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나얀™♡【요리】

싱싱한 생선회 한 점에 춘곤증 싸악~

피나얀 2006. 3. 25. 20:19

▲ 싱싱한 농어회 맛 좀 보세요
ⓒ2006 이종찬
마산 어시장의 명물 '홍콩빠'는 어디에?

지금으로부터 10여 년 앞쯤만 하더라도 마산 어시장 부둣가에 가면 일명 '홍콩빠'라 불리는 서너 평 남짓한 횟집들이 줄지어 서 있었다. 파도가 철썩대는 부두를 주춧돌로 삼아 따개비처럼 다닥다닥 붙어 있었던 그 자그마한 횟집들은 마치 홍콩의 물 위에 떠 있는 가게를 닮았다 해서 사람들에게 '홍콩빠'라 불렸다.

멍게나 해삼, 피조개, 여러 생선회 등을 썰어 팔던 홍콩빠는 1960년 무렵부터 하나둘 생기기 시작하다가 1970년대로 들어서면서 아예 생선회 집단촌을 이루며, 마산 어시장의 명물이 되었다. 게다가 홍콩빠에 앉아 있으면 파도가 세게 몰아칠 때마다 삐걱거리는 소리와 더불어 창 너머 푸른 마산 앞바다까지 바라볼 수 있으니, 마치 배를 타고 생선회를 먹는 것만 같았다.

그때 홍콩빠에서는 가까이는 마산과 진해에서부터 멀리는 거제와 통영, 삼천포, 남해 등지에서 갓 잡아올린 싱싱한 해산물을 받아 그 자리에서 횟감으로 썰어 팔았다. 해산물 가격 또한 꽤 쌌다. 그래서 그런지 주머니 사정이 어려운 대학생이나 먹고살기 빠듯한 서민들이 손님을 대접할 때 이곳을 자주 찾았다.

하지만 지금은 그 살가운 풍경과 60여 남짓했던 횟집들은 깡그리 사라지고 없다. 1980년대 중반으로 접어들면서 마산시에서 마산 앞바다 매립공사를 시작하면서 그 유명했던 홍콩빠도 사람들의 기억 속으로 영원히 가라앉고 말았던 것이다. 그나마 다행인 것은 이곳을 즐겨 찾았던 마산, 창원 사람들과 전국 각지의 사람들의 기억 속에 지금까지도 마산 어시장 하면 홍콩빠란 이름이 저절로 떠오르고 있다는 것이다.

▲ 봄철, 싱싱한 회를 먹으면 입맛이 되살아난다
ⓒ2006 이종찬

▲ 이 집은 횟감 아래 얼음을 넣어두는 것이 특징이다
ⓒ2006 이종찬
"제가 어릴 때만 하더라도 마산 앞바다에 나가모 미더덕과 꼬시락, 도다리 등은 동이로 그냥 퍼담아 낼 정도로 넘쳐났지예. 하지만 한일합섬과 수출자유지역이 들어서면서 마산 앞바다가 죽은 바다로 변하기 시작했지예. 게다가 마산 앞마다 곳곳이 매립까지 되면서 홍콩빠도 사라지고, 이곳 어시장 상권도 많이 죽어버렸어예."

지난 18일(토) 오후 3시. 어시장 들머리에 옹기종기 앉아 있는 할머니들이 늘어놓은 봄나물을 바라보며 봄도 느껴보고, 오랜만에 비릿한 생선내음도 좀 맡아보기 위해 경남 마산의 어시장에 들렀다가 정말 우연히 만난 '99횟집'. 이 횟집은 통영과 남해안 등지에서 갓 잡아올린 농어를 비롯해 도다리, 광어, 우럭, 장어 등을 파는 생선회전문점이다.

이 횟집 주인 안명자(44)씨는 "싱싱한 생선회는 살이 쫄깃하고 담백하며, 단백질이 많이 들어 있기 때문에 스태미나 증진에 아주 좋다"고 말한다. 이어 "봄철, 입맛이 없고 온몸에 기운이 빠져 나른할 때 싱싱한 생선회를 먹으면 기운이 펄펄 살아나는 것은 물론 기분까지 아주 좋아진다"라고 귀띔한다.

▲ 쫄깃하고 고소한 회맛은 갓 잡은 싱싱한 생선에 있다
ⓒ2006 이종찬

▲ 싱싱한 횟감 속에 봄내음이 그득
ⓒ2006 이종찬
연분홍빛 맴도는 농어회 아래에는 얼음이 소복소복

- 오늘은 어떤 고기가 특히 맛이 좋습니까?
"저희는 고깃배에서 막 내리는 생선을 바로바로 가져오기 때문에 생선이 다 싱싱하고 맛이 있어예. 농어를 한번 올려볼까예?"

- 농어는 비싸지 않습니까?
"오늘은 다른 날보다 농어가 제법 많이 나와서 싸게 해 드릴께예. 1kg에 만 팔천 원만 주이소. 매운탕까지 맛있게 해 드리지예."

