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나얀™♡【여행】

아무것도 하지 않을 자유… 여기가 낙원이라

피나얀 2006. 2. 5. 22:00

 


 

 

 

 


천국의 바다 몰디브
200여가지 요리 맛본 뒤 야자수 아래에서 단잠을

 

[조선일보 어수웅 기자]

 

몰디브에서 기대했던 건 사실 로맨스가 아니었다.
어제를 표절하는 삶은 매일같이 반복되었고, 반복된 일상에 지친 영혼은 거의 본능적으로 탈출을 꿈꿨다.


3박 5일(1박은 비행기에서)짜리 몰디브 티켓. “아무 것도 안 할 자유”라는 문구로 유혹하는 클럽 메드의 카니 빌리지.
영하 10도로 얼어붙은 회색도시 서울에서 코발트 블루의 바다로 포위된 섭씨 30도의 섬나라로.


인천공항 출국장 3층 D열 카운터 앞에서 단숨에 코트를 벗어버렸다.
아시아나 항공의 무료 외투보관 서비스.
겨울에서 여름 한 복판으로 떠나는 상상 속의 판타지를, 지금 막 시작했다.

 

비치베드(Beach Bed)와 ‘운명의 딸’

 

몰디브를 선택한다는 것은 ‘고립의 자유’를 선택하겠다는 것. 고맙게도 카니 빌리지는 ‘인터넷 프리(Free)’의 공간이다. 현대 도시에서 당신을 옭아맨 정보의 거미줄도 이곳만은 예외. 섬 하나가 한 개의 리조트인 매혹적인 빌리지에서 ‘휴식’과 ‘놀이’ 이외의 존재목적이 개입할 여지는 없다.

 

백사장 비치베드에서 작열하는 겨울 태양에 취해 책과 오수(午睡)에 빠져들거나, 종아리와 팔뚝에 근육통이 생길 때까지 첨벙거리며 스노클링·윈드서핑·카약·세일링(sailing)에 미치거나. 100달러 정도를 별도로 내야 하는 스쿠버다이빙을 제외하면, 이 모든 물놀이는 100% 무료다. 어쩌면 당연하다. 가장 저렴한 패키지 상품이 무려 200만원 수준이니까.


 

잠시 고민하다 녹색 야자수 그늘 아래 비치베드에서 사지를 늘어뜨렸다. 왼손에 잡은 책은 칠레 작가 이사벨 아옌데의 장편 ‘운명의 딸’. 눈 앞에는 하늘과 바다가 “내가 더 아름다운 파랑”이라며 다투고 있었다. 19세기 중반, 영국 귀족의 딸 엘리사가 사랑하는 남자를 쫓아 캘리포니아로 떠나는 장면에서 까무룩 잠이 들었다. “아무것도 하지 않을 자유”가 고마웠다.


 

0시의 수영

 


 

그녀는 아침 9시 이전에 출근카드를 그어야 하는 회사에 다닌다고 했다. 하지만 카드 리더기에 찍히는 시간은 거의 매일 9시 5분 혹은 9시 10분. 덕분에 얼마 전 있었던 2006년 연봉협상에서 어금니를 깨물어야 했다고 했다. 스리랑카 항공에서 처음 인사를 나눈 그녀.

 

오른쪽 비치베드에서 다시만난 그녀는 그렇게 자신의 일상을 소개했다. 몰디브의 선홍빛 석양이 야자수를 삼키고, 캘리포니아의 엘리사에게 새로운 사랑이 시작될 즈음이었다. ‘허니문 왕국’ 몰디브지만, 그들만의 천국일 필요는 없는 것이다.


 

이 날의 저녁 드레스코드는 ‘올 화이트’(All White). 중앙 광장에 차려진 수백 개의 식탁을 같은 숫자의 흰색 테이블보가 뒤덮었고, 흰색 티셔츠와 흰 색 바지를 갖춰 입은 사람들이 흰 색 의자를 차지했다.

