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나얀™♡【여행】

12시간 동안 타는 버스가 단돈 2500원?

피나얀 2006. 3. 30. 21:06

 

태국 북부지방 최대의 도시인 치앙마이는 배낭여행객들에게 트래킹의 메카처럼 여겨지는 곳으로 태국여행에 빼놓을 수 없는 여행지 중 한 곳이다. 또, 매홍손이나 치앙라이, 람푼, 람팡 등 북부지역을 여행하기 위해서는 꼭 한 번은 거쳐야 하는 거점도시이기도 하다.

 

특히, 치앙마이는 북부지방의 독특한 문화와 역사를 바탕으로 많은 유적지와 다양한 볼거리를 제공해 방콕과는 또 다른 여행의 맛을 느끼게 한다.

▲ 태국관광버스는 대부분 2층버스로 되어 있다. 1층은 승무원 휴게실과 화장실, 짐칸으로, 2층은 탑승석으로 이뤄져있다.
ⓒ2006 고병현

뭐 타고 갈까?

치앙마이의 마력에 빠져보려면 일단 가야하지 않겠나? 그렇다면 가는 방법부터 알아보자! 방콕에서 치앙마이를 가려면 비행기, 기차, 버스 등을 이용할 수 있으나 버스가 가격이나 편이성에서 가장 효율적이다. 비행기의 경우 편도요금이 5만5000원 정도로 다소 부담스럽고(시간은 없고 돈이 좀 있다면 강추), 기차의 경우 버스와 가격이 비슷하나 시간이 11~15시간 정도 버스보다 2~3시간 더 걸린다.

 

아울러, 태국에서의 기차등급은 침대차, 특별, 특급, 급행으로 나뉘는 데, 만약 기차를 이용할 거라면 돈이 들더라도 꼭 특별기차 이상을 요구하고 싶다. 장시간(방콕에서 치앙마이의 경우 거의 12시간 이상) 이동으로 상당히 편안한 자세가 요구되기 때문이다.

버스도 마찬가지로 VIP, 에어컨 1등, 에어컨 2등, 3등 버스 등으로 나뉘는 데, 장거리라면 에어컨 1등 이상은 타주어야 한다. 의심하지 말고 따르시길 바란다. 여러분의 육체뿐만 아니라 정신건강에 상당히 이로울 것이다. 태국관광버스는 대부분 2층 버스로 1층은 운전석과 승무원 휴게실, 화장실, 화물칸으로 구성되어 있고, 2층은 승객들의 좌석으로 등급에 따라 27~50여석으로 되어 있다. 그럼 버스타고 치앙마이로 떠나 보자.

12월 14일, 태국 배낭여행자들의 집결지라 할 수 있는 카오산에서 저녁 6시 여행자버스를 타고 치앙마이로 향하기로 했다. 치앙마이 여행자버스는 태국정부가 북부지역 관광활성화를 위해 마련한 서비스다. 버스는 에어컨 2등 버스 수준이지만 가격이 파격적이다.

 

100바트 우리 돈으로 약 2500원(2005년 말 기준이다. 올해부터는 좀 올린다는 얘기가 있다) 정도다. VIP나 에어컨 1등 버스가 400~625바트정도 하니 상당히 싼 가격에 여행자를 이롭게 하는 태국정부의 고마운 배려가 아닌가 싶다. 여행자버스를 이용하려면 카오산이나 방람푸 인근의 여행사에 들러 예약하면 된다.

오후 5시 30분쯤 여행사에 도착하니 태국인 가이드가 우리(나와 재뽕-내 와이프의 애칭-결혼 5년차 부부다)를 버스 탑승장으로 안내해준다. 장거리 여행이니 만큼 탑승 전에 음료수와 야식거리 몇 가지를 준비하는 센스를 빼놓지 마시길, 중간에 가끔 쉬기도 하지만서도.

 

또, 이동거리가 10시간에 12시간 걸리니 여유로운 마음가짐으로 읽을거리나 십자수를 준비하는 것도 좋고, 몸과 마음을 최대한 피곤하게 만들어 버스에 타면 바로 잘 수 있도록 만드는 것도 태국여행의 팁일 수 도 있다. 또, 요즘에 그런 일이 거의 없지만 귀중품은 꼭 자신이 챙기시길 바란다. 특히, 여권이나 지갑, 카메라 등은 가방에 넣어 짐칸에 넣지 말고, 몸에 항상 휴대하는 것이 좋다.

6시 20분경 버스가 드디어 엔진에 열을 가하면 움직이기 시작했다. 버스는 그리 깨끗한 것은 아니었으나 그러면 어떠하리? 2500원에 하룻밤도 해결하고 목적지까지 편한하게(?) 데려다주니 그것으로 기쁘지 아니한가! 에어컨도 약하게 나오고, 버스 정면과 중간에 설치된 TV에선 영화도 나온다.

