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면바지 입으면 아저씨 카고바지 입으면 청년!” | |||
인터넷 구매 물결 타고 청바지도 밀어낸 ‘남성패션 남성화’의
주인공
▣ 신윤동욱 기자 syuk@hani.co.kr
국방색 물결이 거리를 메우고 있다. 카키색(국방색) 위주의 카고 바지가 거리 패션을 장악하더니, 어느새 얼룩무늬 ‘개구리’ 군복도 심심찮게 거리에 등장했다. 카고 바지는 부두 노동자들이 하역 작업을 할 때 입었던 옷이다. 바지 옆단에 주머니가 달렸다는 것이 특징이다.
한마디로 카고 바지는 땀 냄새 풍기는 옷이다. 그렇다. 카고 바지의 유행은 어제 오늘의 일은 아니다. 두어 해 전부터 유행을 타더니 갈수록 기세가 등등하다. 한두 해 스쳐 지나가는 유행을 넘어 하나의 ‘스타일’로 자리잡아가고 있다.
카고 바지는 점점 거칠어져서 군복 바지까지 등장했다. 카고 바지와 군복 바지는 연장선상에 있다. 카고 바지를 단순화해서 옆주머니만 남기고, 얼룩 무늬를 넣으면 군복 바지와 비슷하기 때문이다. 카고 바지로 시작해서 밀리터리룩까지, 남성 패션의 남성화가 진행되고 있다.
10~20대에서 시작해 30대까지 확산
도심의 거리를 유심히 보면 유행은 단박에 드러난다. 서울 명동에 카고 바지를 입은 청년을 촬영하러 나간 박승화 사진기자는 “야, 그러고 보니까 10명 중에 예닐곱 명은 카고 바지더라”며 “카고 바지 안 입은 애들은 다른 나라에서 온 애들 같애”라고 말했다.
11월2일 오후, 서울 이태원의 옷가게에 들어갔다. 남성복 매장 한쪽을 카고 바지가 가득 메우고 있다. 전통적인 카키색부터 베이지색, 감색, 검정색까지 다양한 스타일의 카고 바지들이 진열돼 있다. 심지어 다른 벽면에는 흰색 카고 바지까지 늘어서 있다.
캐주얼 브랜드 ‘안전지대 스타마켓’의 박성혁 이태원 지점 매니저는 “카고 바지 매출이 남성 바지 매출의 50%를 차지한다”며 “청바지 매출보다 더 많다”고 말했다. 그는 “갈수록 카고 바지의 종류는 늘어나고, 면바지의 종류는 줄어든다”고 말했다.
그는 “카고 바지의 종류가 지난해보다 2배 더 많아졌다”고 덧붙였다. 남성미를 강조한 카고 바지가 단정한 스타일의 면바지를 대체하고 있는 것이다. 카고 바지를 입는 연령대도 다양해지고 있다.
처음에는 10~20대에서 시작됐지만, 이제는 30대까지 확산됐다. 박성혁 매니저는 “멋에 신경 좀 쓰는 사람이라면 카고 바지 한두 가지는 기본으로 가지고 있다”며 “청바지 하나 있으면, 카고 바지 하나 있어야죠”라고 말했다.
카고 바지의 유행은 인터넷 구매의 확산과 겹친다. 두어 해 전부터 인터넷에서 옷을 사는 젊은 층이 늘어나면서 카고 바지의 유행은 시공간을 넘어 확산됐다. 인터넷 구매 사이트 ‘옥션’에 올라 있는 남성 면바지 814개 품목 중에서 ‘카고 바지’로 분류되는 옷은 750건에 이른다.
같은 사이트의 청바지 643건보다 많은 것이다(10월31일 오후 5시 기준). 또 다른 인터넷 구매 사이트인 ‘G마켓’에는 아예 카고 바지가 면바지와 따로 분류돼 있다. 원래 원단으로 나누면 청바지는 면바지의 상위 분류에, 카고 바지는 면바지의 하위 품목에 들어가 있어야 한다.
G마켓에서도 카고 바지의 경매 물량은 1019건으로 면바지의 725건을 압도한다(10월31일 오후 5시 기준). 카고 바지가 인기를 끄는 이유는 무엇일까. 인터넷에서 ‘제이브로스’(jbrother)라는 아이디로 남성 캐주얼을 파는 김석중씨는 “카고 바지는 청바지보다 색깔이 다양하고, 면바지보다 디자인이 다양하다”고 설명했다.