 

해물 신라면(불지 않는 게 신기하다)에서 양꼬치 구이까지 200여 가지의 세계 요리들이 줄지어 도열한 부페도 만족스러웠고, 4명의 한국인이 포함된 50여 명의 GO(Gentle Organizer· 놀이 도우미 혹은 대화 도우미)들도 끼어들 때와 물러 설 때를 아는 편이었다. 무제한으로 제공되는 레드 와인과 얼굴 색이 비슷해질 무렵, 그녀는 메인 리셉션 센터 앞에 꾸며진 야외 수영장에 갈 것을 제안했다.


 

해안선과 평행선을 이룬 25m 스위밍 풀. 검은 도화지 같은 하늘엔 별들이 수십 개의 목걸이를 만들어냈고, 마치 두 겹으로 접었다가 편 듯 수영장 물 위에도 같은 목걸이가 출렁거리고 있었다. 1190개의 산호섬이 목걸이처럼 체인을 이루고 있는 몰디브. 말레 공항 입국장에서 선량한 표정으로 도장을 찍어주던 아브라함은 “몰디브는 산스크리트어로 ‘목걸이’라는 뜻”이라고 했었다. ‘올 화이트’를 풀고 물 속으로 들어갔다. 칠흑같은 어둠이 부끄러움을 덮었다.


 

(몰디브=어수웅기자 [ jan10.chosun.com])

 

●코트 벗고 다녀오세요.


아시아나와 대한항공의 비장의 서비스. 최장 4박 5일 무료 외투보관 서비스다. 겨울에 여름으로 떠나는 여행객을 위한 보너스.


아시아나의 경우 인천공항 3층 출국장 D열 17,18번 카운터에서 보관해준다. 필요한 것은 항공권과 여권. 1분이면 신청서 쓴 뒤 옷 벗고 떠날 수 있다. 인천공항 지하 1층 세탁소(032-743-2500)에서도 최장 1달간 맡아준다. 보관료는 1만2000원. 세탁을 맡길 경우는 세탁비(1만4000원~1만6000원)만 내면 된다.


 

 


●몰디브는 파리보다 멀다?


사실이다. 인천~동경 2시간, 동경~몰디브 10시간. 그나마 동경 체류시간이 1시간 30분으로 짧은 게 다행. 싱가포르에서 갈아타는 방법도 있다. 인천~싱가포르 6시간, 싱가포르~몰디브 4시간. 대신 싱가포르 체류 6시간이다. 직항이 없어서 벌어진 일. ‘빨리빨리’를 선택할 것이냐, ‘쉬었다 가세요’를 선택할 것이냐.


 

●예상치 못한 복병.


불만은 예상하지 못했던 장소에서 튀어나왔다. 단층 해변 빌라. 화장실 문을 열자 향기롭지 못한 하수구 냄새가 훅 끼쳤다. 숙소 안내를 맡았던 이탈리안 GO 베로니카는 “섬이라 하수 배관에 좀 문제가 있다”면서 “사용하지 않을 때는 화장실 문을 꼭 닫아 달라”고 했다. 글쎄, 이것 조차도 ‘자연 친화적 리조트’의 미덕이라고 해야 할 지.


 

●방갈로는 3월까지 기다려야.


몰디브 카니 빌리지는 1년 전 쓰나미로 ‘물 먹은’ 이후, 1500만유로(약 210억원)를 들여 리모델링 공사를 벌였다고 한다. 하지만 ‘앙꼬’인 수상 방갈로는 여전히 ‘공사중’. 그 중 12개 동이 허니문 커플을 노리고 3월1일 문을 연다. 5박6일 클럽메드 허니문 상품은 1인당 206만7000~305만2000원. 숙소에 따라 크게 세 종류다. 욕조 없이 샤워부스만 있는 방, 자쿠지 욕조 있는 방(둘 다 섬 위에 있다), 그리고 욕조마저 물 위에 떠있는 듯 한 수상 방갈로. www.clubmed. co.kr (02)3452-01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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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조선일보 2006-02-02 03:0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