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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학자 전상진 교수의 분석
최근 우리나라에서도 ‘싱글’에 대한 논의가 활발해지고 있다. 서강대 사회학과 전상진 교수는 싱글이 늘고 있는 이유를 사회학자의 입장에서 6가지로 분석했다.
전통적 사회의 관습 약화
“과거 결혼은 의무사항이었지만 현재는 선택사항으로 바뀌었습니다. 관습적으로 힘을 발하던 결혼이라는 제도가 현재는 그만큼 힘을 잃었다는 뜻이죠. 따라서 ‘결혼을 해야 사람구실을 한다’던 주변 어른의 압력도 점차 완화되고 있습니다.” 기존의 규범이나 관습이 인간의 행동을 조절하고 제한하는데, 이것이 약화되고 개인이 삶의 중심이 되는 현상, 사회학적 용어로 말하면 ‘개인화’가 한국사회에 확산되고 있는 것이 싱글을 양산하는 이유 중의 하나라는 주장이다.
성규범의 변화
“냉정하게 보면 결혼이 가지는 순기능 중 성적 욕망 해소가 있습니다. 과거에는 성적인 욕구를 안정적으로 해소하는 기능이 결혼하면서 얻는 중요한 순기능이었지만, 요즘은 그런 이유로 결혼하는 사람은 많지 않습니다.” 성개방 풍조 때문에 꼭 결혼에 의존하지 않더라도 성적인 욕망을 충족할 수 있다는 것이, 성인이 굳이 결혼을 선택하지 않는 또 다른 이유라고 진단한다.
혼자 잘 살 수 있는 하부구조
24시간 문을 여는 빨래방, 날이 갈수록 번창하는 외식산업, 가사 노동을 대신해줄 서비스 업체의 다양화 등 싱글이 살기 편하게 만드는 기반 산업이 발달하고 있다는 점도 고민 없이 ‘싱글 라이프’를 선택하게 하는 또 다른 이유다.
고착적인 관계 기피
“모든 것이 쉽게 변하는 유동적인 현대사회 속의 사람들은 고착적이고 고정적인 사회적 관계에 대해 불안을 느낍니다. 결혼이 바로 대표적이죠. 또한 이혼이나 연인관계였다가 헤어질 때 받은 상처로 인해 고정적인 인간관계에 대해 막연한 불안감이나 불신이 생깁니다.” 반드시 자신의 경험이 아니더라도 주변의 경우를 봐도 고정적인 관계에 대한 불안감은 생길 수 있다. 상처 받는 게 두렵고 싫어서 결혼을 피한다는 것이다. 데이트를 하지만 연인은 아닌 관계인 ‘데이트 메이트’가 늘고 있는 현실도 같은 맥락에서 이해할 수 있다. 누군가를 만나고는 싶지만, 깊이 빠지는 관계에 대해서는 두려워한다는 것이다.
경쟁사회에서의 생존 전략
치열한 경쟁 속에서 ‘노마드(유목민)족’이 각광 받고 있는 현실도 싱글을 양산하는 이유가 된다. 고용관계, 노동시간 유연화된 현실에서 노마드적 삶의 강점 중 하나가 경쟁사회에 신속한 대처가 가능하다는 점인데 결혼을 하면 그런 유연성을 상실한다는 것이다. “밤에 일하고 싶어도 가족의 눈치를 봐야 하고, 지리적으로 이동해서 일하고 싶어도 아이의 학교 문제가 걸리죠. 결혼을 하면 경쟁에 ‘올인’하지 못하고 경쟁에 뒤처질 수 있다는 생각이 결혼 대신 싱글 라이프를 선택하게 합니다.”
