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나얀™♡【요리】

부시가 군침 삼키고 고이즈미가 반했다! … 왕의 떡

피나얀 2006. 3. 15. 00:39

 

 


2002년 2월 20일 서울을 방문한 조지 W 부시 미국대통령의 청와대 환영 만찬장. 한식 풀코스 마무리로 후식이 올라올 차례다. 정갈하고 넉넉한 상차림에 흡족한 표정을 짓고 있는 부시 대통령 부부 식탁에 작은 접시가 오른다. 떡이다.

 

부시 대통령 부부의 눈이 휘둥그레진다. 김대중 대통령 부부도 놀란 토끼 눈을 한다. 세계 최고의 음식으로 꼽히는 프랑스 요리의 디저트에서도 보지 못한 앙증스러운 모양이다. 게다가 분홍.연두.노랑의 화려한 색상은 입에 넣기 아까울 정도다. 만찬 후 이희호 여사가 상차림을 총지휘한 책임자를 불러 조용히 물었다. "아까 그 떡이 우리나라 떡인가요?"

 

답은 물론 "그렇습니다"다. 그러나 이 여사는 "정말 우리 떡인가요?"하고 재차 물었다. 한국의 어머니를 대표하는 이 여사 역시 우리의 떡이라고 믿기 어려웠던 모양이다.

 

그날의 떡은 엄지손톱 크기의 '고깔떡', 꽃을 접은 듯한 '볼록떡', 그리고 병아리색의 '호박편' 세 가지. 이제까지 이름도 못 들어본 생소한 떡이다. 미국 대통령 부부를 위해 특별히 연구해 만든 떡이다. 이 얘기가 청와대 담을 넘어 알음알음 소문이 나면서 고깔떡 등 '왕의 떡'은 이제 서울시내 떡집에서도 쉽게 살 수 있는 '국민의 떡'으로 발전했다.

 

"이전에 한국을 방문한 외국 정상들의 식탁에 우리의 떡이 오르지 않은 것은 아닙니다. 그러나 부스러지기 쉬운데다 이에 달라붙는 불편함이 있어 좋은 반응을 얻지 못했습니다."

김대중 대통령 시절 '청와대의 부엌'을 총괄했던 문문술(현재 메이필드호텔 총주방장)씨의 말이다.

 

한 달 뒤 일본 고이즈미 준이치로 총리가 한국을 방문한다. 총리의 밥상에도 우리 떡이 후식으로 오른다. 그러나 부시 대통령 때와 다르다. 붉은 팥이 많이 들어간 '팥소롤', 매화꽃 모양의 '매화떡'이 새로 등장한다. 맛도 기존의 떡과 다르다. 훨씬 단맛을 냈다.

 

일본의 음식 문화와 고이즈미 총리의 취향을 배려한 것이다. 또 다른 '왕의 떡'은 양국 정상의 식탁에서 편안한 대화 소재가 됐다는 후문이다. 이 역시 세간에 알려지면서 매화떡은 한국에 관광 온 일본인들에게 오미야게(토산품)의 인기품목이 됐다.

 

"우선 이에 달라붙지 않도록 찹쌀보다는 멥쌀로 떡을 만들었어요. 그리고 외국 정상의 기호나 식습관에 맞춰 매번 다양한 재료를 접목해 새로운 떡을 만들어 냈습니다."

 

미국과 일본 정상의 식탁에 '왕의 떡'을 만들어 올린 뒤로 현재까지 청와대 국빈 만찬에 떡을 공급하고 있는 (사)한국전통음식연구소 윤숙자 소장의 설명이다.

 

 


땅콩 알레르기가 있는 필리핀 아로요 대통령이 방문(2003년 6월)했을 땐 예전부터 많이 쓰던 견과류 대신 유자청.인삼.대추.계피를 이용해 소를 만들어 냈다. 여성 대통령임을 감안해 떡의 색깔도 더욱 화려하게 업그레이드했다. 지난해 열린 세계신문협회(WAN)의 만찬장 떡에는 건강에 초점을 맞추면서 서양재료도 과감하게 도입한다.

