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0대 이후를 대비한 새로운 삶에 도전하는 직장인들이 늘고 있다. 이들은 현재 다니는 직장은 거쳐 가는 곳, 자신을 업그레이드하는 과정이라고 생각한다. 때가 오면 언제든지 사표를 던질 각오도 되어 있다.
명예퇴직과 구조조정의 그늘 속에서 40대 이후의 삶이 불안한 것도
있지만, 30대 특유의 자기중심적 가치관이 맞물리면서 좀더 나은 조건, 나은 미래를 위해 현 직장을 박차고 나가는 것이다. 평생 한 직장에
몸담는 것이 미덕이었던 시대를 비웃기라도 하듯…. 인생의 후반전에 이력서를 다시 쓰는 요즈음 30대들의 이직과 전직의 세태를 따라가
본다.
삼성그룹 계열사에서 12년 간 근무한 김성민 씨(38·가명)는 올 1월 외국계 경영혁신컨설팅회사로 직장을 옮겼다.
굴지의 대기업에서 과장 말년이던 그가 오랜 고민 끝에 상사의 만류를 뿌리치고 이직을 결심한 데는 그럴 만한 이유가 있다.
김씨는 “회사에 남으면 임원이 될 때까지 10년을 기다려야 하는데
10년 후 임원이 된다는 보장도 없고 그럴 경우 나이 50이 다 돼 갈 곳도 없다”며 “10년 후가 막다른 골목으로 느껴져 장기적 비전을 찾아
옮기기로 한 것”이라고 말했다. 당장은 새 직장생활에 어려움을 느끼더라도 장기적으로 볼 때 자생력을 키울 수 있는 기회라고 판단했다는 설명이다.
김씨는 삼성계열사에서 사내혁신전문가로 활동한 것을 바탕으로 새 직장을 찾았다. 김씨는 “컨설팅전문가로 성공하려면 여러 업종에 걸친
폭넓은 경험과 고객을 확보하고 관리하는 기술 등이 필요한데 대기업에서는 그런 요건을 갖출 기회가 없었다”며 “새로운 회사에서 그런 능력을 키워
10년 후 더욱 전문화한 지식근로자로 노후를 걱정하지 않는 삶을 일굴 것”이라고 말했다.
기존업무와 전혀 다른 직종
전환도
이직 또는 전직에 도전하는 30대 직장인들이 늘고 있다. 경력을 토대로 옮기는 게 대부분이지만 기존 업무와 전혀 다른
전문직 전환을 시도하는 경우도 있다. 자격증 취득 열풍도 거세다. IMF 외환위기 이후 나타나기 시작한 현상이지만 최근 들어 더욱 두드러지고
있다.
연세대 사회학과 김호기 교수는 “노동시장이 유연해지면서 평생직장을
보장받을 수 없는 것이 30대의 이·전직 증가의 가장 큰 이유”라며 “IMF를 겪은 후 기업들이 상시적인 구조조정을 통해 근로자들을 대거
해고했고 이를 목격한 근로자들은 한 회사에 평생 있을 수 없다는 것을 인식하게 돼 운신의 폭이 좁을 수밖에 없는 40세가 되기 전 이직 또는
전직을 시도하고 있는 것”이라고 해석했다.
지난 달 잡코리아(www.jobkorea.co.kr)가 국내외 기업에 재직중인 정규직
직장인 1556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직장인 고용안정성 만족도 조사’ 결과에 따르면 정규직 직장인 45.2%가 ‘현재의 고용상태에 불안감을
느낀다’고 답변했고 30대 직장인 40% 이상(남성 40.2%, 여성 48.9%)이 실업 공포에 시달리는 것으로 드러났다.
고용에 대한 불안감이 퍼지면서 직장인의 55.7%가 ‘공무원으로의 직업 전환을 생각해봤다’고 답했다. 김성민 씨 사례처럼 미래의 목표를 위해 지금의 직장을 박차고 나오는 경우도 있지만 아예 공무원 등 가장 안정적인 둥지에 안착하고자 하는 이는 더 많은 것이다.
