셀축(Selçuk)의 숙소에서 먹을 수 있는 아침의 종류는 다양하다. 그 중 과일과 시리얼이
들어가 있는 요거트를 먹어보기로 했다. 처음에 요거트만 먹고 어떻게 배고파서 점심까지 기다리나 했는데 그릇을 보고는 괜한 걱정을 했다는 생각이
들었다. 큰 사발에 복숭아, 멜론, 수박, 포도가 들어가고 과자 시리얼이 아닌 씨앗 말린 것들이 들어 있었다. 그 위에 집에서 만든 요거트를
듬뿍 넣었고 마지막에 꿀을 뿌려주었다.
'매일 이렇게 자연에서 나는 것과 사람의 정성으로 만들어 진 것으로 아침을 시작하면 얼마나
좋을까.'
오늘은 실질적인 여행의 마지막 날이다. 마음가짐이 달라진다. 아껴두었던 깨끗하고 예쁜 옷을 꺼내 입었다. 어제 몸이 좋지
않아 돌아보지 못했던 동네를 돌아보기로 했다. 좋은 음식으로 배를 채우니 기분은 더없이 좋다. 아침부터 '난 터키의 진짜 개그맨이랍니다'로
시작된 숙소 아저씨의 기분 좋은 유머로 더더욱 기분이 좋아졌다. 웃지도 않고 무뚝뚝한 얼굴로 나를 웃기는 그 분이야말로 진정 터키의 개그맨이다.
셀축. 이 자그마한 동네에는 아르테미스 신전과 성요한의 바실리카가 자리 잡고 있다. 아르테미스 신전은 우리가 너무나 잘 아는
아테네의 파르테논 신전보다 그 규모가 컸다고 한다. 하지만 계속되는 지진에 남은 것은 기둥 하나와 무너진 터 그리고 물웅덩이가 전부다. 7번이나
재건을 했는데도 기둥 하나만 하늘을 향해 서있을 뿐이다. 이곳에 있던 지각변동이 대단하다고 해야 할지 다른 것은 다 무너져버렸는데 혼자 버티고
서있는 저 기둥이 대단하다고 해야 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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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기적같이 하나 남은 기둥, 아르테미스 신전 |
ⓒ2006 김동희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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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성요한의 바실리카로 들어가는 입구. |
ⓒ2006 김동희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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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요한의 무덤. |
ⓒ2006 김동희 |
시린제 마을에 도착하자마자 흥겨운 음악소리가 나서 근원지를 찾아 골목으로 들어섰다. 방송국 취재가 있는지 마을 사람들은 연신 카메라 앞에서 악기를 두드리고 춤을 추고 있다. 처음에는 몇 명이 춤을 추더니 골목을 지나 넓은 공터로 가더니만 동네 사람들이 다 모여서 춤을 춘다. 그 춤을 추는 모양새가 우리나라 관광버스 춤과 다를 바 없어 웃음이 나온다. 세상 어디나 막 춤은 비슷한가 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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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막춤은 세계 어디나 비슷하다. |
ⓒ2006 김동희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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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화덕앞에서 일하시는 아주머니의 미소가 싱그럽다. |
ⓒ2006 김동희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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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화덕에 들어갈 준비를 마친 빵들. |
ⓒ2006 김동희 |
골목을 따라 위로 올라가면 교회 하나가 나온다. 이 곳은 세례 요한의 교회이다. 교회라고 해서 표지를 따라 들어가니 그 모습이 역시 정겹다. 교회 마당에는 그 주변 집에서 나온 물건들이 널려있고 꽃 화분들이 여기저기 다른 꽃을 피우고 있다. 구석에서는 고추장과 비슷해 보이는 것을 발효하고 있고 다른 한 쪽에서는 초르바(터키식 스프)를 만들 때 넣는 재료를 발효시키고 있다. 오래된 유적지라고 그 앞을 깨끗하게 만든다는 미명아래 황량하게 만들고 매표소를 만들어 놓는 것보다 더 보기 좋고 정겹다. 오래 전에 죽은 건물이 아니라 아직까지도 사람들과 함께 하는 건물인 것 같아 더 푸근하다.
시린제 마을을 유명하게 만든 것 중 하나가 와인이다. 이 주변에 포도밭, 복숭아 밭 그리고 메론 밭이 많아 그 열매로 와인을 만든다고 한다. 그 소문대로 마을 안에는 와인 가게가 아주 많다. 한 가게로 들어가 와인 시음을 해보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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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여러 종류의 와인들. 하나하나 시음하다가는 취하고 만다. |
ⓒ2006 김동희 |
시린제 마을의 와인처럼 너무나 다양한 맛을 보여준 터키 여행이 끝나 가고 있다. 그 맛도 중독성이 있어 다시 와야겠다는 생각으로 가득하다. 이스탄불로 향하는 버스의 창가에 풍경이 스치고 지나가듯 짧은 여행의 시간들이 머리 속을 스쳐 지나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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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오마이뉴스 2006-05-08 17:21]![](http://www.xn--910bm01bhpl.com/gnu/pinayarn/pinayarn-pinayarn.jp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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