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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맙다, 미니스커트"…왜 숨겨? 난, 내 멋에 산다

피나얀 2006. 3. 30. 23:09

 


노출 열풍으로 미니스커트만 잘 팔리는 것은 아니다. 미니스커트는 ‘다리가 예쁜 사람만 입는다’는 선입견이 깨진 지금, 다리의 결점을 보완해 주고 ‘예쁘게’ 만들어 주는 상품들도 덩달아 특수를 누리고 있다. 무릎까지 오는 니삭스가 대표적 상품.

 

종아리를 가늘어 보이게 한다는 효과 덕분에 미니스커트에 필수적인 패션 아이템으로 입지를 굳히고 있다. 인터넷쇼핑몰 G마켓에 따르면 니삭스의 판매량은 1년 전에 비해 3배 정도 매출이 신장됐다. 수요층도 넓어졌다. 예전에는 10대부터 20대 초반의 소비자들이 양말 스타일의 니삭스를 많이 찾았았으나, 최근 들어서는 20대 중반을 중심으로 수요가 늘고 있다.

 

레깅스(쫄바지)는 미니스커트 열풍의 가장 큰 수혜자. 판매량이 6개월 만에 1000%나 늘어 한마디로 폭발적 반응을 보였다. 이애리 G마켓 여성의류팀장은 “레깅스는 지난해 여름 이후 판매량이 급격히 늘기 시작했다”며 “올봄부터는 더 얇은 소재나 레이스 장식, 복고풍의 도트(점)무늬가 시장에서 좋은 반응을 얻고 있다”고 말했다.

 

부츠 역시 미니스커트를 입을 때 한번쯤 생각해보는 상품. 부츠 판매량의 증가는 지난가을 미니스커트 유행과 시기적으로 일치한다. 예전에는 11월 초쯤부터 구입했지만, 지난해에는 9월 초부터 팔려 나갔다고 한다.

 

새로운 수요가 생긴 상품도 있다. 미니스커트를 입었을 때 속옷이 드러날까봐 걱정하는 사람들은 속옷 위에 미니팬츠를 덧입는 방법으로 이를 해결했다. 미니스커트 안에 입는 보온 의류도 있다. 지난 겨울 특수를 누린 ‘힙 워머(hip warmer)’는 계절에 상관없이 미니스커트 유행이 이어지는 데 ‘보이지 않는’ 공을 세웠다.

 

종아리 모양을 예쁘게 만들어준다는 ‘세븐 라이너’(다리 안마기)도 미니스커트 유행과 무관하지 않다. 회사원 최윤성(26)씨는“다리가 예뻐진다고 해서 퇴근 후 세븐라이너로 다리를 마사지하는 게 일과가 됐다”고 말했다. 이 밖에 종아리 근육을 수술이나 주사 치료를 통해 매끈하게 만들어 주는 성형외과와 체형관리 업체도 미니스커트 열풍의 동반 수혜자로 꼽힌다.

 

개성을 노출하다

 

스쿠터를 자가용 삼아 출퇴근하는 박미진(30·회사원)씨. 그가 애용하는 복장은 오토바이에 따라다니는 가죽바지가 아닌 극도의 짧은 치마다. 그는 초미니 스커트가 주는 생기발랄함이며 변화무쌍한 연출력을 즐기며 산다.

 

“굳이 크고 헐렁한 옷 뒤에 자신의 몸을 숨길 필요가 있을까요.” 그는 섹시해 보이는 자신의 노출 의상에 대해 “예전엔 섹스어필이 ‘날라리’나 ‘나가요 걸’만 하는 줄 알았지만, 요즘은 보통 사람들도 매력적이라고 생각하지 않느냐”고 반문했다.

 

사실 짧은 치마가 성적 충동을 유발한다는 것도 옛말. 너도나도 미니스커트를 입다보니 이러한 우려는 쏙 들어갔다.

박씨는 “과감한 노출은 몸의 자신 없는 부분에 대한 콤플렉스를 없앨 수 있는 공격적 전략”이라고 설명했다. 유행하는 아이템을 다양하게 시도해보고 내게 맞는 개성적 스타일을 연출할 필요가 있다는 것.

 

초미니 열풍은 쇼핑몰에서도 잘 드러난다. 인터넷 쇼핑몰 D&Shop의 매니저 홍숙씨는 “예전엔 품이 큰 미니스커트는 아예 나오지도 않았는 데 올봄 들어 빅사이즈 스커트가 치마 매출의 10% 정도를 차지한다”고 즐거워했다.

 

통통한 여성들도 긴 옷보다 짧은 치마를 입는 게 체형을 좀더 줄여 보일 수 있다는 걸 인지했기 때문. 20∼30대 여성을 겨냥한 여성복 브랜드들도 요즘은 77사이즈(허리 사이즈 30∼32인치)의 초미니 스커트를 내놓고 있다. 이제 짧은 옷의 유행은 숙녀복과 부인복, 날씬한 체형과 뚱뚱한 체형, 나이 등의 경계가 없어지는 추세다.

