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을 이야기하면서 '중국 요리'를 절대로 빼놓을 수 없지요. 저는 학교 기숙사에서 생활하고 있으므로, 보통은 학교 식당에서 끼니를 해결합니다. 평소에 먹는 북경 음식의 특징은 대체로 '짜거나 맵거나 달다'로 규정지을 수 있으며, 거의 기름에 말아놓은 듯한 느끼함을 자랑합니다.
그러한 북경의 대표적인 요리가 있다면 바로 '북경오리구이'이지요. 북경 음식의 특징은 '짜다'는 것인데, 북경 음식의 대표주자라 할 수 있는 북경오리구이는 전혀 짜지 않으니, 이것 참 모순입니다.
북경오리구이가 북경요리의 대표라고 하는 데는 다들 별다른 이의가 없으실 겁니다. '북경'하면 가장 먼저 떠오르는 요리기도 하거니와, 여행사의 북경 관광 코스에도 빠지지 않고 포함되어 있으며, 심지어 이름마저도 '북경' 오리구이 아닙니까. 물론 다른 지방에서도 오리구이가 없는 건 아니겠고 북경에 오리구이밖에 없는 것도 아니지만, 우리나라의 '전주'하면 비빔밥이 떠오르는 것처럼 역시나 북경 하면 오리구이입니다.
중국에 온 후, 아마 두 달 정도 지났을 겁니다. 같이 일하는 교수님의 친구가 전화를 하셨답니다. 그 친구는 한국에서 유학중인 중국인이었고요. 한참 통화를 하다 북경오리구이 얘기가 나왔는데, 그 교수님 아직 못 먹어봤다고 하자 친구의 단호한 한마디!
"아니, 중국까지 가서 아직 북경오리구이도 안 먹고 뭐 했어?"
북경 음식에서 북경오리구이가 차지하는 위상은 이 정도였던 것입니다.
저는 중국에 와서 이 오리구이를 세 번 먹어봤습니다. 전부 다른 식당이었지요. 제가 갔던 식당을 소개해드릴 테니, 북경 놀러 가서 오리구이 드실 분들 참고하세요.
제가 처음 북경오리구이를 먹었던 식당은, 그 이름도 유명한 '전취덕(全聚德)'입니다. '북경'하면 '오리구이'이듯이, '북경오리구이'하면 '전취덕'입니다. 전취덕 본점은 지하철 화평문 역 C번 출구로 나오면 바로 보입니다. 왕부정(王府井)에 분점도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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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전취덕은 유명한 식당이라 지하철 역 안의 이정표에도 나와있습니다. |
ⓒ2006 윤영옥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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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전취덕 본점입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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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취덕에서는 오리 반 마리 주문이 가능합니다. 저는 오리 반 마리와 다른 요리 하나, 차(茶)를 주문했습니다(반 마리는 2인분 정도 됩니다). 잠시 후에 차를 먼저 가져다주는데, 찻물을 따라주는 기술이 아주 예술입니다. 사람의 팔보다 더 긴 주둥이를 가진 주전자로 물을 따라줍니다. 꼭 흘릴 것 같은데 흘리지도 않습니다. 차를 마시고 있으면, 주방장이 이동식 도마를 밀고 테이블 옆으로 와서 직접 오리를 발라 줍니다. 처음에 어떤 식으로 썰어 줄까를 묻는데, 저는 이해하지 못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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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찻물을 따르는 종업원과 고기를 썰고 있는 요리사. 왼쪽의 사진은 왕부정 분점입니다. |
ⓒ2006 윤영옥 |
혹시나 양이 적을까 하여 곁다리로 시킨 요리는, 죽순과 오리발을 볶은 것입니다. 메뉴판을 읽을 수 있었더라면 오리발을 시키지는 않았을 것을…. 그리고 구워진 오리 머리도 나옵니다. 반 마리를 시켜서 그런지, 반쪽이 나오더군요. 처음엔 뭔지 몰랐습니다. 같이 간 학생에게 물어보고 나서야 무엇인지 알았습니다.
