가 원광법사가 세속오계를 지은 화랑정신의 발상지이며, 일연 스님의 <삼국유사> 탄생지라는 사실은 지나치기 쉬운 부분이다. 1200년 전 원광법사는 당나라에서 돌아와 이곳에서 세속오계를 전수했다. 고려 충렬왕 때(재위기간 1274 ~ 1308년) 이곳 주지였던 일연 스님은 이곳에서 우리가 자손만대까지 전해야 할 삼국유사 5권 2책을 펴냈다. 세기가 바뀐 지금 일연 스님의 자취를 찾아볼 길은 없지만 마음속으로 미세한 울림이 인다. 1958년 불교 정화운동 후 비구니 도량이 된 다음부터는 이승의 선맥을 세운 만성, 청풍납자로 유명한 광호 스님 등이 운문사를 거쳤다. 키 작은 담장 너머 허공을 찌르는 굴뚝의 연기가 마치 잊혀져 가는 설화처럼 피어나는 것만 같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