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앙일보 이수기]
지난해 서울 성동구 건영아파트의 인터넷 커뮤니티 자유게시판은 주차장 문제로 뜨겁게 달아올랐다. 분양 당시 조감도에 없던 대형버스 주차장이 단지 입구에 생긴다는 소식이 알려지면서였다. 주부를 중심으로 '주차장 건설을 막는 방안'에 대한 의견이 이틀 만에 500건 넘게 올라왔다.
인근 아파트 단지 주민까지 가세, 인터넷 커뮤니티가 주도한 반대서명운동에 2000가구가 넘는 주민들이 참여했다. 주민들은 서울시를 방문, 커뮤니티에 올려진 주민 의견을 전달하며 주차장 건설 계획의 철회를 요구했다. 서울시는 결국 주민의 요구를 수용해 주차장을 다른 곳으로 옮겨 지었다.
'아파트 아줌마'의 힘이 인터넷 커뮤니티를 통해 발휘되고 있다. 실시간으로 많은 주민이 동시에 현안에 대한 의견을 쏟아내면서 강력한 언로(言路) 역할을 하고 있는 것이다. 또 상가의 물건값을 다른 곳과 비교해 인터넷에 올려 가격을 내리기도 하고, 회원끼리 오프라인에서 친목을 다지는 매개체로 활용되기도 한다.
현재 부동산 전문 포털인 닥터아파트에만 2300여 개의 커뮤니티가 있으며 별도의 인터넷 주소(URL)를 가진 커뮤니티도 100여 개가 넘는다.
◆ 민원 해결사로=경기도 용인시 성복동의 '수지사랑 성복사랑'은 지난해 회원 200여 명의 서명을 받아 아파트 건설에 따라 예상되는 교통난 해소를 위해 단지 인근에 4차로 지하차로를 건설해 줄 것을 시에 요청했다. 용인시는 이들의 요청을 받아들여 이르면 연내 착공할 계획이다.
경기도 양주시 자이 아파트 인터넷 커뮤니티 회원 10여 명은 23일 경기도 제2교육청을 방문, 분양 당시 계획대로 단지 내에 고등학교를 세워줄 것을 요구했다. 4900여 가구의 대규모 단지에 아직 고교가 없기 때문이다.
서울 도봉구는 관내 18개 아파트 단지의 커뮤니티를 구청 홈페이지에 올려놨다.
◆ 물건값 인하 유도=상가.병원 등의 가격.서비스 상태를 인근 단지와 비교해 개선을 유도하기도 한다. 서울 도봉구 창동의 한 수퍼마켓은 최근 빙과류와 세제류의 가격을 10~30% 내렸다. 인근 다른 단지보다 물건 가격이 비싸다는 주민의 지적이 이어졌기 때문이다.
이웃 간 정을 돈독하게 만드는 효과도 있다. 가입자 수가 2000명이 넘는 양주 자이 아파트 커뮤니티 회원은 매월 모임을 갖고 친목을 다진다. 남산타운 아파트는 지난해 9월부터 인터넷 커뮤니티를 통해 매월 오프라인 벼룩시장을 연다. 이 밖에 관리사무소 직원의 불친절이나 단지 내 청소 상태 등을 지적하기도 한다.
남산타운 21의 운영자 공수진(39.여)씨는 "아파트 동대표 중 일부가 자신의 임기를 부당하게 연장하려다 커뮤니티에 고발된 경우도 있다"며 "(커뮤니티가)옴부즈맨 역할도 톡톡히 해내고 있다"고 소개했다.
◆ 아파트값 담합 등 부작용도=커뮤니티 게시판 곳곳에는 '우리 아파트 제 값 받는 법' '26평형은 최소 ○억 이상' 등의 글이 올라와 아파트값 담합이라는 의혹을 받는다. '○○치과는 돌팔이'하는 식의 특정 업소와 개인에 대한 비방글도 여과 없이 올라온다.
서울대 행정대학원 정광호(41) 교수는 "같은 단지에 사는 사람들로 구성된 커뮤니티는 직업.소득 등에서 동질성이 강해 폐쇄적인 모임으로 변질될 우려가 있다"며 "공동체의 이익을 위해 기여할 수 있는 시민의식을 먼저 길러야한다"고 말했다.
이수기 기자 retalia@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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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중앙일보 2006-02-25 05: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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