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선일보 김민철, 이하원 기자]
이슬람은 한국에 다가오면서 한국도
자신들에게 다가오기를 기다리고 있지만, 우리는 예나 지금이나 이슬람을 외면하고 있다. 한국이슬람중앙회 이사장인 한국외국어대 손주영 교수는 “한국
사정이 이런데도 이슬람에서 한류가 일고 한국상품 점유율이 1위인 것은 신기하기는 하지만 오래가기는 어려운 현상”이라고
했다.
◆일방적 관심
한류와 한국상품에 대한 관심은 한국과 한국어에 대한 관심으로
이어지고 있다. 이집트의 아인 샴스 대학은 지난 9월 중동 최초로 한국어과를 개설했다. 25명 모집에 150명이 지원, 정원을 32명으로
늘렸다.
이 학과 김주희 교수는 “학과에 대한 문의가
계속되고 있다”고 했다. 모로코, 요르단에 이어 지난 10월엔 알제리에도 한국어 교육과정이 개설됐다. 이집트 한국대사관 한국어 강좌에는 40명
정원에 500명이 몰린다. 이에 비해 우리의 아랍과 아랍어에 대한 관심은 너무나 미약하다.
신문·방송에서의 불균형도 심하다. 지난해
이란 국영TV는 한국인 어머니와 이란인 아버지를 둔 여성이 테헤란 삼성전자 대리점에서 근무하며
사장과 벌이는 사랑 드라마를 방영했는데 젊은이들 사이에 큰 인기를 누렸다. 반면 우리 방송에서 이란을 다루는 경우는 ‘핵’과 ‘테러’뿐이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
지난달 이해찬 총리의 중동5개국 순방 때
쿠웨이트 TV가 톱뉴스로 보도하는 등 모두 주요 뉴스로 취급했다. 그러나 지난 9월 오만의 파드 부총리 방한 등 이슬람권 고위층이 한국을 찾을
때 우리 언론은 전혀 주목하지 않았다. 최근 3년간 조선·동아·중앙일보의 중동권 기사는 41%가 테러, 29%가 이스라엘·팔레스타인 분쟁, 12%는 이란 핵문제로
전체의 82%가 이 세 가지 주제였다.
이집트에선 매년 1월 말 책박람회가 열린다. 중국과 일본 심지어는 북한도 별도의 부스를 설치하는데
한국 부스는 없다. 이집트 ‘겨울연가’ 동호회원인 디나(19·여)씨는
“한국관을 찾으려 돌아다녔다. 없는 걸 알고 너무 실망했다”고 했다.
정부도 무심하다. 몇 년 전만 해도 오만의 한국대사관에서 열린
8·15 기념식에는 오만 외무장관 등 고위 인사들이 대거 참석했다. 왕세자가 온 경우도 있었다.
반면, 오만 최대 국경일(국왕 취임일)인 11월 18일, 서울 오만 대사관에서 열린 축하연엔 우리 정부
국장급도 참석하지 않는 경우가 허다했다. 결국 우리 8·15 행사에 오만 고위 인사들의 발길이 줄어들었다. 정부는 김선일씨 피살사건 후에야
외국공관 행사에 차관급이 참석토록 하고 있다.
해외홍보원은 지난해 아랍어 국가홍보 사이트(arab2korea.net)를 급히
개설했다. 그러나 아랍 주요 포털사이트에 등록하지 않아 아랍어 검색이 어렵다. 그나마 한 달 2만명이 방문하는 게 신기하다는 것이 관계자들
얘기다.
터키 이스탄불 사르예르구(區)엔 한국학교가
있다. 이곳 구청장은 건물 임대료가 올라 한국학교가 어렵다는 말을 듣고 임대료를 아예 없애준 사람이다. 그 구청장이 1년 전 터키와 관계 있는
부산의 한 구청에 자매결연을 제의했다. 그러나 아직도 답이 없다. 김상진 터키 한인회장은 “민망하다”고
했다.
◆동구의 재판 우려
90년대 중반 동유럽에 우리 기업이 대거 진출했다가 관리를
제대로 하지 못해 퇴출당했던 사례가 있다. 중동에서도 그렇게 될 수 있다고 보는 전문가들이 적지 않다.
올 들어 8월까지 이집트 내
한국 가전제품 수출액은 작년 대비 65% 급락했다. 중국산이 밀려드는 데다 우리 기업들이 A/S 정비를 미뤘기 때문이다. 코트라 카이로무역관은
“한국기업들이 명성에 안주하면 몇 년 안에 발을 못 붙이게 될 수 있다”고 했다.
우리나라는 지난 9월 IAEA에서 이란의 핵개발에
반대했다. 그 직후 이란은 한국 상품 수입을 규제했다. 이미 냉장고 수출은 전년에 비해 12.4% 줄었다. 건국대 최창모 교수는 “이란은 한국을
친구로 여기는데 한국은 물건 팔 생각만 하는 것이 문제”라고 했다.
연세대 문정인 교수는 “필요하면 몰려가고 아니면 썰물처럼 빠지면
중동이 한국에 회의적인 시각을 가질 것”이라며 “지금처럼 한국 이미지가 좋을 때 장기적인 안목에서 투자해야 한다”고
했다.
2002년 월드컵 때 우리가 흔든 터키
국기(國旗)가 터키에 폭발적인 한국 바람을 일으켰다. 그후 터키 수출은 2003년 59%, 2004년 71%나 늘어났다. 우리가 뭘 해야 할지를
보여주는 사례다.
(김민철기자 [블로그 바로가기 mckim.chosun.com])
(이스탄불=이하원기자 [블로그
바로가기 may2.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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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2005년 12월 13일 (화) 03:38 조선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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