게다가 착용감도 청바지보다 편하다는 것이다. 역시 인터넷 판매자인 서종수(폴프랑·portfranc)씨는 “이제 면바지는 너무 점잖은 스타일”이라며 “면바지 입으면 아저씨, 카고 바지 입으면 청년”이라고 말했다.
카고 바지는 면바지에 비해 옆주머니와 아랫단 등 디자인 요소가 다양하다. 그만큼 변형될 여지가 많다. 카고 바지는 다양성을 바탕으로 계속해서 진화해왔다. 카고 바지는 옆선을 비틀어도 이상하지 않고, 밑단에는 지퍼를 넣을 수도 있다. 옆주머니도 평면에서 입체 주머니로 변화해왔다. 이처럼 디자인 요소는 카고 바지 유행이 장수하는 비결이다.
청바지에 옆주머니, 점퍼에 견장…
이태원 시장의 또 다른 옷가게는 매장 곳곳이 얼룩무늬로 얼룩얼룩했다. 가게 한쪽에는 군복과 다를 바 없어 보이는 얼룩무늬 바지가 차곡차곡 쌓여 있다.
다른 쪽에는 낡은 군복 스타일의 재킷이 걸려 있다. 그 앞에는 얼룩무늬 소재로 만든 가방이 놓여 있었다. 반대편 벽에 걸린 긴팔 셔츠에는 견장이 붙어 있다. 이처럼 남성 패션의 남성화는 카고 바지에서 시작해 밀리터리룩으로 번졌다.
카고 바지의 땀 냄새에서 군인의 강인함까지 나아가고 있는 것이다. 밀리터리룩은 갈수록 강세다. 가게 주인은 “카고 바지와 밀리터리 바지의 비율이 지난해 7 대 3이었다면, 올해는 5 대 5”라고 전했다.
밀리터리룩은 바지에서 시작해 상의로 확산됐다. 군복 외투와 비슷한 재킷부터 군복의 느낌이 나는 티셔츠까지, 다양한 밀리터리룩의 상의가 나오고 있다. 상인들은 “올가을에는 카고 바지가 조금 주춤하는 반면, 재킷에서 밀리터리풍이 많아졌다”고 전했다.
격세지감이다. 군복은 한때 금기였다. 군복 혹은 군복 스타일은 ‘노가다꾼’ ‘꼴통 복학생’의 상징이었기 때문이다. 그리고 군대에 대한 ‘안 좋은’ 추억이 군복에 대한 부정적인 이미지를 키웠다. 하지만 어느새 군복 스타일이 ‘노다가’ 옷에서 ‘멋쟁이’ 스타일로 바뀌었다.
그만큼 군대가 좋아졌다는 뜻일까, 군대에 대한 비판 의식이 약해졌다는 뜻일까. 카고 바지와 군복의 디자인 요소는 전통적인 캐주얼에도 응용되고 있다. 청바지에도 옆주머니가 들어가고, 점퍼에도 응용된 견장이 덧붙여진다.
‘카고 스타일 청바지’ ‘군복 느낌 나는 재킷’으로 응용되는 것이다. 이처럼 남성성을 강조하는 경향은 남성 패션의 전반에 스며들고 있다.
이태원 시장을 따라 내려와 다른 옷가게로 들어갔다. 이 가게는 젊은 층이 좋아하는 미국 캐주얼 브랜드인 ‘애버크롬비 앤드 피치’(Abercrombie & Fitch)를 주로 파는 곳이다. 애버크롬비 앤드 피치는 카고 바지의 유행을 선도한 브랜드로 알려졌다.
이 가게에 전시된 옷들은 남성 패션의 다른 면을 보여준다. 느슨한 카고 바지에 딱 붙는 티셔츠를 함께 입는 스타일이다. 스타일의 충돌을 통해 이미지의 조화를 만들어내는 것이다. 무조건 남성미를 강조하는 것이 아니라 남성미를 드러내면서도 세련미를 잃지 않는 코디네이션 방법이다. 여기에 짧은 헤어스타일과 까칠한 수염이 더해진다. 최근에 떠오르는 남성상인 위버섹슈얼은 이런 스타일과 무관하지 않다. 그리하여 ‘남성’은 탄생한다.
알량한 양심을 꺾은 국방색이여! 반군사주의자 신윤동욱 기자의 카고 바지 고백기
나의 국방색 카고 바지는 ‘계륵’ 같은 존재다. 입을 수도 없고, 안 입을 수도 없고. 국방색 카고 바지에 얽힌 사연은 이러하다. 어언 2년 전이다. 인터넷 쇼핑에 몰두해 있을 시절이었다. 쇼핑 사이트를 돌아보던 나, ‘카고 바지’가 유행임을 눈치챘다.
