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나얀™♡【육아】

''1013'' 프리틴 족…당신의 자녀는?

피나얀 2006. 5. 5. 21:50

 

 


프리틴(preteen)이란…어리지만 조숙하며 자기주장이 뚜렷한 10세를 막 지닌 초등학교 4~6학년 어린이

 

“샤기 컷으로 해주세요. 제가 좀 날렵한 스타일 좋아하는 거 아시죠? 뒷부분을 좀 가볍게 쳐 주시고, 되도록 층을 많이 넣어 주세요.” 서울 화양동의 ‘더 샾’ 미용실. 12살 난 여자 아이가 제 요구 사항을 또박또박 말한다. 헤어드레서 김운경(33)씨는 분부(?)대로 정성스럽게 가위질을 한다. 초등학생이라고 기교 없이 소박하게 깎다간 다음 방문 때 ‘팽’당한다.

 

예전 아이들이 아니다. 특히 프리틴은 조숙하고 자기 주장이 뚜렷하다. 인터넷을 통해 어른들 세상을 엿보고, 거기에 편입되고자 한다. 이들은 아이의 속성과 어른의 속성을 동시에 지녔다. 많은 것을 부모에게 의존하지만 그 영향에서 벗어나려는 모습을 보인다.

 

우선 장래희망이 달라졌다. 과거에는 ‘부모의 꿈=아이의 장래 희망’이란 등가 관계가 일반적이어서 대통령, 장관, 판사 등을 적어 넣는 아이가 많았다. 서울 남산초등학교 심혜윤(27) 교사는 “요즘엔 권력 지향형 직업을 써내는 아이는 거의 없다”고 말한다.

 

3학년 담임인 그가 얼마 전 장래 희망을 조사했더니 여자 아이는 14명 중 가수(4명), 선생님(4명) 순으로 응답했고, 남자 아이 17명의 답변은 과학자(4명), 축구선수(3명), 골프선수(1명), 프로게이머(1명) 등으로 나타났다. 부모의 강권에 따르는 대신 다양한 매체에서 습득한 정보로 미래 직업을 정한다는 증거다.

 

어른 세계에 대한 동경은 이성교제 방식에서 두드러진다. 커플 관계를 당당하게 드러내는 건 물론이고 어른처럼 구색까지 갖춘다. 지난해 5학년 담임일 때 심 교사는 어린 제자들의 연애 방식에 놀랐다. 목도리 선물은 흔하고 향수, 커플반지, 시계까지 주고받는다. 대학생들이 엠티 인연으로 연인이 되듯, 수학여행을 다녀온 뒤 커플이 부쩍 늘기도 했다. 커플이 된 뒤에는 숨기지 않고 떳떳하게 사귄다.

 

백화점엔 이미 최신 유행을 반영한 프리틴 전문점이 성업 중이다. 서울 롯데백화점 소공동점에 있는 프리틴 의류 전문점 ‘주니어 시티’엔 주말에 약 50명의 어린이 손님이 찾아온다. 매니저 장덕영(39)씨는 “초등학교 5학년만 돼도 귀여운 스타일을 싫어해요. 주관도 확실해서 자기 마음에 안 들면 엄마가 권해도 절대 안 입죠”라고 말한다.

 

매장엔 마치 이대 앞처럼 주름치마, 레이어드룩(겹쳐 입기) 스타일이 즐비했다. 신세계백화점 강남점에 입점한 ‘바비 코스메틱’은 아동용 색조화장품을 비롯해 헤어 마스카라, 매니큐어, 펄 파우더를 판매한다. 하루 평균 30여명이 찾고, 평일엔 주로 학부모가 와서 아이가 선호하는 제품을 사간다.

 

심 교사는 아이들의 자기표현 권리를 인정하면서도 일찍 동심을 잃어버리는 현상이 우려스럽다. 최근 아이들이 ‘킹카·퀸카 되는 방법’ 따위의 책을 돌려 보는 것을 목격한 터다. 심 교사는 “아이들은 TV나 인터넷에서 본 어른 세계가 극히 일부분이고, 그나마 왜곡됐다는 것을 알지 못한다”면서 “내면에서부터 성숙하는 게 아니라 겉만 웃자라는 경향이 있는 것 같다”고 말했다. 황상민 교수(연세대 발달심리학)는 “대중매체가 아이를 섣부른 어른으로 만드는 현상은 경계할 필요가 있다”고 조언한다.

 

오늘은 1년에 단 하루뿐인 어린이날. 아무리 조숙하다고 하지만 오늘 롤러코스터와 외식의 유혹에 가슴 설레지 않을 프리틴이 있을까.

 

 

 

 

 

 

 

글 심재천, 사진 김창길, 그래픽 김수진 기자 jayshim@segye.com

〈촬영 협조:바비 코스메틱, ㈜롯데쇼핑GF, SK텔레콤, MPI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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