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나얀™♡【여행】

구름이 내려앉은 도시 삿포로와 오타루의 ‘日夜’

피나얀 2006. 3. 17. 18:20

일본 최북단에 위치한 홋카이도는 다섯 지구로 나뉜다. 그중 ‘삿포로’와 ‘오타루’를 품에 안은 지구는 홋카이도의 정치·경제·문화의 거점이다. 국내에는 맥주 산지로 더 유명한 삿포로와 영화 ‘러브레터’의 촬영지로 잘 알려진 오타루. 눈과 얼음의 축제가 열리는 삿포로와 ‘오타루 운하’의 아름다운 겨울 야경을 만나러 홋카이도로 떠났다.
 

 

일년 내내 축제의 열기로 가득한 ‘오도리 공원’

 

치토세 공항에 도착하자마자 가장 먼저 여행객을 반기는 것은 눈이었다. 세상을 가득 덮고 있는 눈은 하늘하늘 떨어지지도, 서릿바람과 함께 몰아치지도 않았다. 황홀하리만큼 아름다운 야경을 경험한 다음 날, 잠에서 깨어나 커튼을 젖히고 만난 세상은 또다른 감동이었다.

 

치토세 공항에서 1시간가량(JR쾌속열차 36분) 달리면 홋카이도의 중심지 삿포로에 도착한다. ‘눈축제’로 유명한 삿포로에는 해마다 세계 곳곳에서 많은 관광객들이 몰려든다. 삿포로 눈축제는 동서로 약 1.5km에 이르는 도심 속의 오아시스 ‘오도리 공원’에서 펼쳐진다. 눈을 맞으며 걸어서 찾아간 오도리 공원에서는 눈과 얼음을 이용한 조각상들이 조명 불빛을 받으며 환상적인 아름다움을 선사했다.

 

 

‘삿포로 눈축제’가 열리는 오도리 공원은 일년 내내 축제가 끊이지 않는 것으로 유명하다. 2월 눈축제가 끝난 후 공원은 라일락 향기로 가득 채워지고 ‘라일락 축제’를 시작한다. 봄과 함께 찾아온 ‘라일락 축제’는 초여름에 열리는 ‘소란 축제’에게 자리를 양보한다. 또 한여름에는 맥주로 유명한 도시답게 ‘납량 맥주 가든’으로 관광객들을 맞이한다. 이처럼 삿포로는 일년 내내 축제가 이어지는 도시다.

 

 

오도리 공원에는 1957년 건설된 높이 147m의 TV탑이 자리 잡고 있다. 입장료 700엔(어른 기준)을 내고 지상에서 90m 높이에 위치한 TV탑 전망대에 오르자 눈축제가 벌어지는 오도리 공원은 물론 삿포로 시내가 한눈에 들어왔다. 지난밤 야경으로 만난 눈 세상과 한낮에 지상에서 한참 떨어진 높이에서 바라보는 세상은 또다른 모습으로 감동을 안겨주었다.

 

항구도시의 상징 ‘오타루 운하’

 

삿포로에서 30분가량 기차를 타고 달리면 오타루에 도착한다(버스는 1시간 소요). 오타루 역에서 운하가 보이는 숙소까지 가는 동안 가장 먼저 눈에 띄는 것은 역시 운하를 끼고 길게 늘어선 가스등이다. 가스등은 일본의 근대화가 시작된 메이지·다이쇼 시대의 건축양식으로 지어진 창고들을 오타루 운하와 멋지게 어우러지게 하며 독특한 밤풍경을 연출했다. 창고를 등지고 가지런히 늘어선 작은 가게들, 네온 불빛은 밤 산책을 즐기는 사람들을 아름답게 비추며 운치를 더해줬다.