주인 안씨에게 농어와 소주를 시켜놓고, 스무 평 남짓한 깔끔한 실내를 천천히 훑어보다가 문득 차림표에 눈길이 머문다. 하지만 차림표에는 생선회 이름만 줄줄이 쓰여 있을 뿐 그 어디에도 가격은 없다. 그저 '싯가'라고만 쓰여 있다. 이는 그날그날 사정에 따라 생선회 가격이 달라진다는 얘기다.

잠시 뒤 안씨가 하얀 종이가 깔린 식탁 위에 소주 한 병과 함께 밑반찬을 주섬주섬 올린다. 봄내음이 물씬 풍기는 싱싱한 상추와 깻잎, 돌나물 무침이 입맛을 한껏 돋운다. 이어 김장김치와 삶은 고구마, 콩잎, 마늘과 풋고추, 오이, 당근이 담긴 접시, 초고추장, 참기름이 든 된장, 고추냉이, 간장 등을 죽 늘어놓는다.

이윽고, 연분홍빛이 은근히 맴도는 것 같은 잘 썬 농어회를 식탁 한가운데 올린다. 근데, 농어회가 놓여 있는 하얀 쟁반 아래 또 하나의 하얀 국그릇 같은 게 받쳐져 있다. 이게 뭘까? 보기에도 맛깔스럽게 보이는 농어회가 올려진 접시를 비스듬히 내리자 그 아래 국그릇 속에는 사각 얼음이 소복소복 들어 있다.

▲ 입 속에서 살살 녹아내리는 쫄깃한 생선회
ⓒ2006 이종찬

▲ 밑반찬으로 나온 돌나물무침도 봄맛처럼 향기롭다.
ⓒ2006 이종찬
농어, 쫄깃쫄깃 고소하게 녹아내리는 감칠맛 으뜸

"생선회를 싱싱하게 오래 먹으려면 생선회 아래 얼음을 깔아놓는 것이 좋지예. 그래야 시간이 지나도 생선회가 말라 비틀어지지도 않고, 적당히 촉촉하고 쫄깃쫄깃한 회 맛을 골고루 유지할 수 있지예. 한번 드셔 보이소. 맛이 없으모 회 값을 받지 않고 오히려 회 값을 돌려드리지예."

싱싱한 상추 위에 참기름이 든 된장에 찍은 농어회를 몇 점 올려놓고, 마늘과 풋고추를 얹어 입에 넣는다. 이내 입 속에는 향긋한 봄내음과 함께 씹으면 씹을수록 쫄깃쫄깃 고소하게 스며드는 농어회가 그대로 살살 녹아내리는 듯하다. 농어회를 시뻘건 초고추장에 찍어 먹는 맛도 새콤달콤, 기막히다.

간장을 푼 고추냉이에 찍어 먹는 농어회의 맛은 깊은 감칠맛이 나면서 뒷맛이 깔끔한 것이 특징이다. 농어회를 먹는 도중 가끔 집어먹는 싱싱한 돌나물 무침은 입에 넣자마자 봄을 씹는 것만 같다. 경남 의령에서 직접 기른 배추와 고춧가루를 사용해 담근다는 이 집의 잘 익은 김장김치 맛도 그만이다. 게다가 입이 심심할 때마다 찍어 먹는 멸치젓갈 맛도 일품이다.

그래. 이렇게 맛있는 생선회에 소주 한 잔이 없으면 어찌되겠는가. 농어 한 점 초고추장에 콕 찍어 깻잎과 상추쌈에 싸서 한 잔. 농어 한 점 잘게 찧은 매운 고추 섞은 참기름 된장에 콕 찍어 한 잔. 농어 한 점 고추냉이를 푼 간장에 콕 찍어 또 한 잔. 어느새 수북하게 쌓여 있던 농어회가 사라지고 없다.

마지막으로 나오는 불그죽죽한 농어 매운탕도 매콤하면서 아주 시원하다. 하얀 쌀밥 한 숟가락 입에 넣고 얼큰한 매운탕을 몇 수저 떠먹고 있으면 어느새 이마와 목덜미에 땀방울이 송송 맺힌다. 이어 지난 겨우 내내 더부룩했던 속이 마치 막힌 봇물 터지듯 시원스럽게 뚫린다. 그래. 농어! 네가 최고야.

▲ 의령에서 직접 기른다는 무공해 상추와 깻잎
ⓒ2006 이종찬

▲ 봄에 잡은 멸치로 담근 젓갈이 참 구수하다
ⓒ2006 이종찬
"저희는 이른 새벽 통영이나 남해안 등지의 선창가에 나가 금방 고깃배에서 내리는 싱싱하고 좋은 생선만을 골라오지예. 그리고 생선을 다룰 때도 정성을 담지예. 그렇게 하지 않으모 고기 맛이 떨어집니더. 특히 요즈음처럼 장사가 잘 되지 않을 때는 맛으로 승부해야지예. 그렇지 않으모 이곳 어시장에서는 손님을 아예 받지 못해예."

▲ 마지막으로 나오는 매운탕은 더부룩한 속을 확 뚫어준다
ⓒ2006 이종찬


덧붙이는 글
※'U포터뉴스', '시골아이 고향' 에도 보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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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오마이뉴스 2006-03-24 09:2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