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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 워’로 ‘용가리’의 부진을 씻고 승천”

피나얀 2006. 1. 27. 21:05

 

 

 

 

[인터뷰] 신작 ‘디 워’ 후반작업에 한창인 심형래 감독

미디어다음 / 이준수 기자



영구아트SF연구소가 최근 공개한 '디 워'의 스틸 사진.
용이 되지 못하고 깊은 물 속에 산다는 이무기의 꿈은 하나다. 용이 돼 승천하는 것. 그리고 그 꿈을 이루기 위해서는 여의주가 필요하다. 그러나 감나무에서 감이 떨어지길 기다린다고 감이 입에 들어오지 않듯, 여의주가 그냥 주어지지 않는 법이다.

심형래 감독의 지금 처지를 비유하자면 이무기와 같다. 5년 전 ‘용가리’(최초는 1999년 개봉됐으나 이후 추가 작업을 통해 업그레이드 버전을 2001년에 내놨다)를 통해 용이 되고 싶었으나 결국 승천에 실패한. 그래서 심형래 감독이 ‘이무기’를 새 영화의 소재로 삼은 것은 의미심장해 뵌다. ‘디 워(D-War)’. 이무기의 승천을 향한 꿈이 담긴 영화다. 제목의 ‘D는 ‘Dragon(용)’을 뜻하기도 한다.

‘용 됐다’는 말을 듣고픈 심 감독에게 ‘디 워’는 어쩌면 여의주 같은 존재다. 물론 그것이 여의주인지, 그저 어디에나 널리고 널린 구슬인지는 개봉하고 두고 볼 일이다. SF영화의 제왕이 되고픈 심형래는 ‘허풍쟁이’ 오명을 벗고 ‘신지식인’으로 귀환할 것인가, 아니면 ‘용가리’의 재판으로 ‘골룸’처럼 절대반지를 찾기 위해 헤매게 될 것인가의 기로에 있다.

될 수 있으면 매체와 인터뷰를 하지 않으려 한다는 심 감독을 지난 24일 서울 강서구 오곡동의 폐교를 리모델링해서 만든 영구아트SF연구소에서 만났다. 다음은 한창 ‘디 워’의 후반작업이 진행되는 와중에 들어본 ‘디 워’에 대한 의심 혹은 기대.

꿈틀대는 이무기, 그러나 여전히 베일 속에 있는...



심형래 감독 [사진=미디어다음 김준진]
인터넷 상에서 이무기가 꿈틀대고 있다. 최근 인터넷 등을 통해 ‘디 워’의 짧은 동영상과 스틸컷을 비롯, 팬들에 의해 제작된 트레일러와 같은 팬 아트(원작품을 토대로 팬들이 생산해낸 이미지 등의 콘텐츠)가 활기를 띠면서 ‘디 워’는 조금씩 베일을 벗고 있다. ‘용가리’로 인해 실추된 신뢰에도 불구, 일부 팬들의 관심은 상당하다.

지난해 2월 촬영을 끝낸 ‘디 워’는 현재 진행하고 있는 컴퓨터그래픽(CG) 등의 후반작업을 거쳐 5월말 마무리가 목표다. 현재 130여명의 임직원들이 이무기의 승천을 위해 온 신경을 쏟고 있다.

심 감독이 밝힌 ‘디 워’의 대략적인 규모는 만만치 않다. 미국과 한국을 오가며 촬영한 ‘디 워’는 미국 현지 스태프 구성에만 3년이 소요됐고 미국 로케 때는 256명의 현지 스태프가 들러붙었다.

또 매일 80대의 컨테이너가 오갔으며 2만3800명(하루 평균 500명)의 엑스트라가 동원됐다. 도심에서의 이무기 등장에 따른 혼란을 찍기 위해 CG 아닌 120대의 중고차를 부수면서 이를 연출하기도 했다. 하루 5억원의 대여 비용이 드는 탱크 5대를 빌려 LA시와 경찰의 허락을 받아 9.11의 공포가 작동하고 있는 미국의 도심 한복판에서 촬영을 했다.

그렇다면 제작비는? 최근 미국의 영화전문사이트인 IMDB(www.imdb.com)가 추정한 규모는 1억4500만달러. 우리 돈으로 환산하자면 1400억원 안팎. 현재까지 국내에서 제작비가 가장 많이 든 것으로 알려진 ‘태풍’의 10배가량에 달한다.

