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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매화향기가 봄바람에 흩날리는 전남 광양 매화마을 풍경 |
ⓒ2006 이우영 |
사연인즉 이랬다. 그날도 그는 야생화를 찾아 산 속에서 헤매고 다녔는데, 어느 한 지점에 이르니 카메라를 든 사람 몇몇이 뭔가를 하고 있다가는 인기척에 깜짝 놀라 슬그머니 꼬리를 말고 사라지더라는 것이었다.
무엇 때문일까 궁금해 그 주변을 한 번 살펴본 결과 그곳엔 이파리가 다 찢긴 야생화들이 험한 몰골로 놓여 있었다고 한다. 추측건대 흔치 않은 야생화를 발견한 일단의 사진 찍는 이들이 자신들 욕심을 다 차린 뒤 다른 사람이 더는 찍을 수 없도록 꽃을 훼손한 듯했다.
나 또한 지난해 가을 전남 영광 불갑사라는 곳으로 꽃무릇 구경을 갔다가 그런 비슷한 경험을 한 적이 있기에 입맛이 씁쓸하기 그지없었다. 꽃의 아름다움을 볼 줄 아는 사람들이 어째 그 아름다움을 닮을 생각은 못 하는가 싶어 더 그랬다.
물론 이는 극히 일부 사진 찍는 사람들에 국한된 얘기다. 예의 목격담을 전하며 비분강개해 마지 않았던 지인을 비롯해 대다수 사진 찍는 사람들은 결코 그런 몰상식한 짓은 하지 않는다고 알고 있고 그렇게 믿고 있다.
한 예로 이런 경험담도 있었다. 귀한 야생화를 발견해 사진 몇 장을 찍었는데, 사진 사이트에 촬영장소를 밝히면 사람들이 너무 많이 몰려가 꽃이 훼손될 우려가 있으므로 장소를 밝히지 못함을 동료회원들이 양해해 주기 바란다는….
또 산 속에서 헤매고 다니다가 역시 귀한 야생화 몇 송이를 발견했는데, 촬영 뒤 혹여 나쁜 사람들의 눈에 띄어 훼손이라도 당할까봐 낙엽으로 살짝 가려주고 왔다는 경험담도 있었다. 잘 모르는 사람이 보면 언뜻 자기 혼자서만 그 야생화를 독점하려는 욕심으로 잘못 비쳐질 수도 있지만, 내겐 그렇지 않다는 나름대로 확신이 있다.
그런데 곰곰 생각해 보면 이게 어디 사진 찍는 사람들만의 문제일까 싶다. 꽃구경 같은 걸 가보면 너무나 많은 사람들이 너무도 아무렇지 않은 표정으로 꽃들을 꺾고 있고, 심지어는 가지나 뿌리째 챙겨들고 오는 사례 또한 적지 않게 눈에 띄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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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맘때면 매화마을을 휘감아 흐르는 섬진강은 매화 향기에 물든다. |
ⓒ2006 이우영 |
봄이다. 벌써부터 많은 사람들이 꽃소식을 따라 봄나들이에 나서고 있는데, 이 봄에는 내 욕심을 좀 줄여서 뒤에 올 사람들도 다 함께 즐거운 꽃구경을 할 수 있도록 얼마간 배려해보면 어떨까?
꽃을 눈으로만 담지 말고 마음 깊이 담아 그 외형보다는 뜻을 닮아야 할 것이라는 생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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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오마이뉴스 2006-03-27 14:49]![](http://www.xn--910bm01bhpl.com/gnu/pinayarn/pinayarn-pinayarn.jp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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