실제로 7·9급 공무원을 꿈꾸는 공시족(公試族)이 온·오프라인을
막론하고 넘쳐나고 있고 인터넷 카페 회원의 20% 정도가 직장을 다니면서 수험생활을 병행하는 이들이다. 또 대기업, 외국계 기업, 언론사 등
번듯한 직장에서 근무하던 사람들이 대학 교수로 전직하는 경우가 늘고 있고 공기업 인기도 날로 치솟고 있다.
연봉보다 안정성이
이직의 요인
이와 같은 ‘안정 중시’ 풍조를 뒷받침하는 일화가 있다. 지난해 국내 굴지의 S그룹 인사팀이 발칵 뒤집힌
사건이다. 통계청에서 경력직 직원 채용 공고를 냈는데 S그룹의 박사급 핵심인력들이 대거 지원했기 때문.
인사팀은 원인분석에 나섰고, 그들이 전직을 결심한 것은 두 가지
이유로 압축됐다고 한다. 하나는 S그룹에서는 40대 이후 삶을 보장받을 수 없다는 점이었고, 나머지 하나는 퇴근시간이 늦고 상사나 업무로 인한
스트레스를 받기 보다는 삶의 질을 높이고 싶은 욕망 때문이었다는 것.
헤드헌팅 및 경력개발 컨설팅기업인 엔터웨이파트너스의 박운영
부사장은 “과거엔 연봉을 보고 옮겼지만 요즘은 `안정성이 이직에 가장 중요한 요소가 되고 있어 이직이나 전직 희망자들이 기업재무제표를 먼저
확인한다”며 “안정을 중시하다보니 승진이 늦어도 평균수명이 긴 제조업으로 옮기는 이도 많아졌다”고 말한다.
특히 인터넷과 관련된 e비즈니스 분야에서 일하던 사람들이 IT를
바탕으로 한 제조업체로 이직하거나 자동차관련산업 분야로 이동하는 경우가 크게 늘고 있다는 게 박 부사장의 설명이다. 인터넷 취업 포털사이트
잡링크(www.joblink.co.kr)가 최근 직장인 1234명을 상대로 ‘회사에서의 장래 희망’에 대해 설문조사를 한 결과도 같은 맥락에서
눈여겨볼 만하다. ‘승진에 관계없이 가능한 한 오래 근무하고 싶다’는 응답이 전체의 25.8%나 된 것.
안정성과 함께 고수익까지
보장받을 수 있는 한의사, 회계사 등의 전문직 전환을 위해 과감히 대학캠퍼스로 돌아가는 직장인도 늘고 있다. 실제 지난해 경희대 한의예과에는
30대 신입생이 정원 77명 중 무려 12명이나 됐다. 몇 년 전까지만 해도 30대 직장인 출신의 입학이 화제가 됐던 것에 비하면 격세지감이
아닐 수 없다.
최무영 씨(34·가명)는 얼마 전 다니던 패션 관련 중견기업에 사표를 내고 회계사 시험을 준비하고 있다. 결혼해 갓 돌이 지난 아들까지 둔 가장이지만 오히려 이런 상황이 안정된 직업을 향한 의지를 불태우게 했다.
최씨는 “언제 회사에서 잘릴지 모른다는 불안감 때문에 안정적인
직업을 찾게 됐다”며 “아기까지 생기고 나니 더 안정된 미래를 만들어야 한다는 책임감이 들었다”고 말했다. 최씨가 시험에 합격할 때까지 경제적인
문제는 아내가 책임지기로 했다.
30대 직장인들의 이직 및 전직 바람은 40대와는 다른 가치관 때문이기도 하다. 40대 이상의
세대가 88올림픽 등으로 대변되는 1980년대 경제 성장기와 안정을 경험한 세대라면 지금의 30대는 한창 사회진출을 시작한 1990년대 후반에
IMF와 세계화의 풍파를 겪으며 국내 경제의 불확실성을 경험한 세대다.