제작비를 묻는 질문에 심 감독은 정확한 내역을 밝히길 꺼리면서 “할리우드는 지금 2억달러 시대”라며 “세계시장을 목표로 잡았기 때문에 한국에서의 비교는 의미가 없고 기획, CG비용 등 이것저것을 다 합하면 2억달러 정도에 달하지 않을까 싶다”고 답변했다. 또 미니어처, 갑옷, 로버트, 헬기, CG작업 등 모든 것을 자체 해결한 까닭에 “하청을 줬다면 (제작비는) 천문학적인 숫자에 달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제작비 규모를 밝힐 경우 구구한 억측과 루머가 붙어서 정확한 내역을 공개할 수는 없다는 입장. 제작비 조달에 대해서도 “투자도 받았고 은행도 털고(대출받았고) 집도 다 잡히고...”와 같은 식으로 피해갔다.

개봉시기에 대해서는 일단 조심스러운 입장이다. 지난해 많은 매체를 통해 미국 추수감사절에 맞춰 한미 동시개봉을 꾀한다는 보도가 있었으나 심 감독은 이를 부인했다. 미국 메이저배급사들과의 협의가 우선이라는 것. ‘용가리’ 때 개봉날짜에 쫓기느라 제대로 된 질의 영화를 보여주지 못했다는 인식 때문에 “90%정도 완성됐을 때 메이저배급사들과 협상을 벌여 가장 좋은 조건으로 개봉할 것”이라고 말했다. 개봉은 올 하반기로 예정하고 있다.

드래곤을 꿈꾸다



'디 워' 의 액션 피규어 [사진=미디어다음 김준진]
자신감인지, 넘치는 의욕인지 쉬이 가늠키 힘든 심 감독의 ‘디 워’에 대한 애정은 뜨겁다. 앞선 ‘용가리’ 개봉 전과 비슷한 태도다. “한국과 같은 나라에서 이런 영화를 만든 것은 기적”이며 “우리 기술이 세계 최고”라거나 “이런 영화를 만들 수 있는 나라는 미국과 우리 회사 뿐” 등과 같은 자신만만한 태도는 한결 같았다.

심 감독이 이 같은 자신감의 근거 가운데 하나로 내세운 것은 20여분 분량의 데모와 메이킹 필름이었다. 그의 사무실 한쪽을 차지한 홈씨어터를 통해 기지개를 켠 ‘디 워’의 짧은 영상은 전반적으로 전작 ‘용가리’ 등에 비해서는 월등하다. 특히 괴수들이 포를 쏘아올리고 도성을 습격하는 장면의 스펙터클이나 그럴 듯해 뵈는 괴수들의 근육과 골격 등은 놀랍다.

도심에서 이무기가 만행을 부리는 장면에서는 ‘이만한 특수효과라면 먹히겠구나’라는 생각도 든다. 시행착오를 거치며 축적된 CG 기술력과 노고들이 엿보이는 대목. 그리고 메이킹 필름에서 심 삼독이 열정적으로 촬영현장을 진두지휘하는 모습은 보는 사람을 숙연하게도 만든다.

그러나 미니어처나 CG의 움직임이 어색한 부분도 있으며 ‘고질라’ ‘킹콩’ 등의 괴수영화를 연상시키는 일부 장면들도 있다. 제대로 맥락이나 연결고리를 갖추지 못한 일부만으로 전체를 판단하기 힘든 법. 심 감독은 이날 보여준 데모와 메이킹 필름이 “(질과 양에서) 20%에도 미치지 못하는 수준”이라며 좀더 기다려볼 것을 권한다.

“(‘디 워’가 개봉하면) 무조건 미국 박스오피스 1위로 간다”고 자신감을 피력한 심 감독은 이에 대한 근거로 “현재 할리우드는 리메이크나 시리즈 열풍으로 오리지널이 없는데 이무기라는 우리만의 콘텐츠로 호기심을 자극할 수 있다. 일본·중국은 서방에 많이 노출됐으나 우리 것은 소개가 잘 안 됐기 때문에 그것이 장점이 될 수 있다”는 점을 들었다.

