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나얀™♡【요리】

겨울철에 어울리는 별미 음식 - 족편

피나얀 2005. 12. 9. 15:40

 


 

 

겨울철에 어울리는 별미 음식 


 차게 먹어야 제 맛이 나는 겨울철 고기음식에 '족편(足片)'이 있다. 족편은 소의 족이나 꼬리 따위를 푹 고아 고명을 뿌리고 식혀서 묵처럼 엉기게 만든 음식이다.

 

 우리 조상들은 고기 중에서도 소고기를 유난히 좋아해서 농사에 요긴한 소를 모처럼 한 마리 잡으면 어는 부위도 모두 귀하게 여겨서 다양한 요리법을 개발해 냈다. 그중 하나인 족편은 요즘 시중에서 파는 곳도 별로 없고, 집에서는 만들기가 번잡해서 점차 잊혀져가는 우리 전통 음식이다.

 

소의 족이나 꼬리에는 살코기보다 뼈와 힘줄[腱]· 연골 등이 많은 편이다. 이것을 오래 고면 뼈마디와 힘줄 부위의 결체조직에 많이 있는 단백질의 일종인 콜라겐(collagen)이 맑은 액으로 용해되지만[졸(Sol) 상태], 식으면 젤라틴(gelatin)화 하여[겔(gel) 상태] 묵처럼 굳는 특성이 있다.

 

동물성 식품의 이런 특성을 이용하여 속이 다 내비치게 만든 족편은 위에 얹은 고명들이 자연스레 어우러져 빚는 무늬와 빛깔로 인해 보기에도 이름다운 음식이다.

 

 족편을 만들려면 먼저 소족을 토막내어 찬물에 담가 핏물을 뺀 다음 사태고기· 파· 마늘· 당근· 샐러리· 통후추를 함께 큰 솥에 넣고 물을 넉넉히 부어 12시간 이상 푹 곤다. 

 

살이 흐물흐물해지고 국물이 걸쭉하게 줄어들면 사태고기와 채소· 뼈는 건져내고 고기만 꺼내어 다진다. 이때 건져낸 사태고기는 편육 만들기처럼 보에 싸서 눌러 두었다가 고명으로 한다.

 

 국물에 한천을 조금 넣고 다시 국물이 끈적할 정도로 진하게 끓인다. 건더기는 모두 건지고 국물을 식혀 위에 뜬 기름을 굳혀 제거한 다음 다시 데운 국물을 베보로 밭쳐 기름을 바른 네모난 틀에 붓는다. 그 위에 채썬 밤· 잣· 대추· 석이버섯· 실고추 등을 수 놓듯이 뿌려 모양을 내어 차가운 곳에 내놓아 두면 고기가 식으면서 편편히 굳는다.

 

 족편은 소금으로 간을 해야 투명하게 만들 수 있다. 그러나 간장으로 간을 하면 색이 거무스레하게 되는데, 이런 족편을 '장족편(醬足片)'이라고 한다. 

 

 한국 사람들은 족이나 사골· 꼬리 등 뼈를 곤 음식을 매우 좋아한다. 그렇지만 일본이나 미국· 유럽 등지에서는 식용보다는 대부분 동물 사료로 쓴다. 백화점의 식육센터에 가면 깨긋하게 손질하여 토막낸 것을 포장해서 팔고 있으므로 쉽게 구할 수 있다.

 

 하늘하늘 얇게 썰어 차곡차곡 접시에 담아 내온 족편을 초간장에 찍어 먹으면 술안주로 이보다 더 고급스러운 것은 없을듯 싶다. 족편의 투명하고 차가운 촉감이 그렇듯 겨울철에 잘 어울리는 진미 음식이다. 밖에 내놓았다가 살짝 언 것을 베어 먹으면 아작아작한 감촉이 별미였다.

 

그러나 집에서는 만드는데 너무 오랜 시간이 걸리는 데다 기름기가 많아 맛이 느기하고 진해서 요즘 세대 사람들의 입맛에는 잘 맞지 않아서인지 이 음식이 점차 사라져가고 있어 안타깝다.   

 

 족편의 재료로는 소족이나 소머리 외에 콜라겐이 많은 소가죽· 소꼬리나 생선껍질· 지느러미도 쓸 수 있다. '수구레족편'은 소가죽 안에서 벗겨낸 질긴 고기인 수구레만을 고아 굳게 식혀 묵처럼 엉기게 만든 것이고, 닭고기나 꿩고기를 소족과 함께 섞어 같은 방법으로 만들면 '용봉족편(龍鳳足片)'이라고 한다.