 

블랙 푸드인 검정깨로 만든 흑미단자, 그리고 코코넛 파우더를 입힌 사과단자가 만들어졌다. 지난달 방한한 채식주의자인 인도의 압둘 칼람 대통령을 위해선 호박단자를 따로내기도 했다. 이 밖에도 국빈들에 맞춰 태극 무늬의 절편, 버선 모양의 매작과 등은 새로운 모양의 한과도 선보였다. 이처럼 4년여 동안 국빈 만찬에 등장했던 '왕의 떡'이 한 자리에 공개된다.

 

21일부터 나흘간 경기도 고양시 일산 킨텍스(KINTEX)에서 열리는 2006 서울국제식품전에 '세계 대통령이 맛본 한국의 떡'이란 코너다. 총 2만5000여 평의 전시장에 40여 개국 800여 사가 참여하는 국제적인 식품박람회에 '왕의 떡'이 소개되는 것이다.

 

떡 전시를 준비 중인 윤숙자 소장은 "박람회 기간 중에 국내외 4만여 명이 관람할 것으로 예상돼 우리의 전통 떡을 해외에 알리는 데는 물론 국내의 새로운 떡 개발과 보급에 큰 도움이 될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빵이나 케이크는 쉽게 만들면서 정작 우리 음식인 떡은 만들기도 전부터 어렵다며 손을 내젓는 주부가 많다. 그러나 쌀가루만 조금 있으면 빵이나 케이크보다 훨씬 쉽게 만들 수 있는 게 떡이다. 게다가 조금 넉넉하게 만들면 이웃과 따뜻하게 '돌려 먹고 나눠 먹는 떡' 문화도 느낄 수 있다.

 

▶고깔떡 만들기

 

 


*재료=쌀가루(멥쌀가루 2컵+찹쌀가루 1/2컵+소금 2/3작은술+천연색소(치자.딸기.쑥) 적당량), 흑미가루(또는 흑임자가루 2컵+소금 1/2작은술), 물 적당량, 팥 앙금 70g

 

*만드는 법=

 

①쌀(멥쌀.찹쌀.흑미)은 깨끗이 씻은 후 반나절가량 담갔다가 소쿠리에 건져서 소금을 넣고 가루로 빻아 체에 내린다.

 

②쌀가루는 물에 탄 천연색소로 수분을 주고, 흑미가루는 물을 주어 찜통에 찐 뒤 절구에 친다.

 

③쪄낸 절편을 밀대로 밀어 서로 겹쳐준 다음 가로.세로 5cm로 잘라 놓는다.

 

④팥 앙금을 넣고 고깔모양을 만들어 낸다.

 

▶ 사과단자 만들기

 

*재료=사과 1개, 찹쌀가루 1컵, 거피팥가루 1/2컵

 

*소 재료=사과정과 20g, 거피팥가루 30g, 소금 1/4작은술

 

*만드는 법=

 

①찹쌀을 깨끗이 씻어 물에 반나절가량 담갔다 건진 뒤 소금을 넣고 가루로 빻아 체에 내린다.

 

②사과는 씨를 빼고 0.3cm 정도의 두께로 둥글게 썰어 설탕을 세 번 정도 갈아 주면서 정과를 만든다.

 

③사과정과 1쪽은 짧게 썰고, 거피팥가루와 소금을 넣고 소를 만든다.

 

④찹쌀가루를 뜨거운 물로 반죽해 소를 넣고 둥글게 만들어 끓는 물에 삶은 뒤 찬물에 헹군다.

 

⑤단자를 건져 물기를 닦고 거피팥고물을 묻혀 사과정과 위에 올려놓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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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중앙일보 2006-03-14 22:3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