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INAYARN™♡ 【TODAY 스크랩】

【TODAY 스크랩】 스크린쿼터 1인 시위는 팬 미팅?

피나얀 2006. 2. 13. 18:36

 


 

 

[스포츠서울]

 

스크린쿼터 사수에 나선 톱스타들의 1인 피켓시위가 영화인들의 당초 의도와 달리 팬 미팅 행사로 조금씩 변하고 있는 것같아 걱정된다.

 

2000여명의 팬들이 구름처럼 몰려들었던 장동건에 이어 ‘왕의 남자’로 스타덤에 오른 ‘예쁜 남자’ 이준기의 지난 12일 시위는 이같은 우려를 불러일으키기에 충분했다.

 

1500여명의 소녀팬들은 일제히 카메라와 휴대전화를 꺼내들어 사진 찍기에 바빴고, 이준기의 시선이 움직일 때마다 괴성을 질러댔다. 경찰의 삼엄한 호위까지 곁들여지니 마치 인기가수의 콘서트 혹은 팬미팅을 관람하는 듯한 느낌이었다.

 

지난 8일에 열린 대규모 규탄 집회까지 포함해 매번 시위를 지켜보며 아쉬웠던 점은 왜 톱스타들을 전면에 세웠느냐가 아니다. 주변에 함께 있던 동료 영화인들의 좀 더 적극적이지 못한 시위 진행 방법이었다.

 

인기 배우와 유명 영화감독이 피켓을 들고 있는 동안 다른 영화인들은 추운 날씨에 발만 동동 구르고 있을 게 아니라 스크린쿼터 축소 반대의 논리가 담긴 유인물을 제작해 시민들에게 일일이 돌렸으면 어땠을까. 아니면 현장에 모인 행인들과 짧게라도 직접 대화를 나누며 스크린쿼터 축소의 부당성을 알렸어도 좋았을 법했다.

 

물론 카메라와 사인지부터 들이대고 보는 팬들 탓에 뜻대로 진행될지는 아무도 장담하지 못하겠지만, 적어도 노력 만큼은 필요했다.

 

그 와중에 스크린쿼터 축소 반대 운동에 대해 제대로 알고 싶어하는 사람들은 정작 시위에 접근조차 못하고 있다. 영화인들의 이번 투쟁을 궁금해하는 행인들 가운데 대다수는 인파에 가로막혀 톱스타들이 들고 있던 피켓의 문구 한 번 제대로 보지 못한 채 발길을 돌렸다.

 

인기 영화배우들의 힘을 빌려 스크린쿼터 사수의 당위성을 널리 호소하려는 영화인들의 피와 땀이 팬들의 광적인 환호성에 묻혀 제대로 인정받지 못하는 것같았다.

 

지금 영화인들은 힘겨운 싸움을 벌이고 있다. 갈 길 바쁜 정부는 예상했던대로 눈길 한 번 주지 않고 있으며, 한국 영화산업의 중요한 구성원인 대기업 산하의 메이저 투자·배급사들 역시 입을 꾹 다물고 있다. 이 시점에서 영화인들이 오직 기댈 수 있는 건 여론의 지지뿐이다.

 

지지를 조금이라도 더 이끌어 내려면 설득력있는 논리 개발과 더불어 치밀하면서도 몸을 내던질 만큼의 정열적인 방법이 절실하다. 이제 단순히 ‘보여주기’에 그치는 ‘감성 호소형’ 투쟁은 곤란하다.

 

 

 

 

출처-[스포츠서울 2006-02-13 14:0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