 

 

오타루 운하는 다이쇼 3년(1914년)에 착공되었다. 이후 9년간의 공사기간을 거쳐 완성된 오타루 운하는 홋카이도 경제의 중심으로 자리 잡았으며 항구도시 오타루의 상징이 되었다. 메이지시대에 지어진 벽돌식 창고는 조명을 받으며 길게 늘어서 있고 아사쿠사교에서 중앙교에 걸쳐진 수많은 어영석(御影石)은 산책로를 만들고 있었다.

 

호텔에 짐을 풀자마자 오타루의 또하나의 명소로 불리는 ‘오타루 오르골당’을 구경하기 위해 호텔 문을 나섰다. 대부분의 상점이 밤 9시 전에 문을 닫는다는 가이드의 말을 듣고 저녁 식사도 거른 채 걸음을 재촉했지만 이미 상점은 문을 닫고 있었다. 아쉬운 마음에 다음 날을 기약하며 느린 걸음으로 숙소로 돌아오는 동안 미처 눈에 담지 못한 아름다운 거리를 만날 수 있었다. 흡사 영화 세트장을 연상시키는 ‘이노나이도리’는 노란 가로등 불빛이 흰 눈에 반사돼 따뜻한 온기마저 느끼게 했다.

 

오타루는 운하와 오르골 못지않게 유리공예로도 유명하다. ‘오타루 오르골당’에서 운하까지 이어진 거리(이노나이도리)에는 유리를 이용한 생활용품 상점과 보석 상점이 즐비했다. 늦은 시각까지 문을 닫지 않은 유리공예 상점에 들어서자 총천연색 유리 공예품들이 저마다 다른 빛을 발산하며 눈을 간질였다. 카메라에 공예품들의 아름다운 모습을 담으려 했지만 이들은 눈으로만 감상하기를 바랐다.

 

이곳의 공예품들은 오타루를 대표하는 제품인 만큼 가격도 아름다움에 버금가는 고가품들이었다. 웬만하면 1만 엔이 훌쩍 넘는 공예품에 혹시 상처를 입히지나 않을까 하는 마음에 가슴이 조마조마. 어깨에 짊어진 가방끈을 바싹 잡아당기고는 서둘러 상점을 나와야 했다.

 

 

격조 높은 건축물이 즐비한 ‘이노나이도리’

 

다음 날 ‘이노나이도리’를 다시 찾으니 전날 불빛에 취해 보지 못한 격조 높은 오래된 양식의 건축물들이 저마다의 자태를 자랑하며 눈에 들어왔다. 과거 일본 ‘북쪽의 월 스트리트’라고 불렸던 이로나이도리 주변에는 메이지(1868~1921) 중기부터 다이쇼(1912~26), 쇼와(1926~88) 시기에 걸쳐 세워진 역사적 건축물들이 많이 남아 있다. 현재 남아 있는 석조 건물 중에는 홋카이도에서 건축사적으로 귀하게 여기는 건조물이 많다고 한다.

 

이노나이도리가 끝나는 곳에 위치한 ‘오타루 오르골당’은 르네상스 양식의 아치형 창, 건물 모서리를 보호하기 위해 자연석으로 쌓아올린 코너 스톤이 인상적이었다. 건물 내부에서는 다양한 멜로디를 쏟아내는 오르골이 조명에 반사돼 눈과 귀를 멀게 만들었다. 바닥을 포함한 내부를 느티나무 목재로 꾸며 놓은 ‘오타루 오르골당’은 계단을 오를 때마다 낡은 목조 건물 특유의 삐그덕거리는 소리를 낸다.

 

오르골의 감미로운 멜로디와 오래된 목조 건물이 만들어내는 화음은 마치 과거로 되돌아간 듯한 착각마저 일으키게 했다. 지배인은 높이 9m의 천장과 계단 손잡이 장식 등을 과거와 같이 복원해 오타루시로부터 역사적 건조물로 인정받았다고 자랑했다.

 

3층에는 핸드메이드 오르골 공방이 있는데, 이곳에서는 좋아하는 곡목과 액세서리를 선택해 세계에서 단 하나뿐인 ‘나만의 오르골’을 만들 수 있다. 가격은 일반 오르골보다 다소 비싼 1천8백엔부터이며 건조 시간은 약 30분 정도가 소요된다.

