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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ODAY 스크랩】 “ME(저에게)”보다 “I(내가)”의 2005 대중문화

피나얀 2005. 12. 13. 17:43

 


 

 


조지 허버트 미드(Mead, G, H)는 윌리엄 제임스의 자아 의미를 발전시켰다. 그래서 “I”와 “ME”의 의미를 차별화 시켰다.

여기에서 “ME”는 다른 사람들이 나에 대해서 갖고 있는 일련의 태도나 생각들이다. 다른 말로 하면 대상 혹은 객체적 개념이다. 즉, 다른 사람들의 생각, 평가에 따라 형성되는 개념이다. 따라서 이러한 ME에 연연해하는 이들은 다른 이들 혹은 사회적으로 자신을 어떻게 바라보는가에 신경 쓴다. 자연스럽게 사회적 기준에 연연하게 된다.

반면 “I”는 이러한 다른 사람들이 반응하는 “ME”에 대한 주체적인 반응을 이른다. 쉽게 말하면, 내가 어떻게 생각하고 행동하는가를 강조하는 개념이다. 미드는 I(주체)와 ME(대상)의 상호작용성을 강조했다. 2005년은 드라마와 영화 그리고 개그와 유행어에서 “I(나)”를 강조하는 모습이 두드러진 한 해였다.

2005년 한국 드라마는 당당한 주체(I)를 강조했다. 일본에 대한 민족적 감정에 의존하기는 했지만, 드라마 ‘불멸의 이순신’은 고뇌하는 인간 이순신의 주체성을 도드라지게 했다. 드라마에서 무엇보다 특징적인 부각은 여성이었다. 다른 사람이나 사회적인 기준(ME)으로 살아가는 것보다 자신의 방식과 가치관대로 살아가고자 하는 여성들의 삶을 그렸다.

즉, 여성 캐릭터들은 하나같이 목적격, 객체, 대상의 삶이 아니라 주체(I)적 삶을 강조했다. MBC ‘내 이름은 김삼순’은 노처녀 주인공의 일과 사랑에서 보인 당당함이, MBC ‘굳세어라 금순아’는 젊은 과부라는 처지에서 꿋꿋하게 헤쳐 나가는 당당함이 도드라졌다.

고전을 현대극화 한 드라마 KBS ‘쾌걸춘향’에서 성춘향(한채영 분)은 춘향이 지닌 전통의 순종적인 여성 이미지가 아니라 적극적인 자기 발전형의 모습을 만들어냈다. 여성의 주체성을 강조하는 가운데 기혼 여성의 당당한 사랑과 일찾기를 그린 드라마가 연이어 방송되기도 했다. SBS ‘돌아온 싱글’ KBS ‘두 번째 프로포즈’, SBS ‘불량주부’는 이러한 맥락에서 볼 수 있다.

당당녀는 현대극뿐만 아니라 사극에서도 그러났다. 드라마 KBS ‘해신’의 ‘자미부인(채시라 분)’이나 ‘정화(수애 분)’가 대표적이다. 이들은 남성중심의 냉혹하고 치열한 상단 세계에서 여성으로서 독자적인 리더십을 시도했다.

MBC 드라마 ‘신돈’에서는 국정에 임해서 흔들리는 공민왕(정보석 분)을 잡아주는 노국공주(서지혜 분)가 눈에 띈다. 감성적인 여성이나 아니라 매우 주관이 뚜렷하고 합리적인 여성 캐릭터다.

SBS ‘서동요’에서는 선화공주(이보영 분)가 적극적으로 자신의 사랑을 쟁취하는 인물로 그려진다. 심지어 서동요를 선화공주가 서동(조현재 분)을 찾기 위해 퍼뜨리는 대목을 그려 넣기도 했다. 상단을 이끌어가는 그녀의 모습도 마찬가지 맥락이다. SBS 사극 ‘토지’에서 최서희(김현주 분)는 감성적이기만 한 전통 여성이 아니라 능동적이고 합리적이며 시대를 이끌어가는 여성상을 보여주었다.

영화 속에서도 여전히 나(I)를 강조하는 여성 캐릭터와 역할이 등장했다. 영화 ‘무영검’에서도 최고의 고수에 여검객(윤소이)을 설정했다. 영화 ‘친절한 금자씨’, ‘로라 공주’는 남성들의 전유물로 여겨지던 복수를 여성의 시각에서 적극적으로 끌어들이고 있다. ‘연애의 목적’이나 ‘녹색의자’는 당당한 여성의 사랑 찾기를 설파한다. 드라마 ‘내 이름은 김삼순’과 같이 연하의 남자와 벌이는 애정 행위를 다룬다. 영화 ‘여자, 정혜’는 묵묵하게 자신의 삶을 살아가는 일상의 여성 캐릭터를 보여주었다.

MBC 시트콤 ‘안녕, 프란체스카’에서 프란체스카는 때로는 순수해서 엽기적이고 코믹한 반면 확실한 자신의 세계관을 가지면서도 쿨한 여성 이미지를 보여주었다. ‘올드미스 다이어리’에서는 중년여성의 심리와 일상을 주체의 시각에서 담론화 했다.

