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편하고 또 싸웠어. 그때쯤 되면 공연히 짜증나 미치겠는데 남자들은 왜 그렇게 몰라주는 걸까?”
“나도 그래 꼭 그때만 되면 싸워.”
“한두번도 아니고 나도 애써 자제하려고 하는데도 그게 맘대로 안돼. 요즘엔 점점 더 몸도 무겁도 이상하게 감정이 격해져서 사무실에서도 공연히 문제를 일으킨다니까. 뭐 방법이 없을까?”
가임여성이라면 누구나 한 달에 한 번씩 돌아오게 되는 생리는 여성들에게는 여성임을 확인하는 소중한 기간이기도 하지만 이런 저런 신체적 정신적 변화로 인해 말 못할 불편과 고통을 감수해야 하는 기간이기도 하다.
‘여자앓이’라고도 불리는 생리와 관계된 고통에는 두 가지가 있다. 그 중 하나는 생리기간 중에 겪게 되는 하복통, 불쾌감, 요통, 피로감, 두통, 식욕부진, 소화불량, 설사 및 변비, 유방통 등으로 이를 통털어 ‘생리통’이라고 한다.
이에 비해 일반에게 잘 알려지지 않았지만 가임여성들을 괴롭히는 또 하나의 고통이 있으니 이것이 바로 PMS 증후군(Pro MenstrualSyndrome)이다. PMS증후군은 생리전 7일에서 10일 이전에 나타나는 정신적 육체적 변화이다. 개인에 따라 차이가 있지만 체중증가, 온몸이 붓는 듯한 느낌, 유방통 관절통 근육통 등의 통증을 호소하거나 구역질 설사 등 소화기증상을 나타내기도 한다.
PMS기간 동안 여성들은 이유 없이 신경질을 낸다거나 별것도 아닌 일에 눈물을 흘리고 공연한 일에도 발끈해서 이유 없이 싸움을 일으키기도 한다. 한 산부인과 전문의는 비교적 심각한 증상이 매달 계속된다면 이를 결코 사소한 것으로 여기지 말 것이며 부부싸움이나 자녀구타, 자살충동까지 일으킬 수 있는 병임을 인식하고 병원을 찾아 약물치료에 임할 것을 당부했다. 가임여성 중 20-45%가 월경전 증후군을 겪고 있으며 이 가운데 5%는 일상생활에 막대한 영향을 줄 정도로 심각한 상태지만 병원을 찾는 여성은 많지 않다는 것이다.
생리통의 경우 많이 알려져 이에 대한 이해가 높은 반면 PMS의 경우는, 남성들은 물론 증세를 겪고 있는 여성들조차 아직까지 잘 모르고 있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미리 알고 대처하면 좀 더 편하고 자연스럽게 지낼 수 있다는 PMS기간. ‘마술’에 걸리기 전 소위 말하는 ‘마녀’가 되어 버리는 이 기간을 어떻게 잘 보낼까는 극심한 PMS증세를 겪고 있는 나에게도 적지 않은 고민거리였다.
이런 여성들의 고민에 대해 <여성의 행복한 인생을 위한 101가지 이야기> 저자인 크리스틴 칼슨은 그녀의 저서 속에 이에 대한 몇 가지 방안을 제시한다. 심각한 PMS로 본의 아니게 주변을 괴롭혀온 나의 귀를 솔깃하게 한 ‘PMS를 다스리는 11가지 지혜’는 다음과 같다.
생리전 증후군이 나타날 때에는 침실 문에 ‘주의’ 나는 현재 PMS!라는 팻말을 걸어 놓으면 좋다. 그리고 팻말 뒤편에는 이렇게 적는다.
‘나 건드리지 말 것. 다음과 같은 증세를 보이고 있음. 축 늘어짐. 맥없음. 부글 부글 끓음. 어지러움. 매우 피곤함.’ 그리고 그 밑에는 이렇게 적는다. ‘취급시 주의요망’ 이런 팻말을 달아 놓으면 가족들에게 ‘사태’의 심각성을 경고할 수 있고 여자들도 좀 쉴 수 있을 것이다.
