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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ODAY 스크랩】 오락프로그램 성패는 톱MC 아닌 기획과 실험정신

피나얀 2005. 10. 26. 22:43

                                 

 

 


SBS 간판 오락프로그램 ‘김용만 신동엽의 즐겨찾기’가 전격 폐지된다. 당대 최고의 MC를 모셔놔도 시청률이 신통치 않기 때문이다. 게다가 매회 10명 정도의 인기스타가 게스트로 출연해도 별 효과가 없었다.

 

한국 최고의 두 입담꾼은 시너지 효과를 발휘하지 못했다. 조합이 잘못된 것이다. 둘 다 리더형이다. 복싱으로 치면 둘 다 인파이터형이라 같이 붙으면 게임이 재미없어진다.

 

신동엽은 마음껏 상대를 놀리면서 기량을 발휘할 때가 많지만 김용만은 이를 받아줄 상대감이 못된다. 오히려 신동엽은 유재석이나 김제동 같은 ‘배려형’ MC와 함께 하는게 좋다. 김용만은 ‘브레인서바이버’처럼 혼자 정리하는 스타일이다. ‘즐겨찾기’의 폐지는 비싼 돈 들여 무조건 최고의 MC만 데려다놓고 시시껄렁한 농담을 늘어놓으면 오락프로그램의 시청률을 확보할 수 있다는 관행이 무너지는 상징적 사건(?)이다.

 

지난해까지만 해도 8명 정도의 스타MC들이 안나오면 오락프로그램 제작이 안 될 정도였다. 1주일 내내 시청자들은 똑같은 얼굴을 마주해야 했다. 프로그램의 성패가 콘텐츠의 질이 아닌 MC의 역량에 더 크게 좌우됐다.

 

이들 스타MC들은 자사 소속 연예인을 출연시켜달라는 끼워팔기, 자신의 회사가

외주제작을 맡을 수 있게 해달라는 부탁 등 무리한 요구까지 했다. 방송가에는 ‘MC권력’이니 ‘MC횡포’니 하는 말이 나왔다.

 

그러나 올해는 양상이 달라졌다. 음반이나 영화 홍보하러 나온 연예인들이 펼치는 ‘연예인 사담장(私談場)화’나 작위적인 몰래카메라 같은 수법은 먹혀들지 않았다. 오히려 MC는 톱스타가 아니어도 참신한 기획과 포맷으로 승부하는 실험정신에 시청자들은 손을 들어줬다.

 

연예인의 초등학교 시절 친구를 찾는 KBS ‘해피투게더 프렌즈’는 기존의 쟁반노래방과는 전혀 다른 포맷을 선보이는 모험을 시도했다. 유재석, 김아중, 탁재훈이라는 MC진용도 처음에는 김용만, 신동엽에 비해 무게감이 떨어졌지만 지금은 ‘즐겨찾기’ 시청률의 2배에 육박하는 20%대를 유지하고 있다.

 

‘상상플러스’도 MC권력은 없지만 재미와 유익함(정보), 두마리 토끼를 제대로 잡아낸 오락프로그램이다. 한창 인기를 얻고 있는 ‘세대공감 올드앤뉴’의 진행자인 노현정 아나운서는 이 코너를 통해 일약 스타덤에 올랐다.

 

최근 100회 특집 방송을 내보낸 KBS ‘스펀지’는 호기심을 자극하는 유익한 내용이 많아 어린이와 청소년에게 특히 인기가 높다. 부모와 아이들이 ‘스펀지’에서 다루는 과학적인 아이템을 놓고 대화하기에도 좋다. 정은아 강병규가 진행하는 ‘비타민’도 유익하면서 시청률도 높다.

 

불확실한 흥행 여부를 실험정신으로 돌파한 오락 프로그램이 평가를 받고, 재미도 있고 의미까지 있는 금상첨화형 프로그램이 환영받고 있다는 사실은 시청자의 취향이 변했다는 증거다. 그럼으로써 스타MC가 흥행 오락프로그램을 찍어내는 기형적인 시스템이 사라지고, 우수한 프로그램이 MC를 스타로 만드는 정상적인 시스템이 확보되기를 기대한다.

 

서병기 대중문화전문기자(wp@heraldm.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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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헤럴드 생생뉴스 2005-10-26 16:1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