강요되는 루키즘에 대한 주체적 저항, 선언도 눈에 띈다. “이 세상, 날씬한 것들은 가라. 곧 뚱뚱한 자들의 시대가 오리니. 먹어라 네 시작은 비쩍 곯았으나 끝은 비대하리라!”

KBS 개그콘서트의 뚱뚱녀 교주 출산드라가 외치는 장면이다. KBS ‘폭소클럽’ “X파일 마른 인간”에 대한 연구도 역시 뚱뚱한 몸에 대한 당당한 선언이다. 주류사회의 성형과 마른 몸에 대한 맹목적 기준(Me)을 질타하고 자신(I)을 강조한다. ‘내 이름은 김삼순’에서 ‘김삼순’은 뚱녀 노처녀의 삶이라는 당당함을 내세워 폭발적인 인기를 얻었다. 삼순역의 김선아는 실제로 6kg의 살을 찌웠다. 다만, 그녀는 드라마가 끝나자 다시 살을 뺐다. I가 ME가 벗어나지 못하는 것일까?

“내가(I)”를 강조하는 심리는 유행어에서도 볼 수 있다. ‘폭소클럽’의 장동민은 '그 까~이꺼'에는 어떤 대상을 어려워하거나 복잡하게 여기지 않고 내 방식대로 단순하게 여기겠다는 심리가 반영되어 있다. 영화 ‘친절한 금자씨’에서 금자씨, 이영애는 “너나 잘 하세요”를 유행시켰다. 이를 이어받아 그룹 다이나믹듀오가 ‘너나 잘 하세요’라는 제목의 노래를 발표하기도 했다. “너나 잘 하세요”는 너나 똑바로 하고 남 말하지 말라는 뜻으로 쓰이기도 하지만 거꾸로 사용되는 경우도 많다.

지난 11월말 통계청 발표 의식조사에서 조사 대상의 89.1%는 “나는 장애인을 차별하지 않는다”고 답했다. 반면 “다른 사회 구성원들은 장애인을 차별한다”는 사람은 74.6%에 이르렀다. 응답자의 64.3%는 자신이 법을 지키지만 다른 이들이 법을 잘 지킨다고 한 응답은 28%에 불과했다. 다른 이들이 문제인 것이다. “너나 잘 하세요”는 잘못하면 배타적 자아 합리화의 강화로 흐를 가능성도 있다.

‘웃찾사’, ‘1학년 3반’의 “~됐거든”과 함께 SBS ‘프라하의 연인’에서 김주혁은 단정적 말투를 유행시켰다. 말끝에 “~거든”을 붙여 “~ 컸거든”, “~떠있거든” 등의 유행어를 만들어 냈다. 여기에서 “~거든”은 두 가지 의미다. 방어와 공격 기제의 복합성인가하면 때로는 단정적 경계 짓기를 의미한다. 주인공은 언제나 보는 이들과 동일시와 일치성을 공감시킨다. 다만, 이러한 말들에서 생각해 볼 점이 있다.

주인공 외의 인물에 대한 배타적 단정적인 태도는 소통을 단절시킨다. 개그에서는 상대방에 대한 비하적 웃음을 유도하기도 한다. “너도 잘 하세요”도 의미 있지만 “나도 잘 하세요”도 역시 중요하다. 무조건 자기의 당당함도 중요하지만 남과 나, 개인과 사회의 상호 소통의 교호 관계가 살맛나게 한다. 미드가 “I”와 “ME”의 변증법적 논리를 강조하는 듯 대중문화는 끊임없이 상호 소통을 다루는 게 본령으로 보인다. 또한 전체적으로 짚을 점도 있다.

맹목적인 “나(I)”의 상품화는 나는 무조건 당당해야 한다거나 차별적인 소비를 강화한다. 또한 무조건 당당녀의 신드롬에 편승하는 짝퉁 드라마는 결론에서 기형적인 모습으로 결론이 모아지기도 한다.

‘영재의 전성시대’나 ‘사랑은 기적이 필요해’는 대표적이다. 노처녀들의 당당함을 내세웠지만 결국에는 재벌가나 백마 탄 왕자와 결혼하거나 로맨스를 결합하는 방식으로 흘렀다.

대중문화의 기본적인 속성 중 하나는 집단적 위안이다. 상처를 가진 이들에게는 아픔을 어루만져 준다. 그것도 남이 아니라, 자신의 감정에 대한 동일시와 일치성을 바탕으로 한다. 한편으로 대중문화가 항상 독립성과 당당함을 강조하면 비즈니스는 이를 받아 파생 상품의 소비를 부추긴다. 또한 지나치게 자신(I)을 강조하는 경우, 이기주의, 가족주의, 민족주의가 에 매몰된다. 이럴 때 개인을 넘어서 집단적 나르시시즘은 경계의 대상이 될 터다.

글·김헌식(문화비평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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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고뉴스 2005-12-13 11:2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