이무기를 소재로 택한 이유에 대해 심 감독은 “이무기 이야기 자체가 우리만이 갖고 있는 것”이라며 “용이 되기 전의 괴물이야기를 하고 싶었다”고 전했다.

그렇다면 할리우드의 다른 괴수영화와 차별화 시킬 수 있는 지점은 있을까. “우리는 지구상에 없는 캐릭터를 만들어냈다. LA도심에 우리의 전설을 가져다 놓은 것이다. ‘킹콩’도 1930년대를 배경으로 하고 있으나 우리는 동시대의 LA를 배경으로 했다. 또 ‘킹콩’이나 ‘우주전쟁’은 자연 빛과의 조화가 어려워 이를 어둡게 처리했다. 우리가 햇빛 아래 이무기를 조화 시켜서 LA를 쑥대밭으로 만든 것은 고난도의 기술력이다.”

처음부터 ‘디 워’가 세계시장을 겨냥해 제작됐음을 공공연히 선언한 심 감독은 “선입견이 무서운 법인데 바보, 영구 등과 같은 캐릭터로 나오다보니 이런저런 손해를 본 것도 사실”이라며 “이번 기회에 개그맨이 만들면 안 된다는 생각을 씻어버리겠다”는 의지도 보였다.

한편 심 감독은 ‘디 워’ 외에도 24편의 새 프로젝트들도 구상 중이라고 밝혔다. “SF영화는 국가간 이념과 사상을 초월해서 누구나 볼 수 있는 장르이고 경쟁력이 높다. 그동안 많은 돈을 번 영화들은 대부분 SF”라는 인식을 갖고 있는 심 감독의 차기 프로젝트들 역시 SF, 액션 등에 치중돼 있다. 이 가운데 가닥을 잡은 ‘디 워’의 차기작은 ‘골든 아일랜드’라는 3D 애니메이션. ‘토이스토리’ ‘니모를 찾아서’ 등을 제작하고 최근 미국 디즈니사에 인수된 ‘픽사’를 따라 잡는 것이 목표다.

‘용가리’의 그늘



'디 워'촬영에 사용된 소품 [사진=미디어다음 김준진]
과연 이무기는 드래곤이 될 수 있을까. 여전히 그에 대한 의심은 씻기지 않는다. ‘용가리’의 학습효과이자 그늘이다.

심 감독은 당시 ‘용가리’로 롤러코스터를 탔다. “못해서 안 하는 게 아니라 안 하니까 못하는 것이다”라는 말과 함께 정권의 비호(?)를 받으며 ‘신지식인 1호’로 끗발을 날렸던 그는 ‘용가리’의 개봉과 함께 사기꾼, 허풍쟁이 등과 같은 비아냥거림을 받으며 뒤안길로 사라졌다.

“돈 보다 더 큰 재산은 크레디트(신용)”이라고 강조한 심 감독. 하지만 ‘용가리’ 때도 프로모션용 데모는 세상을 깜짝 놀라게 할 것처럼 보였지만 개봉된 영화는 세상을 깜짝 놀라게 할 만큼 엉성했고 냉담한 평가를 받았다. 더구나 미국 개봉은 하지도 못했다(다만 한때 미 비디오 대여시장에서 ‘극장 미개봉 영화 중’ 1위를 하기도 했다).

이에 대해 심 감독은 작품 자체에 대한 성찰보다 “여름방학 때 개봉하면 안 되는 것이었다. 투자자들의 압박으로 너무 서둘러 개봉해서 CG의 질이 낮아졌다” “계약상 사기를 당해서 미국 개봉을 못했다” “영어 계약서라 잘 몰랐다” 등의 영화 외적인 측면에서 이유를 찾기도 했다.

당시 ‘용가리’에 대한 영화계의 평가도 가히 좋지 않았다. 그 때문인지 심 감독은 “‘용가리’이후로는 평론가들을 상대하지 않고 일체의 대화도 하지 않는다”고 말할 정도다.

심 감독은 이 같은 비싼 수업료를 치르고도 연 이어 파충류를 소재로 한 SF영화에 도전장을 던지고 있다. 일부에서는 그의 이 같은‘도전정신’을 높이 사기도 한다.‘디 워’는 그런 면에서 심 감독에게 ‘씻김굿’과 같은 존재다. 전작들에서 스토리라인의 허점도 많은 지적을 받은 탓인지 이번에는 ‘드라마’에 가장 많은 신경을 쏟았다. 심 감독은 ‘디 워’가 ‘아름답고 슬픈’ 이야기라는 점을 강조했다.

