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나얀™♡【패션】

신사복 "남자의 변신은 무죄"

피나얀 2006. 2. 3. 19:46

 


 

 

 


잘 나가던 광고모델 채시라가 ‘여자의 변신은 무죄’라고 선언한 것이 1990년대 중반. 그로부터 10년이 흐른 뒤에야 남성도 비로소 변신이 자유로우니 꾸밈에 관한 한 남성 억압의 시대는 드디어 종말을 고하나 싶다.

신사복 업체들이 일제히 봄 상품을 출시했다. 올해 남성정장의 키워드는 ‘제임스 본드’. 동어반복적으로 난무하는 ‘~섹슈얼’의 공허함에 넌더리가 난 당신이라면 이름 하나만으로도 단검처럼 명징한 제임스 본드 스타일의 등장이 반가울 밖에.

캐주얼 차림이 대세이지만 패션의 속성은 늘 차별화를 꿈꾼다는 것이다. IT산업의 활황과 주5일 근무제 도입으로 직장 내 캐주얼차림이 증가세이지만 정반대로 완벽한 정장에서 옷 입기의 즐거움을 찾는 사람도 늘었다. 더욱이 올 봄은 남녀패션 모두에서 말쑥한 미니멀리즘의 훈풍이 불고있다. 신사복업계가 이를 놓칠 리 없다.

LG패션 마에스트로의 방유정 디자인실장은 “조끼가 다시 유행하고 재킷 라펠에 광택있는 소재를 덧대는 등 우아한 남성미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며 “성적인 매력과 남성적인 강인함, 우아함을 동시에 표현하는 제임스 본드가 이미지 모델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남성의 S라인(가슴에서 허리, 엉덩이로 이어지는 곡선)은 더 강조된다. 제일모직 로가디스 이은미 디자인실장은 “지난해부터 날렵한 실루엣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면서 올해는 더 볼륨 있고 섹시한 실루엣이 유행할 것”이라고 예상했다.

제임스 본드 스타일을 정의하자면 픽트 라펠로 대변되는 턱시도 재킷과 블랙앤화이트의 세련된 배색효과, 흰색 드레스셔츠 차림이다. 지퍼를 쓱 열면 온갖 첨단장비와 고급 시가가 함께 튀어나올 것 같은 크고 고급스러운 여행가방도 필수다. 경기 회복에 대한 기대감과 4년 주기로 돌아온다는 신사복 시장의 특수기가 일치하는 2006년, ‘워너비(want to be) 제임스 본드’들이 거리를 활보할 날이 멀지않다.

▲ 매력남의 대명사 턱시도

제임스 본드의 매력은 격렬한 추격 신에서 조차 말쑥한 정장 차림을 흐트러트리지 않는 것. 남성의 야간용 준예복인 턱시도를 약간 변형해 비즈니스 정장과 여가시간 파티웨어로 두루 활용가능한 스타일들이 올해의 베스트셀러로 전망되고 있다.

대표적인 디자인 포인트는 픽트 라펠(peaked lapelㆍ칼깃)이다. 아래 깃의 각도가 위로 솟은 것으로 세련되고 화려한 느낌을 준다. 일반 라펠이라도 광택 소재를 덧대거나 라펠의 폭을 넓게 한 것 등은 같은 범주로 친다.

▲ 가슴 키우고, 허리 줄이고

지난해 신사복이 소재 중심에서 실루엣 중심으로 성큼 무게중심을 옮긴 이래 남성의 S라인은 신사복 패턴의 최대 관심사가 됐다. 대부분의 업체들이 앞가슴은 두툼하게 살리면서 허리선은 날렵하게 빼는 데 역점을 두고 있다. 옷으로 몸매를 만들어줄 태세다.

갤럭시는 7드롭(drop) 패턴을 도입했다. 드롭은 가슴폭와 허리폭의 차이를 말한다. 일반적인 신사복은 5드롭이지만 7드롭은 가슴과 허리의 수치차이가 14㎝에 달해 가슴은 크게, 허리는 날씬하게 보인다.

▲ 흰색 드레스 셔츠에 폭 좁은 타이

남성의 우아한 매력은 흰색으로 강조된다. 흰색은 미니멀한 감성을 나타내는 세련된 색상으로, 형광 흰색부터 약간 바랜듯한 오프 화이트까지 다채롭게 변주된다. 특히 셔츠에서 유색보다 흰색이나 흰색이 많이 섞인 밝은 하늘색, 베이지색 등이 인기를 얻을 것으로 보인다. 블랙앤화이트 코디를 연출할 수 있는 최적의 아이템. 타이는 폭이 좁아진다.

▲ 줄무늬는 가라, 솔리드 또는 올오버 시대

한동안 신사복 시장을 휩쓸던 줄무늬는 잊자. 올해 신사복 시장은 정장부터 셔츠, 넥타이에 이르기까지 줄무늬 대신 무지(솔리드)나 올오버(잔잔한 무늬가 사방으로 반복되는 것) 무늬가 인기를 모을 것으로 전망된다.

무지를 부담스러워하는 사람을 위해서는 조직감을 주어서 언뜻 무지처럼 보이지만 들여다보면 살짝 줄무늬가 든 원단들도 많이 쓰인다. 줄무늬가 불황시대 건실한 직장인의 이미지를 풍긴다면, 무지(솔리드)는 부유한 상류층의 이미지를 풍긴다. 아무렴, 제임스 본드는 가난을 모른다.






이성희기자 summer@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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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한국일보 2006-02-02 18:5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