 

  옛 문헌에 나오는 족편

 

 족편은 '족병(足餠)'에서 나온 이름이라고 한다. '餠'은 떡을 가리키는 한자어이므로 이 음식이 네모반듯하게 떡 모양으로 썰린 걸 보고 이런 이름이 붙게 되었을 것이다. 족편이란 말은 1800년대의 문헌에 처음 등장한다.

 

 족병이란 이름은 1719년의《진연의궤(進宴儀軌)》에 나타나고 있어서 과거에는 궁중연회용으로도 이용되었음을 알 수 있다.

 

궁중에서는 족병을 만들 때 주재료는 소족을 쓰고, 부재료료는 묵은 닭[陳鷄]· 숭어· 말린 대구· 말린 전복 등을 넣어 달걀· 표고· 석이· 진이· 실고추· 잣 등을 고명으로 써서 간장· 참기름· 후춧가루· 계핏가루· 식초· 녹말가루 등으로 양념했다.

 

 동짓달에 궁중에서 먹던 보양음식의 하나에 '전약(煎藥)'이 있다. 소가죽을 진하게 고은 후 꿀과 관계(官桂: 좋은 계피)· 건강(乾薑: 말린 생강)· 정향(丁香)· 후추· 대추살 등의 향신료를 넣고 끓인 다음 사기 그릇에 담아 굳혔다가 썰어서 족편처럼 먹는 음식인데, 조선 말까지 행해지던 풍습이다. 

 

 그런데《보한재집》에서는 전약이란 우유에 건강 정향 계심(桂心)· 청밀(淸蜜:꿀) 등을 섞어 고약처럼 곤 것이다. 고려 시대에는 중추(中秋) 팔관회의 진찬으로 삼았으나, 조선 시대에는 내의원에서 만들어 가까운 신하들에게 나누어 주었다.

 

우유가 부족하면 마유(馬乳)로 대용하였다고 하였다. 우유에 꿀을 섞고 오래 끓이면 걸쭉해지기는 하지만 족편처럼 굳지는 않는다. 그러므로 이 책에 나오는 전약은 앞서 말한 전약과는 다른 보양음식일 것이다. 

 

 1670년 경의《음식디미방》에는 족편이란 음식 이름은 등장하지 않지만 만드는 법이 족편과 비슷한 '별미'가 나온다. 닭과 대구를 삶아 간장으로 간을 해서 굳힌 일종의 장족편이다.

 

서유구가 지은《옹희잡지)》(1800년대)에는 소족을 고아서 파· 생강· 잣· 후추· 깨 등을 섞어 다시 곤 다음 굳힌 '우행교방'이란 음식이 나온다. 

 

《규합총서》에 나오는 '저피수정회(猪皮水晶膾)'란 음식은 돼지껍질만 벗겨 기름을 떼어낸 다음 파· 후추· 천초 등을 넣고 오래 고아서 묵처럼 굳힌 족편의 일종이다. 수정처럼 빛깔이 맑고 아름다워서 이런 이름이 붙었는데, 차게 해서 얇게 썰어 장에 찍어 먹기 때문에 '회'라고 한 것 같다.

 

  '족구이'와 '족볶음'

 

 이밖에 소족으로는 '족탕'을 만들어 먹거나, 삶아낸 족으로 '족구이'나 '족볶음'을 만들어 먹기도 한다.

 

 《시의전서》에서는 제사에 올리는 '족적(足炙)'에 대하여 "소족을 삶아서 건져낸 후에 긴 뼈는 버리고 굽통 사이만 잘라 양념에 재웠다가 굽는다. 두 개를 하려면 꼬치를 좌우로 질러 사지 둘을 감고, 하나를 하려면 사지 하나만 감는다.

 

대강 뼈를 추린 후에 양념하여 굽는다," 하였고, 보통 '족구이'는 "소족을 무르게 삶아 대강 뼈를 추리고 굽는다."고 하였다. 

 

 방신영의 《우리 음식 만드는 법》(1952년)에 나오는 '족볶음'은 소족을 적당한 크기로 잘라 찬물에 담가 핏물을 빼고 무와고기를 함께 넣어 뭉근한 불에서 푹 무르도록 끓여 건진 다음 표고와 석이를 넣어 볶다가 국물을 넣고 밀가루를 풀어서 다시 볶은 음식이다.  

 

내용출처 : [직접 서술] 블로그 집필 - 밥상 위의 고기문화                               

출처-네이버지식 글중에  junsuso님 글 발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