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나얀™♡【여행】

산 기슭에서 들이쉬는 ‘신라의 향기’

피나얀 2006. 3. 8. 17:21

 

 

남산문화유적답사에 참가한 관광객들이 남산 국사골 마애불을 감상하며 해설사의 설명을 듣고 있다.

‘경주 남산을 빼고 신라문화와 유적을 논할 수 없다.’

 

옛 신라인이 천년을 두고 보듬고 아꼈던 산이 아니던가. 불교가 융성한 신라시대, 왕과 귀족이 불국사로 향할 때 돈 없고 힘 없는 백성은 남산을 올랐다.

 

그만큼 경주 남산은 우리 조상의 마음의 휴양처이자 성지인 동시에 겨레의 꿈이 어린 신화가 담겨 있고, 종교가 숨쉬고, 선조들의 예술 문화가 깃들어 있는 곳이다.

 

이 때문에 남산과 주변 유적을 역사학습의 장으로 여기는 관광객들의 발길이 끊임없이 이어지고 다양한 문화유적 답사 프로그램도 마련됐다. 걷고, 산을 오르고, 자전거를 타며 남산과 주변 유적들을 둘러보는 것은 웰빙시대에 알맞은 즐거운 일이다.

 

#코스별 남산 들여다보기

 

남산을 한번에 통째로 둘러볼 수 있도록 안내해주는 기관은 없다. 대신 경주남산연구소(kjnamsan.org)의 ‘남산 유적답사’ 프로그램을 이용하면 한결 편리하다.

 

가족 단위의 남산 답사를 원하는 관광객이 즐겨 이용하는 프로그램이다. 남산연구소는 관광객에게 편의를 제공하고 각종 남산 연구사업의 밑거름을 마련하기 위해 1984년 발족된 남산사랑모임과 99년 창립된 남산연구소가 통합, 힘을 뭉친 단체다.

 

매주 토요일, 일요일, 공휴일 동남산안내소와 서남산안내소에서 관광객을 대상으로 남산의 코스별 답사 안내를 해준다. 남산 문화유적을 잘 아는 주부 47명이 자원봉사자로 나서 답사법을 상세히 알려주고 안내책자와 지도를 나눠준다.

 

일요일과 공휴일에는 관광객과 동행하는 김구석 남산연구소장에게 남산에 얽힌 재미있는 이야기도 들을 수 있다.

 

일정은 서남산(삼릉~용장골), 동남산(국사골~지바위골), 남남산(열암골~칠불암) 등 코스별로 짜여졌다.

 

남산 달빛기행에 참여한 관광객들이 서남산 중턱의 용장골 삼층석탑을 감상하고 있다.


소요시간은 대략 6~7시간. 행사가 무료여서 관광객은 그저 간편한 산행 차림에다 간식과 음료수만 챙기면 된다.

 

#신라의 달빛따라 남산 오르기

 

‘사사성장 탑탑안행(寺寺星張 塔塔雁行·절은 하늘의 별만큼 많고, 탑은 기러기가 줄지어 서 있는 듯하다)’ 삼국유사는 서라벌(경주의 옛 이름)을 이렇게 묘사했다. 명주실처럼 길게 이어지는 오솔길을 따라가다 보면 눈 앞에 펼쳐지는 천년 신라의 신비는 이루 말로 형용할 수 없다.

 

매월 보름을 전후한 주말 밤에 열리는 ‘남산 달빛기행’은 신라인이 밤에 남산을 올랐을 때의 느낌 그대로를 만끽할 수 있는 프로그램이다. 해가 지고 달빛이 남산을 감싸안기 시작하는 오후 7시~7시30분 남산 기슭을 출발, 4시간 동안 산행을 한다. 행사 때마다 산행 코스를 달리해 다시 같은 코스를 밟기까지는 1년6개월이 걸린다.

 

햇빛에 바래면 역사가 되고, 달빛에 젖으면 전설이 된다고 했던가. 깜깜한 밤 남산 안내자들이 들려주는 신라의 전설이 귀에 콕콕 박힌다.

 

숨을 깊게 들이마시면 몸속 깊숙이 솔 향기가 스며들고, 산길은 걷기에 딱 알맞게 푹신푹신해 발을 디딜 때마다 느끼는 감촉이 그만이다. 달빛기행 때 감상할 수 있는 남산 유적에서의 대금 소리는 들뜬 도시민의 마음을 편안하게 해 준다.

 

남산연구소는 홈페이지에 행사 때마다 30~50명 선착순으로 참가자를 모집하고 있고 참가비는 무료다.

 

#자전거로 남산 즐기기

 

짧은 일정 때문에 도저히 걸어서 여행하기 힘들다면 자전거를 이용할 수 있다. 남산 기슭의 완만한 경사지대에도 유적이 널려있기 때문이다.

 

오릉~나정~포석정~지마왕릉~삼릉~경애왕릉~천관사지 등 서남산 기슭과, 인용사지~부처골 감실불상~탑골 마애조상군~통일전~서출지 등 동남산 기슭이 좋다.

 

 

자전거투어단에 참가한 학생과 관광객들이 경주 태종무열왕릉을 둘러보고 있다.

아름다운 전원 풍경과 문화유적을 마음껏 느낄 수 있는 코스로 가족 또는 연인끼리 천년을 거슬러 여행할 수 있다.

 

소요시간은 코스별로 대략 4시간. 자전거는 경주역 부근이나 시외·고속버스 터미널, 대릉원 주차장 주변에서 빌릴 수 있다. 요금은 하루 1만5천원선.

 

요금 부담이 크거나 경주 지리를 잘 모른다면 경주지방자치개혁센터(gjbike.com)가 운영하는 ‘자전거투어단’을 이용하면 좋다. 참가비는 1만원. 점심과 간단한 기념품을 주며 유적 해설사의 자세한 설명도 들을 수 있다.

 

남산 기슭은 물론 안압지·분황사·김유신묘·태종 무열왕릉·오릉·계림·첨성대·천마총 등 시가지의 유적도 돌아볼 수 있다.

 

자전거투어는 봄철(3~6월)과 가을철(9~11월)에 매월 두차례 열린다. 오는 26일 첫 행사가 예정돼 있다.

 

김정일 투어단장(42)은 “총 12회의 투어 중 절반은 유적 중심으로 하고, 나머지는 서천·북천 등 경주를 둘러싼 각종 유서깊은 하천과 자연녹지를 찾아 생태체험을 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경주|백승목기자 smbaek@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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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경향신문 2006-03-07 15:1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