▲ 태국관광버스 내부모습이다. 이 버스는 에어콘 1등 버스로 여행자버스는 이것보다 조금 낡았다.
ⓒ2006 고병현

버스가 출발하고 얼마 되지 않아 한 승무원이 파일을 돌린다. 파일을 받아보니 탑승자의 이름과 국적을 적는 장부였다. 마치 여관 숙박부를 적는 느낌이다. 뭐 하룻밤을 지새워야 하니 숙박부라면 숙박부랄 수도 있다. 여행자버스 이용실태 파악을 위한 정부차원의 조사인 것 같았다. 파일을 받아들고, 기재된 사항을 훑어보니 참 많은 나라의 사람들이 타고 있었다. 이스라엘, 오스트레일리아, 미국, 영국, 프랑스, 아일랜드 등등. 그리고 대부분 젊은 여행자들이었다.

한국인은 우리를 포함해 3팀 총 5명이었다. 외국에서 한국인을 만나면 반갑고, 쉽게 다가설 수 있을 거라 생각했는데, 서로에게서 왠지 모를 어색함이 흐르고 있었다. 반면, 외국인들은 서로에게 인사를 나뉘며 쉽게 다가서는 모습이 자연스레 연출됐다. 어쩌면 그날 버스 안의 한국인들은 모두 A형 이었을지도?(우리 부부는 A형 아닌데)

보름달이 비추다

전날까지 상당히 피곤한 일정(7박8일간 태국의 무꼬수린-푸켓-파타야에서의 리사이틀)을 보냈음에도 잠이 쉽사리 오지 않았다. 또, 때마침 TV에서 <배트맨 비긴스>가 상영되고 있어, '신나라!'하고 본 것도 원인이었지만, 아무래도 두 다리 쭉 뻗고 잘 수 없는 공간의 부조리가 가장 큰 이유였다.

 

자정 무렵 얼핏 잠이 들었다가 3시경 잠에서 깼다. 버스 안에 대부분의 사람들이 꿈나라에 가 있었다. 남들 주무시는 시간에 불 켜놓고 책을 읽을 수 없는 일이고 차창으로 스쳐지나가는 풍경들을 바라보고 있는데, '무언가 이상하다'는 느낌의 풀무질이 계속됐다.

헉! 우리가 탄 차의 헤드라이트가 안 나오는 것 아닌가? 드문드문 불을 밝힌 가로등들이 도로를 비추고 있어 그다지 걱정하지 않고 있는데, 우리의 버스기사님 추월에 추월을 거듭하신다. 급기야 가로등이 사라진 길을 질주해 주시는데, 내 피부 위로 긴장감이 살포시 내려앉는다.

 

"우리 기사님 베테랑이시겠지, 항상 오시는 길이니까 눈 감고도 잘 하실 거야" 주문과 같은 바람으로 스스로를 달랬다. 잠을 청하고 계신 30명 남짓의 탑승객들은 이러한 시추에이션을 아실런지. 불행 중 다행인 것이 보름달님이 환한 달빛으로 어둠을 밝히며, 소심한 여행객의 불안함을 달래주었다.

▲ 태국에서 버스로 장거리이동을 하게 되면 보통 밤차를 이용해 새벽에 목적지에 도착하곤 한다. 사진은 쿠라부리의 새벽여명이다.
ⓒ2006 고병현

곁가지 얘기로 도시에 살다보면 보름달이 얼마나 밝은 줄 모르게 된다. 형형색색의 네온사인에 불야성으로 이루는 도시에서 보름달은 벽지의 문양처럼 밤하늘의 장신구가 되어 버린 지 오래다.

 

하지만, 깊은 산에서, 가로등 없는 시골길에서, 경계근무를 서는 초소에서 보름달을 만나 본 사람들은 그 빛이 얼마나 밝은 지 새삼 놀랐을 것이다. 당연한 얘기지만, '달빛에 그림자가 생긴다'는 사실을 나는 군대에서 경계근무를 서며 처음 알았다.

보름달이 따사로이 밝힌 새벽길을 달리고 달려, 치앙마이에 도착한 시간은 새벽 5시를 조금 넘겼다. 새벽 어스름에 도시는 아직 잠들어 있었다. 버스에 내려 짐을 챙겨들고 심호흡을 한 번 크게 했다. 12시간의 이동거리 때문인지 치앙마이의 새벽공기는 매우 청량했다.

 

하지만 내 동공을 박차고 들어 온 치앙마이는 장이 서지 않는 시골장터처럼 한산했고, 솔직히 볼품없었다.

(치앙마이 얘기는 나오지도 않았는데 서론이 너무 길었나 싶다. 본격적인 치앙마이 얘기는 다음 편에서.)


덧붙이는 글
기자소개 : 고병현 기자는 글쓰기와 사진에 관심이 많은 회사원입니다. "이땅에 뿌리내리고 살아가는 민초들의 진솔한 삶을 담아보고 싶다"고 합니다.

 

 

 

 


- ⓒ 2006 오마이뉴스,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

출처-[오마이뉴스 2006-03-29 08:5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