학생은 저더러 먹으라고 양보하는데, 차마 먹을 수가 없었습니다. 어떻게 먹어야 하는지도 알 수 없었고요. 중국에서 오리 머리는 별미에 속하는 모양입니다. 그 학생은 제가 왜 오리 머리를 안 먹는지 이해할 수가 없다는 표정으로 아주 맛나게 오리 머리를 발라 먹습니다. 조그마한 공기에 오리의 뼈를 고아 끓인 탕도 같이 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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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사진 상단의 조그만 접시가 오리구이, 왼쪽이 밀전병, 오른쪽이 오리 머리, 하단이 오리발 볶음, 오른쪽 상단의 하얀 국물이 오리탕입니다. |
ⓒ2006 윤영옥 |
외관상 깨끗해 보이기는 하나, 제 테이블 담당 종업원은 제가 음식을 먹고 있는데 바로 옆에서 손톱을 깎는 엽기적인 행동을 서슴지 않았고, 그럼에도 계산서에는 서비스 요금 10%가 부가된다는 것이 마음에 들지 않습니다. 게다가 처음에 자장과 파와 밀전병을 아주 조금밖에 주지 않는데도, 더 시키면 추가 요금을 받습니다. 반 마리를 먹으면서도 턱없이 부족한데, 한 마리를 먹으면 대체 몇 번을 더 주문해야 합니까? 음식의 맛은 나쁘지 않으나, 가격 대비 그다지 추천할 만한 식당은 못됩니다.
두 번째로 갔던 곳은 그냥 조그만 식당입니다. 식당 간판을 찍지 않아 이름은 알 수 없지만, 지하철 전문 역에서 나와 길 건너에 보이는 KFC의 옆 옆 가게입니다. 이 식당은 푸짐한 양과 저렴한 가격을 자랑합니다.
채 썬 파와 오이도 접시 수북이, 자장도 커다란 공기에 가득, 밀전병도 듬뿍, 오리고기도 많이 줍니다. 무엇보다도 좋았던 것은, 전취덕에서는 조그만 공기에 담아주었던 오리탕을, 이곳에서는 커다란 그릇에 고기까지 넉넉히 넣어 갖다준다는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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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전문 역 근처의 식당. 너무 배가 고파 정신없이 먹고 난 후에야 사진 찍을 생각이 났습니다. |
ⓒ2006 윤영옥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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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망경의 순천부 식당 입구입니다. | |
ⓒ2006 윤영옥 |
순천부도 꽤 화려하고 깨끗한 게 고급 식당처럼 보입니다. 사천요리 전문점인데, 메뉴는 사천요리에만 국한되어 있지 않고 다양합니다. 심지어는 중국 사람들은 잘 먹지 않는다는 회도 있었으니까요.
이날은 중국에서 많은 사업체를 경영하고 있는 사장님에게 대접을 받은 날이었습니다. 열 접시도 넘는 음식을 시켰는데, 다른 요리들도 다 맛있었지만 하이라이트는 역시 오리구이였습니다. 저를 비롯한 한국인들은 계속 오리구이 접시로만 향하는 젓가락을 막을 수 없었지요. 한 마리를 시켰는데, 테이블이 넓다는 것을 참작해 두 접시에 나눠 나왔습니다. 서비스라면 이 정도는 되어야지요.
함께 먹는 파와 자장과 밀전병도 부족함이 없었고, 맛은 제가 먹어본 오리구이 중에 최고였습니다. 그날 같이 갔던 교수님과 저는 아직까지도 그 집의 오리구이를 이야기합니다. 다음에 꼭 다시 한 번 가자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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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순천부의 오리구이. 오리모양 접시가 애교스럽습니다. |
ⓒ2006 윤영옥 |
육봉달만 북경오리를 때려잡으라는 법 있습니까? 북경에 오시면 꼭 북경오리구이 때려잡고 가세요. 힘들게 젓가락질 말고, 맨손으로 먹어야 더 맛있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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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오마이뉴스 2006-03-10 15:14]![](http://www.xn--910bm01bhpl.com/gnu/pinayarn/pinayarn-pinayarn.jp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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