 

쿠아의 문미영 디자인실장은 “전체적으로 소녀다움과 여성미를 돋보이게 하는 짧은 치마가 계속 인기를 이어갈 것”이라고 말했다.

 

미니스커트를 코디하다

 

짧은 치마가 다소 위험한 것은 자칫 속옷이 보일 수 있다는 것. 그래서 등장한 것이 레깅스. 몸에 착 달라붙는 레깅스를 입은 뒤 미니스커트를 걸치면 이러한 불편이 일거에 해결된다. 레깅스는 다리를 매끈하게 연출하는 효과도 있다. 레깅스와 함께 그물망 스타킹도 미니스커트 코디에 제격이다.

 

지난 22일 의류매장이 줄지어 선 이대 앞 거리. 점포마다 ‘김아중 치마바지’(핫팬츠가 덧대어 있는 초미니 스커트) ‘채연 카고치마’ ‘최강희 치마’ ‘효리 숏팬츠’ 등 이름이 붙은 의상들이 진열돼 있다. 그 앞줄에는 길이, 컬러, 무늬 등이 제각각인 레깅스가 줄줄이 내걸려 있다. 짧은 치마에 레깅스는 필수처럼 느껴진다.

 

레깅스의 유행은 늘씬 미녀들의 맨다리를 위협할 정도다. 허벅지가 굵은 사람은 7부(무릎덮는 길이)· 9부(복사뼈 위) 레깅스를 입거나 엉덩이를 덮는 상의와 매치하면 된다. 다리가 굵을수록 짧은 치마에 부츠나 레깅스를 입고 커다란 액세서리를 하면 시선을 분산시킬 수 있다.

 

니삭스의 등장도 주목할 부분. 종아리가 굵은 사람은 니삭스(무릎까지 올라오는 양말)나 오버니삭스(무릎을 덮는 양말) 등을 코디하면 그만이다.

짧은 치마는 정형화돼 있지 않고 다양한 각도로 패션 연출이 가능하다. 그래서 즐겁고 자극적인 것을 찾는 신세대들은 초미니 자체의 변화무쌍함에 매력을 느낀다.

 

예컨대 미니스커트를 조각보처럼 겹쳐 입고, 바꿔 입고, 숏 앤 롱으로 교차해 입으면 극단적 대비효과까지 낼 수 있다는 것이다. 김대희(23·대학생)씨는 “짧은 옷이 훨씬 발랄하고 날씬하면서도 어려 보인다”며 “미니스커트는 또 야하지 않으면서도 야한 분위기를 낸다”고 말했다.

 

미니스커트 마니아층이 넓어지면서 노출 의상 아이템은 고가의 브랜드보다는 보세 옷가게, 인터넷 쇼핑몰 의존도가 더 높아졌다. 여러 아이템을 가지고 자신만의 스타일을 만들어가는 신세대 여성들의 감각은 명품 브랜드의 디자이너가 울고 갈 정도다.

 

노출을 용인하다

 

1990년대 초까지도 여대생들은 여성성을 부정하고 비판하는 자의식에 휩싸였던 만큼 짧은 치마를 입을 경우 그 ‘의도’를 의심받았다. 그러다보니 성 정체성이 모호한 스타일이 대종을 이뤘다.

 

패션지 ‘바자’의 김경 에디터는 “작금의 미니스커트 열풍은 신체 조건과 남의 눈으로부터 자유로워진 여성들이 자신의 만족이나 취향에 따라 여성적인 코드를 마음 놓고 즐기고 긍정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예전만 해도 성적 정체성을 드러내는 일을 음흉하게 바라봤던 것과 달리 요즘은 섹시 컨셉트가 중요한 트렌드로 자리잡고 있고, 남자든 여자든 자신의 아름다움을 표현하는 데 화려한 관능미를 앞세우는 시대가 됐다.

 

삼성패션연구소 서정미 소장은 “배꼽티, 초미니스커트, 아랫배를 최대한 드러낸 짧은 바지 등 섹시 코드가 모든 디자인의 중요한 컨셉트로 자리 잡으면서 짧은 치마는 소비자가 자신만의 개성과 다양성을 추구할 수 있는 영원한 아이템이 돼가고 있다”고 분석했다.

 

노출 의상을 바라보는 시선도 사뭇 달라졌다. 한국 사회 상당수가 노출 의상에 대해 억압이나 타박을 주기는커녕, 개인적 경쟁력으로 받아들일 정도로 관대해진 것. 고려대 사회학과 손장권 교수는 “자본(물질)주의를 자기 나름의 가치로 치환하고 표현할 수 있는 자신감이 사회 도처에 뿌리내린 결과”라면서 “스스로를 격려하고 드러내는 행위를 통해 자신의 정체감과 주체성을 찾아가는 것은 긍정적 현상”이라고 말했다. “남자들 시선은 신경 안 써요. 해보고 싶은 건 다 해보고 싶어요.” 이대 앞에서 만난 대학생 정진경(22)씨의 목소리가 귓가에 유쾌하게 남아 있다.

 

 

 

 

 

김은진·안용성 기자 jisland@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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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세계일보 2006-03-30 17:0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