육아가 힘든 현실
보육 시스템이 취약한 우리나라에서 ‘저출산’이 사회적 문제로 떠오른 것처럼, 결혼한 다음 육아가 쉽지 않다는 것도 싱글 라이프를 택하는 이유가 된다. “성별에 따라 이유는 약간 다릅니다. 남성은 교육 문제와 연관지어 사교육비 부담에 대해 집중적으로 생각하는 반면 여성은 교육비 및 교육 자체뿐 아니라 육아문제까지 부담으로 느끼는 차이가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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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리학자 박은아 박사의 분석
심리학 박사이자 한국방송광고공사 광고연구소 박은아 연구위원은 성인이 결혼 대신 싱글 라이프를 택하는 심리상태를 단순히 한 가지 이유로만 말할 수는 없다고 말한다. 전체적으로 볼 때는 싱글이지만 서로 다른 배경을 갖고 있기 때문에 라이프 스타일에 따라 심리적 이유도 달리 읽을 수 있다는 것이다. “개인주의적 가치를 갖고 성장한 성인이 싱글 라이프를 선택한다는 건 공통적이죠. 과거에는 결혼하면 자신을 희생, 양보하거나 가족의 테두리를 지켜야 한다는 의무가 강했던 반면 이제는 나 자신의 욕구와 가치에 더 중점을 두기 때문에 이혼을 선택하거든요.”
가부장제에 반발하는 여성의 사고 변화
전체적으로 싱글 인구가 증가했지만 특히 노처녀, 혹은 여성 ‘돌싱’(돌아온 싱글-이혼한 독신)이 과거보다 증가한 이유에 대해 이렇게 진단한다. “여성이 과거에 비해 교육 수준이 높아지고, 경제적 능력을 갖추었어요. 즉 가부장적인 사회나 남편, 아버지에 대해 반발하는 마음이 커지면서 자기 주장을 강하게 하는 여성이 과거보다 증가한 것이죠.” 이러한 여성의 심리변화 속에는 조화나 희생, 양보보다는 개성과 자아의 성취가 중요하다는 생각이 배어 있다.
획일화 원치 않는 ‘미제너레이션’
남과 같은 시기에 대학을 졸업하고, 취업을 하고, 비슷한 나이에 결혼하는 식으로 남과 동일하게 가야 한다는 강박관념이 점차 사라지고 있는 것도 싱글이 늘어나고 있는 이유가 된다. “집단적, 획일적 사고에서 벗어나 다양성에 대해 인정하는 거죠. 특히 ‘남이 뭐라든 내가 하고 싶은 대로 산다’는 식의 개인주의적 사고가 늘고 있어요.” 그러다 보니 결혼이 필수가 아닌 선택이 되고 싱글을 허용하는 문화적 분위기가 형성되고, 그것이 좀더 쿨한 삶의 방식인 것처럼 보이는 사회적 분위기가 싱글의 마음을 편안하게 만들어주고 있다. 가족이라는 울타리 속에서 자기 존재를 확인하기보다는 자신 속에서 존재감을 확인하는 ‘미제너레이션’(Me-generation)시대가 꽃피고 있는 것이다. 개인주의와 이기주의의 발달은 싱글족을 증가시키는 또 하나의 요인이다.
청년기에 머무는 심리적 미성숙 상태
자아 형성 시기에 다른 사람에 대한 배려보다는 ‘나’ 중심적인 성장과정을 거치다 보니 심리적으로 미성숙한 상태에서 성인이 된다는 것도 싱글이 늘고 있는 또 하나의 이유다. “나를 포기한다는 것을 견디지 못하고 책임져야 하는 건 다 싫은 것이 싱글의 심리죠. 심리적으로는 미성숙 상태라고 할 수 있어요.” 싱글이 많아지면 많아질수록 사회적 성숙도는 떨어질 것이라는 게 박 위원의 예상이다. 현재에 살고 미래를 대비할 필요가 없는 것이 싱글 라이프이기 때문에 오늘을 즐기고, 나를 가꾸고, 현재에 치중하는 현재적 소비가 늘어나는 것이다. 이는 미성숙하고 발전이 없는 사회로 나갈 가능성이 있다고 경고한다.
이덕진 여성조선 기자(dukjinyi@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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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주간조선 2006-04-25 10: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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