그들은 IMF 외환위기 때 굴지의 기업들이 줄줄이 망하면서 ‘대마불사(大馬不死: 바둑에서 대마는 쉽게 죽지 않음을 일컫는 말)’ 신화가 깨지는 현장을 직접 목격했고, 선배들의 무수한 명예퇴직과 조기퇴직을 곁에서 생생하게 지켜봤다. 그 결과 이전 세대와는 확연히 다른 직장관과 인생관을 갖게 된 것이다. 한국노동연구원의 김정한 연구위원은 “40대 이상의 세대는 대부분 자신이 속한 직장에서 충성을 다하는 회사인간형이라면 자기중심적 성향이 짙은 30대는 종신 고용이나 평생직장은 이제 없다고 믿고 있으며 회사와 가정을 양립한다”고 말했다.
김 위원은 “게다가 과거엔 동료나 상사와의 의리, 퇴직금 누진제 등을 이유로 현 직장에 남는 이가 많았으나 요즘은 평생직장에 대한 신화는 물론 퇴직금누진제도 대부분 사라졌고 기업과 개별 근로자 사이에 심리적 계약관계가 붕괴됨으로써 기업에서 허리와 어깨 구실을 해야 할 인재들이 좋은 자리가 생기면 미련 없이 떠나는 분위기가 강해진 것”이라고 설명했다.
심리적 계약관계란 개별 근로자가 열심히 일할 경우 기업은 때가 되면
임금 인상과 승진, 정년까지 고용보장 등을 암묵적으로 약속해주는 것을 말한다.
좋은 자리 생기면 미련 없이
떠나
세계적인 컨설팅업체인 맥킨지의 보고서에 따르면 기업의 평균 수명은 지난 한 세기 동안 놀라운 속도로 줄어들었다. 1935년 90년이던 기업의 평균 존속 연수가 20년 만인 1955년에는 45년으로 절반이 줄었고 1975년에는 다시 30년까지 떨어졌다. 1995년에는 22년까지 내려와 급기야 2005년의 경우 평균 15년으로 낮아질 것으로 전망했다.
이는 외국의 얘기만은 아니다. 삼성경제연구소는 1965년 당시 우리나라의 100대 기업 중 30년이 지난 1995년까지 살아남은 기업은 16개사에 불과하다는 조사결과를 내놓기도 했다. 이런 상황에서 종전엔 양적 팽창에 주력하던 국내 기업들은 특히 IMF를 기점으로 효율성과 함께 성과를 중시하고 있고 무한경쟁시대에 어떻게 기업이 생존하느냐가 화두가 되고 있다.
이는 곧 성과 위주의 인사와 상시적인 구조조정 등으로 나타나고 있고
이를 온몸으로 느끼는 직장인들은 불안감을 가질 수밖에 없다.
그렇다보니 요즘 30대는 믿을 것은 자신의 실력밖에 없다는 인식이
강하다. 직장생활을 자신이 거쳐 가는 곳 혹은 자신을 업그레이드하는 과정 정도로만 생각하며 ‘때’가 오면 언제든지 사표를 던질 마음을 가지고
있다. 이러한 세태를 반영하듯 경력직 채용 시장의 규모는 날로 커지고 있다.
경력직 헤드헌팅 포털 사이트인
커리어센터(www.careercenter.co.kr)가 최근 자사 사이트에 게재된 공고 2만3908건을 분석한 결과 기업들의 경력직 채용이
꾸준히 늘어 지난해 4/4분기에는 1/4분기 대비 채용이 약 79.0% 늘었다. 커리어센터 김수미 차장은 “청년실업 속에서도 경력직 채용은
지속적으로 증가하고 있다”며 “특히 경력직 채용의 70% 정도가 대리, 과장급인 30대 직장인들”이라고 말했다.
창업
모색하는 30대 직장인 많아
샐러리맨과 스튜던트를 합한 ‘샐러던트’(전직을 위해 취업공부를 하는 직장인)라는 신조어가 유행한 지도 이미 오래. 여러 대학에 마련된 경영대학원 등 특수대학원에 매년 30대 직장인들이 대거 등록하고 있는 것도 같은 맥락이다.
국내 메이저 신문사에서 기자로 일하면서 1년 전부터 한 대학교의
언론홍보 대학원에 다니고 있는 송영규 씨(36·가명)는 “언제까지 신문사에 남아있을 수 있겠느냐”며 “40대 이후를 준비하기 위해 미래에 대한
투자 차원에서 대학원에 등록한 것”이라고 말했다.