처음 ‘머스트 해브 아이템’(Must have item·필수 품목)이란 콩글리시인지 잉글리시인지 모를 말도 알아버린 시절이었다. 당연히 카고 바지는 나의 운명, 이란 생각이 들었다.
이것저것 살피다가 ‘리바이스 일본판’이라는 카고 바지를 발견했다. 색상은 카키색(즉, 국방색). 가격 7만원. ‘어라? 매장에서 본 비슷한 바지보다 싸네?’ 모니터로 본 것은 녹색이 도는 카키색이었다. ‘음, 군복 같지는 않군.’ 지름신이 임하셨다. 나는 기꺼이 영접했다.
아! 무너진 꿈이여. 카고 바지로 멋을 내보겠다는 나의 꿈이여. 바지를 받아보니 정말 ‘국방색’이었다. 이건 정말 방위병 군복 바지 색깔과 다를 바 없었다. 내가 원한 것은 ‘국방색’이 아니라 ‘카키색’이었다고 속으로 울부짖어도 소용없었다.
짝퉁이라고 강한 심증을 품어도 하소연할 곳이 없었다. 반품할까? 잠시 고민도 했지만, 하자도 없는데 반품하기 미안하고 귀찮기도 했다.
‘어이, 판매자. 내가 방위 출신인 줄 어떻게 알았지?’ 혼자 헛웃음도 쳤지만, 그냥 고이 모셔두기로 했다. 나, 나름대로 반군사주의자 아니던가. 아니, 반군사주의를 팔아서 밥벌이를 하는 처지 아니던가. 거창하게 말해, 일종의 양심에 따른 국방색 거부였던 것이다.
사실 눈치에 따른 국방색 기피였던 셈이다. 그래도 안도현 시인이 자신의 오래된 방위 군복을 보면서 “내 아들에게는 다시는 입히지 않을 저 국방색 바지”라고 ‘절창’했을 때, 시집을 읽다가 주먹에 힘을 주며 ‘나도!’라고 감동했던 시절이 나에게도 한때나마 있지 않았던가.
아! 무너진 작심이여. 국방색을 고이 모셔두겠다는 나의 작심이여. 모셔두려니 아까웠다. 7만원의 유혹을 이기기 힘들었다. 어느 날 저녁, 집에서 내일 무슨 옷을 입을까 하면서 ‘옷놀이’를 하다가 국방색 바지가 뜻밖에 빨간색 니트와 잘 어울린다는 사실을 발견하고는 유혹을 이기지 못했다. 물론 자기 합리화도 했다.
‘거리에 국방색 바지 입은 애들 많더만. 나 하나 안 입는다고 세상이 바뀌냐.’ 한 번 입으니 두 번 입기는 쉬웠고, 세 번째부터는 아무 생각 없었다. 가끔 “어? 이거 완전히 방위 군복이네!”라고 ‘한 말씀’ 하시는 눈썰미 좋은 분들이 얄미울 뿐이었다. 카고 바지, 입어보니 편했고, ‘뽀대’도 났다. 언젠가 카고 바지 하나를 더 사리라, 작심했다.
나의 양심을 위로해주는 고마운 분들이다. 어느 날 문득, 거리에 얼룩무늬 ‘개구리 군복’ 바지도 나타났고, 내 국방색 바지 색깔과 똑같은 군인 윗옷(야상)도 등장했다. 역시 어느 날, 이태원의 옷가게에 들어섰다. 카고 바지의 천국이었다. 여기도 카고 바지, 저기도 군복 바지. 바로 오늘이다.
내 기꺼이 지름신을 영접하리라. 그래도 ‘양심상’ 국방색이 아닌 카고 바지를 사려고, 이것저것 입어보았다. 옆에서는 웬 남녀 커플이 얼룩무늬 군복 스타일의 바지를 번갈아 입으면서 암수 서로 정다운 장면을 연출하고 있었다. 하지만 그날은 지름신이 임하시지 않았다.
2년 전에 목표했던 녹색빛이 도는 카키색 카고 바지를 발견했지만, 옷장 속의 국방색 카고 바지가 눈에 어른거렸다. 이거나 그거나. 자꾸 그런 생각이 들었다. 더구나 대부분의 카고 바지들이 허리에 체인을 달고, 밑단에 자크를 매달고, ‘너무’ 진화해 있었다.
서른네 살의 아저씨가 입기에는 너무 ‘하드 코어’였다. 그리하여 쓸쓸히 빈손으로 가게를 빠져나왔다. ‘차마 국방색 바지를 입 을 수는 없어요.’
