병을 앓는 아이를 둔 우리나라 부모들은 ‘3중고’를 이야기 한다. ‘병고, 생활고, 가족고’.
죽음의 문턱으로 내몰린 아이를 바라보는 부모의 가슴은 숯덩이지만, 시간이 흐를수록 눈덩이처럼 불어나는 치료비용에 눈물만 떨구기 일쑤다. 소아암이나 이름조차 제대로 알려지지 않은 희귀·난치병을 앓는 아이들의 부모는 늘상 극단적 선택을 할 각오까지 곱씹어야 한다.
병마에 시달리는 아이를 지켜보는 것 자체가 고통이지만, 경제적 붕괴는 때론 가족 사이의 틈까지 벌어지는 불행으로 이어진다. 다행히 아이가 무사히 병을 이겨내더라도, 남은 삶을 불우한 환경에서 자라게 해야 하는 또다른 후유증을 얻게 된다.
아이 아프면 가족은 ‘3중고’
부모 늘 극단적 선택 유혹
빈곤층
예방주사도 못맞아
어린이 건강권 국가 나설때
#1 난치·희귀병의 ‘뇌관’은 치료비용
용민(가명·7)이는 요소회로대사질환이라는 희귀병을 앓고 있다. 단백질 분해가 안돼 몸 속 암모니아 수치가 높아져 뇌손상 등으로 이어지는 치명적인 병이다. 때문에 본능적으로 음식을 거부해, 평생 튜브로 특수분유를 공급해야 한다. 특수분유는 일부 지원이 되지만, 자치단체에 따라 공급량이 들쭉날쭉해 환자들은 부족분을 일반 이유식으로 때우기도 한다. 아이가 커가면서 필요한 2단계 분유는 국내에서는 생산이 안돼 한달에 70만~80만원씩 들여 수입품을 사 써야 한다.
게다가 용민이는 한달에 2~3차례씩 안과, 재활의학과, 신경외과 등 각종 병원을 찾는다. 면역능력이 떨어져 각종 합병증을 앓는데다 암모니아 수치가 조금이라도 올라가면 응급실을 찾는 게 다반사다. 용민이 아버지는 “보험처리가 안 되는 치료비와 병실비 탓에 한번 입원하면 몇백만원이 든다”고 말했다.
소아암·백혈병도 예전보다 의료보험 지원이 늘었지만, 특수한 항생제나 백혈구 수혈, 재발 환자의 제대혈 이식, 합병증 치료 등 여전히 보험 혜택을 받지 못하는 부분이 많다.
백혈구 수혈을 받으려면 헌혈자가 백혈구 수를 늘리는 주사를 맞은 뒤 헌혈해야 하는데 한차례 주사에 35만원가량 드는 비용을 헌혈자가 낼 리 없다. 수술을 받은 뒤 80여일 동안 날마다 백혈구 헌혈을 받은 아이도 있다.
정정애 한국백혈병소아암협회 사무국장은 “소아암 환자 부모는 대개 20~40대 부부로 경제적으로 안정되지 않은 경우가 많다”며 “어렵게 마련한 집을 팔아치워도 치료비를 못 댈 지경”이라고 말했다.
신현민 한국희귀난치성질환연합회 회장은 “서울에 있는 큰 병원에서 검사를 받으러 지방에서 올라오면 아이들과 함께 며칠씩 모텔방을 전전하기도 한다”며 정부의 세심한 지원을 당부했다.
#2 아픈 어린이 이제는 국가가 나서야
충북 옥천에 사는 지선(가명·10살)이는 신체검사에서 시력이 0.2로 나왔는데도 안경을 쓰지 못하고 있다. 어머니가 가출하고 사업에 실패한 아버지마저 집에 들어오지 않아, 이웃집에 얹혀 살고 있다. 충치도 7개나 발견됐지만 아무런 치료도 받지 못하고 있다. 학교 교사들이 아는 치과병원에 부탁해 겨우 치료를 받을 수 있었지만, 서류상 기초생활수급자도 아니어서 각종 지원도 받지 못하는 처지다.
부끄럽게도 지선이처럼 기본적인 건강도 챙기지 못하고 살아가는 빈곤층 어린이들이 우리 사회에는 아직도 많다. ‘로또공익재단’이 2004년 8월~2005년 12월 전국 14개 시·도 빈곤층 어린이 3100명을 상대로 무료 건강검진을 한 결과, 전체의 17.6%에 해당하는 545명이 이상소견을 보여 재검을 받았다. 신장 이상(217명), 기관지 이상(39명), 간장 질환(38명), 순환기 이상(37명), 빈혈(31명), 이비인후과 질환 (42명), 간염(16명) 등의 질병을 앓으면서도 치료는 물론 검진조차 받지 못하고 있었다.
충치 치료가 필요한 어린이는 1220명이었고, 절반이 넘는 1775명은 비(B)형간염 예방접종을 받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 0.6이하의 시력으로, 교정이 필요한 어린이도 5명중 1명꼴인 644명이었다.
2004년 건강세상네트워크의 학부모 553명을 대상으로 한 조사에선, 빈곤층 학부모의 22.6%가 “병원에서 의사의 권유를 받고도 돈이 없어 아이의 검사나 치료를 해주지 못했다”고 답변했다. 무작위로 뽑은 초등학생 부모들의 5.2%도 같은 대답을 했다.
박경양 전국지역아동센터공부방협의회 대표는 “빈곤층 어린이들은 부모가 맞벌이거나 한부모 가정이어서 예방주사조차 맞힐 시간이 없는 경우가 많다”며 “빈곤층일수록 아이들의 건강권이 침해되고 있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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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한겨레 2006-05-04 14:27]![](http://www.xn--910bm01bhpl.com/gnu/pinayarn/pinayarn-pinayarn.jp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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