아예 창업의 길을 모색하는 30대 직장인들도 늘고 있다. 프랜차이즈 설명회나
각종 창업박람회에는 창업을 준비하려는 직장인들로 붐빈다. 올 1월 이랜드가 창업박람회에 참석한 1215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에 따르면 그중
30대가 34.1%였다. 과거 취업박람회 참가자가 주로 명예퇴직한 40~50대였던 데 반해 지금은 버젓이 직장에 다니는 30대의 창업 준비가
증가하고 있는 것이다.
한국신용평가정보와 한 경제신문사가 조사한 바에 따르면 지난해 전국
7개 도시의 창업자 비율 중 30대 창업자의 비중은 2004년 23.5%보다 8포인트나 높아진 31.5%를 차지한 것으로 나타났다.
그러나 이직이나 전직에 성공하는 것은 그나마 경력관리를 잘한 사람들 얘기다. 엔터웨이파트너스의 박운영 부사장은 “헤드헌팅
포털사이트에 하루 수백 장에 달하는 경력자들의 이력서가 들어오지만 실제 헤드헌터들이 연락을 취하는 경우는 상위 10%에 불과하다”며 “나머지
80~90%는 현실적으로 고민이 깊지만 그런 사람일수록 주변에 네트워크가 없고 취업가이드를 해줄 사람이 없다는 공통점이 있다”고 말했다.
취업포털사이트가 성장한 것도 이들의 고민이 반영된 결과라는 설명이다.
숙명여대 경영학과 유규창 교수는 “기업이 자사에 맞는 인재
연구나 고민, 노력이 부족한 게 아쉽다”고 말했다. 정말 우수한 인재라면 경력개발 등 단계를 거쳐 기업에 꼭 필요한 인재로 키우고 비전을
제시해야 하는데 많은 기업이 그렇게 하지 못하고 있다는 것.
유교수는 또 “국내 교육이 초등학교부터 고등학교 또는 대학교까지
올라오면서 입시중심 또는 취업중심이 되면서 학생들이 정말 자신이 좋아하고 적성에 맞는 직업이 무엇인지에 대한 깊은 고민을 하지 못하는 것
같다”며 “이로 인해 사회에 나간 후 뒤늦게 진로를 변경하는 이들이 적잖은 것도 이직이나 전직이 늘고 있는 한 원인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안정성을 위한 이직이나 전직, 이것만은
명심! 안정성을 찾아 이직이나 전문직 자격증을 취득하려는 직장인들은 이것만은 명심하자. 오늘 찾아 떠나는 안정성이란 결국 현재의 사회, 경제적 환경에서 비롯된 추측일 수 있다는 점을. 실제로 과거에는 안정적이라고 생각했던 직업이나 직장이 현재에 와서는 불안정의 대명사가 된 경우도 얼마든지 있다. 따라서 안정성을 목적으로 하는 이직의 경우라도 그 안에서의 경쟁은 치열할 것이라는 사실을 염두에 두어야 한다. 또한 이직을 하거나 전문직 자격을 획득하겠다고 무작정 지금 다니는 직장을 그만두는 어리석음을 범하지 말자. 당장의 감정적 결정보다는 시간적 여유를 가지고 주도면밀하게 준비하는 것이 좋다. 직장은 나오기는 쉽지만 돌아가기는 어렵다는 점을 명심하자. 전혀 새로운 도전, 이것만은 주의! 채용정보업체 스카우트(www.scout.co.kr)가 지난해 5월 직장인 2082명을 대상으로 설문조사한 결과에 따르면 창업을 시도했던 직장인 중 72.6%가 경제적·심리적 불안정 때문에 다시 직장생활을 하고 있다고 응답했다. 도전은 실패에 대한 위험도 수반하는 만큼 만일을 대비해 대안을 세워놓는 것을 잊지 말자. 새로운 도전을 하더라도 올인은 금물. 언제든지 예전의 자리로 되돌아갈 수 있도록 자신이 맡았던 업무영역에서의 정보를 꾸준히 취득해 전문성을 유지하거나 인적 네트워크를 유지하는 등의 노력이 필요하다. |
<박주연 기자 jypark@kyunghyang.com>
출처-2006년 2월 10일(금) 10:20 [뉴스메이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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