“‘용가리’는 걸음마도 못 걷는 상태였지만 지금(‘디 워’)은 칼 루이스”라는 비유를 댄 심 감독은 이번 작품을 앞서의 부진을 만회하는 명예회복의 단초로 삼은 것은 물론 문화콘텐츠 산업화로 가기 위한 첫 테이프로 보고 있다. ‘원소스 멀티유즈’를 위해 영구아트는 ‘디 워’의 다양한 캐릭터 상품을 함께 준비하고 있다.

“나는 영화인보다는 엔터테이너”



심형래 감독 [사진=미디어다음 김준진]
심 감독은 영화 자체에 매혹된 ‘영화인’이나 ‘씨네필’이 아니다. “고전을 많이 보면 매너리즘에 빠질 수도 있다”는 것이 그의 지론이다. 그럼에도 심 감독은 “예전 작품은 내가 봐도 한심하다”며 “그 전에는 영구 가발 쓰고 나오면 흥행이 되는 줄 알 정도로 영화를 우습게 알았으며 대충 작업했다”고 토로한다. ‘용가리’ 때부터 한컷한컷이 다이아몬드처럼 소중하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그는 스스로 ‘영화인’이라기보다 ‘엔터테이너’라는 정체성을 내세웠다. 그에게 영화는 ‘상품’이다. 대개의 영화평론가들이 이야기하는 ‘작품’과는 다른 차원이다. 영화계에 뛰어든 이유도 무관치 않다. “외국에 공연 나갔을 때 보니까 모든 문화산업이 영화로 귀결되고 있었다. 이를 부러워만하고 있을 것이 아니고 이를 직접 하려면 시간이 없었다. 그래서 코미디를 뒤로 하고 뛰어들었으며 인프라 구축이 제일 힘들었다.”

“영화란 매체가 세계시장에 진출하는데 유리하다”고 인식하고 있는 심 감독은 “일본, 중국은 예전부터 나갔는데 ‘디 워’가 우리나라에서는 그런 역할을 할 것”이라며 “‘D’는 ‘Dragon’뿐 아니라 직전수행시점을 의미하는 ‘D-day’의 ‘Decimal’과 ‘Digital’을 의미하기도 한다”고 말했다.

문화콘텐츠산업을 보는 심 감독의 시선은 한 길이다. “해리포터, 포켓몬스터 등 해외를 부러워만할 것이 아니라 우리 것을 만들어야 한다. 그동안 미국, 일본, 유럽 것만 쓰고 사용했는데 이제는 우리가 만든 것을 전 세계에서 갖고 놀 수 있도록 만들어야 한다... 우리의 살 길은 문화콘텐츠 밖에 없다. 이게 애국하는 길이며 뺏긴 달러를 찾아오는 것이다. SF영화도 미국만 할 수 있는 장르였는데 우리 손으로 만든다는 것이 중요하다. 영구아트를 전 세계 특수효과를 수주하는 미디어한국, 미디어글로벌화의 메카로 만들겠다.”

전작 ‘용가리’ 때도 그랬지만 할리우드와의 비교 등을 통해 애국심에 호소하는 듯한 그의 발언들은 애국주의를 자극할 소지를 품고 있다. 일부 팬들이 “한국에서 이런 작품을 만들었는데 밀어주자” “미국 박스오피스를 점령할 날도 멀지 않았다”는 식으로 반응하는 것도 무리는 아니다. “애국에 호소해서 보라고 하기는 싫다. 영화로 보여주겠다”고 심 감독은 말하지만, 이전부터의 발언과 대중들의 반응들에서 애국주의의 아우라를 지우기는 쉽지 않다.

뚜껑이 열리기 전 장담할 수 있는 것은 아무 것도 없다. ‘용 못 된 이무기 방천 낸다’는 속담을 끄집어내게 될지, ‘개천에서 용 난다’는 속담을 떠올리게 될지, 이무기의 운명은 개봉과 함께 판가름날 것이다.

 

 

 

출처-2006년 1월 27일 (금) 13:57  미디어다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