PMS날들을 직장에서 또는 집에서 아이들 남편 애완동물들과 무탈하게 보내려면 조심 또 조심해야 한다. 나는 PMS때 누가 옆에 오는 것을 질색한다. 최악의 상황에는 집안을 발칵 뒤집어 놓듯 화를 내는데 그러고 나서 ‘아차 또 PMS에게 당했구나’하며 후회한다. 내 몸에 세라토닌이 부족하면 평소에는 상상조차 할 수 없는 말들을 입에 담는 등 완전히 딴사람이 되는 것이다. 그러므로 적어도 가족에게만이라도 때가 왔음을 알려 내 앞에서 화를 자초할 짓을 하거나 이거 해 달라 저거 해 달라 요구하지 못하도록 해야 하는 것이다.
책을 읽은 후 다음 PMS기간이 돌아 왔을 때 나 역시 용기를 내어 가족들에게 PMS기간임을 알려보기로 했다.
“나 지금 힘든 기간이거든. PMS기간이야. 부탁인데 건드리지 말아줘.”
처음에는 생리통이나 생리전 증후군에 대해 별일도 아닌 것을 가지고 유난을 떤다는 식으로 다소 무시하는 듯한 태도를 보이던 남편도 PMS기간 중에 일어나는 증세와 아내의 변화의 공통점을 찾아 자세히 설명하자 그제서야 나의 이유 없는 신경질이나 눈물바람이 다소는 이해가 된다는 듯 조심을 해주는 눈치를 보인다.
그에 비해 20대인 아들은 의외로 쉽게 이해를 했다. 자신의 여자친구들도 비슷한 증세로 변덕을 부리거나 신경질을 내는 경우를 적지 않게 보았다며 오히려 쑥쓰러워하는 엄마를 배려해준다. 요즘 젊은 여성들 사이에 당당한 생리, 떳떳한 생리운동이 일어나고 있다더니 아들 역시 그 영향을 받은 모양이었다.
그러고 보니 당당하게 자신이 그날임을 밝히는 요즘 젊은 여성들에 비해 그동안 무슨 부끄러운 일이라도 되는 양 말 못하고 혼자서만 끙끙 앓아왔던 자신이 참으로 미련하다는 생각이 든다. 이유도 모르고 나의 신경질과 변덕을 참아내야 했을 식구들은 또 얼마나 힘들었을까.
나는 요즘 이런 경험을 바탕으로 주변 여성들에게 PMS 알리기를 하고 있다. 막상 이야기를 꺼내고 보니 의외로 대부분의 여성이 크건 작건 PMS증상을 느끼고 있었다. 혼자서 끙끙 앓거나 서러워 눈물 흘리면서도 PMS증후군이라는 생각은 하지 못하고 자신의 성격이나 몸에 무슨 문제가 있는 것은 아닌지 남모르게 고민하고 있었다는 것이다.
PMS증상을 알고 난 그녀들의 반응은 하나같이 다행이라는 것이다. 스스로도 이해할 수 없었던 PMS기간 동안의 정신적 육체적 변화가 지극히 정상적인 것이며 가족 안에서 사회 안에서 배려를 받아야 하는 증세였다는 것에 위로를 받는 모양이었다.
그동안 PMS에 무심했던 나와 주변의 여성들은 PMS를 알고 난 이후 생활이 달라졌음을 이야기한다. 증세를 알고 미리 미리 대비한 결과 전과 달리 주변과의 불화나 신체적인 고통을 상당 부분 줄일 수 있었던 것이다.
PMS, 이제 알았으니 실천하자. 더 이상 주변 사람들에게 이유없는 스트레스를 주지 말고 스스로도 이유없는 고통에 시달리지 않는 방법은 당당하고 자연스럽게 PMS기간임을 알리는 것이다.
“죄송하지만 조심해 주세요. 저 지금 PMS기간이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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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오마이뉴스 2006-04-10 12:21]'♡피나얀™♡【건강】' 카테고리의 다른 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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