나의 알량한 양심을 꺾어버린 알량한 7만원의 힘이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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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5년은 ‘로맨틱한 밀리터리룩’
세계적 디자이너들, 풍덩한 점퍼 대신 날렵한 실루엣 강조
▣ 심정희/
얼굴 생김으로는 톰 크루즈 뺨을 치고, 옷 입는 감각으로는 패션 모델 뺨을 치는 베컴이라는
남자가 축구마저 기막히게 잘한다는 게 알려지기 시작하면서 메트로섹슈얼 열풍은 시작됐다.
그리고, 그런 그가 텔레비전에 나와 “일주일에 두 번은 피부에 활력을 공급하기 위해 팩을
하고, 만날 똑같은 남자 옷이 지겨워 간혹 부인의 옷을 입기도 한다”고 고백한 뒤로, 열풍은 광풍으로 돌변했다. 그와 동시에 남성 패션의 흐름도
크게 바뀌었다.
남자 옷이라고는 도저히 믿어지지 않는 꽃무늬 셔츠들이나 핑크색 옷들, 민망할 만큼 짧은
핫팬츠 등이 패션쇼에 등장하기 시작하더니, 얼마 지나지 않아 평범한 남자들도 꽃무늬 셔츠를 입고, 단추를 세 개나 풀어헤친 채(털도 없는
주제에!) 거리를 활보했다.
다행히(?) 올가을과 겨울에는 밀리터리룩이 유행인 덕분에 꽃무늬 셔츠 아래로 앙상한
가슴팍을 드러낸 남자들을 자주 만나지 않아도 되었지만 밀리터리룩 역시 흔히 우리가 생각하는 그것과는 거리가 멀다.
밀리터리룩이 유행이라는 말만 듣고 풍덩한 ‘개구리 바지’에 사파리 점퍼 걸치고, 군화 신고
돌아다녔다가는 코미디 프로그램에 등장하는 ‘복학생’ 취급당하기 십상이라는 이야기.
2005년의 밀리터리룩은 로맨틱하고 우아하며, 심지어 여성스럽기까지 하다. 얼핏 ‘로맨틱한
밀리터리룩’이라는 게 어불성설처럼 느껴지는 사람들도 있겠지만 발렌티노나 커스튬 내셔널 같은 세계적인 브랜드들은 여자 코트 못지않게 타이트한
트렌치코트나 우아한 디자인의 베레모, 날렵한 실루엣의 카고 바지 등으로 컬렉션을 채움으로써 밀리터리룩이라고 해서 무조건 터프한 것은 아니라는
사실을 입증해 보였다.
날렵한 실루엣 이야기가 나왔으니 말인데, 요즘 유행하는 남성복의 특징은 웬만한 여자들조차
입을 엄두를 내지 못할 만큼 날렵한 실루엣이 특징이다. 몇 년째 남성복 트렌드를 선도해오고 있는 디올 옴므의 수석 디자이너 에디 슬리먼을 만났을
때 “뚱뚱한 사람들도 입을 수 있게 큰 사이즈의 옷도 좀 만들어줘요”라고 볼멘소리를 했더니, 그가 그랬다. 주변에 자신이 만든 옷을 입고 싶어하는데 뚱뚱해서 못 입는 남자가 있다면, 살을 빼게
만들라고. 자기 옷이 멋있는 건 날렵한 실루엣 때문인데, 그 옷을 큰 사이즈로 만들어봤자 하나도 멋있지 않을 거라고. 겨울이 지나고, 봄과 여름이 오면 언더그라운드 록 밴드들에게서 영향을 받은, 캐주얼하고
경쾌하면서 약간은 불량하기까지 한 옷차림이 유행하게 되겠지만 그 옷들 역시 슬림하고 여성스러운 분위기인 건 마찬가지. 그러므로 아예 옷차림에 신경 끄고 ‘복학생’ 소리 들으면서 살 생각이 아니라면, 짬 날 때
마다 트레드밀 위에 올라가 땀 흘릴 것(이건 경험상 하는 말인데, 시선이 닿는 곳에 ‘다이어트만이 살길!’ ‘나도 메트로섹슈얼이 될 수 있다’
같은 문구를 써붙여놓으면 뛰기 싫을 때, 자신을 다스리는 데 좀 도움이 된다)! 그나저나 능력도 있어야 하고, 피부도 좋아야 하고,
몸매도 좋아야 하고, 패션 감각도 있어야 하다니, 남자들도 참 세상 살기 힘들겠다.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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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한겨레21 2005-11-15 09: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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