 

‘오타루 오르골당’ 정문을 나서면 관광객들에게 오타루에서의 추억을 간직하게 해주는 기념 사진 촬영 장소가 마련되어 있다. 높은 증기시계 앞이 바로 그곳. 이 증기시계는 높이 5.5m, 폭 1m, 무게 1.5톤의 거대한 몸집을 자랑하며 보일러로 발생시킨 증기를 이용해 1시간마다 시간을 알리고 15분마다 증기로 5음계의 멜로디를 연주한다.

 

눈의 도시 삿포로와 오타루는 도시를 감싸안은 눈만큼이나 아름다운 추억을 만들 수 있는 여행지다.

 

사진설명

 

1 오타루 관광버스. 2 눈 덮인 오타루 항구. 3 눈이 그친 삿포로 거리. 4 삿포로 눈축제에서 얼음 미끄럼틀을 타는 꼬마. 5 오타루 인력거꾼들. 6 오타루 거리에 있는 족욕탕에서 발을 담그고 있는 커플.

7 오타루 운하. 8 삿포로 눈축제에 전시된 얼음조각. 9 오르골당. 10·11 오타루 운하 야간 조형물. 12 오르골당 내에 전시·판매되는 오르골. 13 삿포로 눈축제 거리 음식.

 

홋카이도에서 펼쳐지는 웨딩 이벤트

 

‘화이트 웨딩 in 홋카이도’

 

 

‘화이트 웨딩 in 홋카이도’는 홋카이도 이외의 지역에 거주하는 이들 중 20쌍(해외 초청 3쌍 포함)을 초대해 무료로 결혼식과 부대 이벤트를 마련해주는 행사다. 사단법인 홋카이도 관광연맹(회장:아비코 켄이치)에서 실시하는 이번 행사는 홋카이도를 대표하는 관광지에서 지역 특색에 맞는 다채로운 테마로 진행됐다.

 

관광연맹측은 지난 2005년 10월 11일부터 11월 30일까지 지원자를 접수, 일본 내 15커플, 홍콩, 대만, 한국에서 각각 1커플을 선발해 총 18커플의 결혼식을 진행했다.

 

아시아 각국에서 선발된 행운의 커플들은 홋카이도 내 20개 장소에서 관광을 겸한 결혼식을 올렸다. 메인 이벤트인 결혼식은 홋카이도 토착 민족인 아이누족의 전통에 따라 열리는 ‘아이누 캔들 웨딩’을 비롯, 교회에서 펼쳐지는 ‘채플 웨딩’, 그리고 홋카이도의 광대한 스키장에서 열리는 ‘파우더스노우 웨딩’ 등 각 지역의 특성에 맞게 꾸며졌다.

 

한국에서 치러진 이벤트 행사에서 운좋게 선발된 박기태(27)·조효숙(28) 커플은 영화 ‘러브레터’의 촬영지로 잘 알려진 오타루에서 ‘서약의 운하 웨딩’이라는 테마로 결혼식을 올렸다.

 

신랑 박기태씨는 “홋카이도는 TV나 영화를 통해 접할 때마다 꼭 한 번 가보고 싶은 곳이었다”며 “로맨틱한 분위기가 느껴지는 이국적인 도시 오타루와 온 세상을 눈으로 덮은 아름다운 삿포로에서 평생 잊지 못할 결혼식을 올리게 돼 너무 행복하다”고 말했다. 신부 조효숙씨 역시 “영화 ‘러브레터’ 촬영지에서 결혼하는 만큼 주인공처럼 순수하고 진실된 마음으로 영원히 사랑하겠다”며 ‘화이트 웨딩 in 홋카이도’에 참석한 소감을 밝혔다.

 

 

 

 

글·사진 / 김성욱 기자 취재협조 / 홋카이도 관광연맹

출처-[레이디경향 2006-03-17 02:1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